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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nArt Nov 24. 2021

오빠 냄새를 기억하니?


5년 전 도쿄로 이주하게 되면서 생이별을 하게 된 강아지, 머니.

아이 패드 바탕화면에 사진을 깔아 두고 보고 있다. 일본으로의 이주가 급하게 결정되어 머니를 데리고 올 물리적 시간이 부족해 장인, 장모께 잠시 맡겨 두었는데 이후 5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지금도 가끔 장모님이 보내주는 사진을 보고 있기는 하지만, 그녀를 안을 때의 감촉과 냄새가 그립다.


우리와 살 때는 사료 이외에 어떠한 음식도 먹지 못해 고생을 많이 했을 텐데 지금은 한 달에 한 번씩 삼겹살 저녁을 드시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처음에는 고기나 간식 너무 많이 주시지 말라고 말씀드리곤 했으나, 이미 우리 손을 떠나 장모님의 식구가 되었으니 그저 비만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기견이 적고 광견병이 제로인 일본으로 키우던 애완동물을 가지고 들어오는 일은 엄청나게 까다롭다. 아무 이상 없이 절차를 진행하여도 최소 6개월의 기간이 필요하다.


우리 부부가 일본 이주를 결정하고 실제 도쿄에 도착하기까지 2개월 반이 소요되었다. 워낙 급하게 이주가 결정되어 일단 도쿄로 간 후 정착이 안정화되면 머니를 데리고 올 생각이었으나 생각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마누라상이 나한테 시집오기 전에 키우던 시추 '사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 슬픔에 잠겨있던 장인, 장모가 머니를 새로운 딸처럼 예뻐하시니 자연스레 그쪽 식구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세상 맛난 간식은 다 주시니….


머니가 그리워 도쿄에서도 강아지 한 마리  분양받자고 마누라상에게 이야기하면 언제나 같은 대답이다.

"우리 집에 개는 오빠 하나로 족해"


머니야, 너를 마지막으로  것이 벌써 4 전이구나.

4년전 그때 나를 보자 줄행랑을 치며 장모님께로 달아나 버려서 나를 멘붕으로 만들어 놓았던 ...


오빠는 그래도 네가 그립다. 한참을 걷다가 문득 네가 생각날 때도 있단다.

너도 아주 가끔씩은 네가 좋아하던 오빠의 양말 냄새를 기억하곤 해다오.


다음에 만나면 오빠랑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꾸나.

건강히 있어야 해.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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