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의 시

by namtip

첫째 아이 돌잔치가 끝난 지 며칠 뒤. 학생들이 집에 놀러 온다는 문자를 받았다. 아기가 세상에 나온 지 일 년 된 날을 축하하러 온다고 하니 기특했다. 출산을 하면서 수업을 그만두게 되어 많이 아쉬웠는데 모처럼 다들 모여 얼굴을 본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도 했다.


학생들이 오기로 한 주말 아침. 십 대들의 걸음은 멀리서부터 벌써 시끌벅적했다. 그 소리에 괜히 나도 들떴다. 학생들은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조그만 아기를 보더니 소리를 질렀다.


정말 선생님 뱃속에 있던 사람(이렇게 말하더라)이 얘 맞나요. 이렇게 사람이 작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설마 이 조그만 손가락으로 아직 뭘 잡을 수는 없겠죠.


차려놓은 밥을 먹으면서도 학생들의 관심은 온통 '작은 사람'에게 쏠려있었다. 아이를 낳은 나도 그 작은 사람이 신기한데 너희들은 오죽하겠니.


밥을 다 먹고 소파에 둘러앉았는데 다들 갑자기 쑥덕였다. 아직 배가 덜 찬 건가 싶어 뭘 더 해주냐고 묻는데 학생들이 선물을 준비했다며 아이를 안고 앉아보라고 했다. 그러더니 나와 마지막으로 시를 배운 게 생각이 나서 아이에게 시를 들려주려고 준비했다는 것이 아닌가.


직접 시를 쓴 아이도 있고, 도저히 생각이 나질 않아 마음에 드는 시를 검색해서 온 아이도 있었다.


"자 시작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와 아기는 학생들에게 둘러싸여 시낭송을 듣기 시작했다. 한 명이 핸드폰에서 음악을 틀고 돌아가면서 시를 읽어주는데 웬일인지 그때만큼은 아이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축복의 시였다. 아이를 낳은 나를 위해, 막 세상에 태어난 작은 사람을 위한 시간이었다. 시 낭송을 듣는 내내 이런 순간이 또 있을까 싶었다. 온 힘을 모아 눈물이 나는 걸 꾹 참았다. 울음 속에 이들의 모습을 놓치긴 싫었다. 아이들의 음성을 최대한 많이 간직하고 싶었다.


고백하자면 이제는 어떤 시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크고 작은 힘든 일들이 있을 때마다 난 이 순간을 떠올리곤 한다.


살아가면서 이들이 들려준 목소리는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축복의 시을 이길 수는 있는 시련은 없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keyword
이전 07화함께 책을 읽어야 할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