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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7월 21일

by June gyu

퇴근 후, 평소처럼 쌀을 씻어 밥을 짓고 간단히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훈련 준비를 했다. 별다를 것 없는 하루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훈련장에 도착하자 코치가 말했다. “오늘은 집에 가서 쉬어.” 그 한마디에, 준비한 몸을 되돌려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메시지가 왔다. 어제 나와 같은 시합을 뛴 팀 동료 Simon이었다. 근육통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자신은 근육통이 심하게 왔다며, 어제 내가 없었다면 그 속도로 끝까지 달리지 못했을 거라고 했다. 앞에서 페이스 메이커를 해줘서 고맙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 ‘그래, 이게 팀이지. 그리고 어쩌면 이게 내가 팀에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역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어제 함께 뛰었던, 이름 모르는 한 여성분이 떠올랐다. 마지막 달리기 구간에서 잠시 눈이 마주쳤던 순간이 있었다. 그녀의 눈빛은 많이 지쳐 있었고, 힘겹게 버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토요일에 내가 봤던 그분일까?’ 그리고 그가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라며, “Auf geht’s!”(파이팅!)를 외쳤다. 시합이 끝난 뒤 물을 마시고 잔디밭에 누워 있는데, 그 여성분 마주쳤다. 여성분은 방금 들어왔는지 아직 숨을 고르고 있었다. 나를 보더니 아까 응원해 줘서 고맙다고, 덕분에 힘이 났다고.


좋았다. 그렇게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는 순간. 그리고 그렇게, 쓸모 있는 인간이 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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