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 초반 한 1년~2년에는 아직(?) 도시에 남아있는 친구들에게 농사일이 힘들다며 하소연 하러 전화를 한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아저씨(남편분들)에 대한 욕도 아주 찰지게 들려온다. 제일 재미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 3년 차가 되면 슬슬 수확물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5년쯤 되면 그 수확물을 친구들에게 보내기 시작하더라.
우리 엄마 친구분들의 얘기다.
친구분 중에는 예전에 글에 썼던 깻잎할머니(https://brunch.co.kr/@junny/120) 뿐 아니라 또 다른 분도 계시다. 바로 김치 할머니. 김치 할머니가 배추농사를 지어 김장을 한 후 이번 가을에도 우리 집까지 보내주실 예정이라는 뉴스가 들려왔다.
이렇게 반가운 소식이! 그렇다면 얼른 냉장고를 열어봐야지. 큰 김치통 한 두 개 정도는 들어가야 하니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어디 보자 가장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있던 묵은 총각김치통을 없앨 차례다. 이 총각김치도 사실은 이번에 김장김치를 보내주실 엄마 친구분이 주신 것. 야금야금 아껴먹다 다 쉬어 꼬부라졌다.
묵은 총각김치는 멸치국물을 우려서 된장에 푹 익혀 먹는 게 제맛이다.
마침 오늘은 점심에 엄마가 우리 집에 들르기로 한 날. 엄마의 최애 반찬이라 서프라이즈 하기로 했다. 점심은 어떻게 먹을 거냐고 미역국을 해간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앗싸. 저녁 메뉴 해결.
우리 어릴 적 엄마도 냉장고 정리를 했던 걸까. 주말이면 이 된장 지지미를 먹었던 듯하다. 간을 보면서 "캬!" 하던 엄마의 추임새도 생생하다.
냉장고에서 김치통을 꺼내 뚜껑을 열어보니 김치가 손바닥만큼 남았다.
1) 소중히 양은볼에 담아 물로 대충 헹궈준 후 총각김치를 냄비에 담는다. 2) 멸치를 넣고 된장을 풀어 함께 끓인다. 3) 무가 푹 익었는지 젓가락으로 찌른 후 들기름을 살짝 두르고 다진 마늘을 넣은 후 한번 더 푹 끓인다.(개인적으로는 식초 한숟가락을 두르는 걸 좋아한다. 훨씬 깔끔한 맛) 4) 마무리는 송송 썬 파를 넣으면 끝.
딩동. 문을 열자마자 "어머머!" 이걸 네가 했냐며 엄마가 목소리가 하이톤이다. 나를 반기는 건지 총각김치를 반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엄마가 좋아하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