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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빈 작가 Dec 27. 2022

기다림은 불안을 동반하다

엄마 에세이

기다림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사랑도 사람도 일도 기다림은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기다림 속에 불안과 두려움이 동반한다. 기다림을 기다리다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럴 때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찾아 화를 낸다. 화를 내다 문득 내가 왜 이러는가, 뭐가 불안해서 죄 없는 아이를 몰아세우나 싶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나를 들여다본다.  


그 화는 나에게 하는 것이다. 내가 기다림이 지쳐서 내는 화였다. 기다려 달라는 메시지가 왔고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이 지나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냥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만 들었을 뿐. 주위에서 기다림에 대해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아직 연락이 없어'라고 말한다. 이 말 하기까지 난 속상하다. 곧 될 거처럼 말했던 그들은 세 계절이 지나고 내가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서야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정확한 기간을 알려주었다.


늦어지는 데는 이유가 있을 테고 더 좋은 일이 오려고 늦어진다고 생각하다 이내 불안하고 두려웠다. 혹여, 결과를 손에 넣지 못할까 봐. 그러나 난 그들과 계약을 했고 파기하지 않은 이상 연락은 올 거라는 신뢰는 있었기에 7개월을 기다렸다.


일주일 뒤 연락하겠다는 약속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그리고 이주가 되어서야 연락이 왔다. 이번에도 일이 생겨 늦어졌다며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번 주 목요일, 결과물을 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초조하게 했던 그 일, 조급함을 안겨줬던 기다림의 결과를 받고서야 안도를 했다.


기다림은 고달프다.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기다림을 바라보는 그 시간이 힘겨웠다. 아무리 내려놓는다고 해도 내려놓을 수 없었던 기다림은 곧 끝이 보인다. 완성된 모습을 보기 전까지 기대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게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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