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하는 거 좋아하세요?
오늘은 토마토 스튜를 만들었다. 시중에 파는 토마토 퓌레를 냄비에 붓고 냉장고를 뒤져 양파, 브로콜리, 감자, 양배추를 썰어서 퓨레와 함께 푹 끓이면 끝이다. 아! 소고기도 조금 넣었다.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부엌에 들어갈 시간도 없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매번 배달음식을 시켜 먹다 보니 몸이 붓고 살도 쪄서 간단하게 저녁은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일상에 활력이 생겼다고나 할까.
아이 둘을 낳고 나서 세상이 녹록지 않아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힘들 때마다 조용한 부엌에서 당근이라도 썰고 있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도마소리가 집안에 울리면 마음이 안정이 됐다. 맛이 있던 없든 간에 그냥 냄비에 물을 받는 것부터 가스레인지 켜는 순간까지 모두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그냥 내 세상이다.
야채나 과일을 썰면서 우적우적 한두 개씩 입에 넣고 우물거리고 있으면 어릴 적 엄마 옆에서 받아먹던 기억이 나서 없던 동심도 생긴다. 아무 생각 없이 절구에 마늘을 넣고 빻노라면 스트레스가 쫙쫙 풀렸다. 그래서 그랬나? 기분이 안 좋은 날엔 괜히 마늘이 잔뜩 들어가는 요리를 했었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는 없으나 내겐 요리가 곧 명상이었고, 힐링이었는데 갑자기 워킹맘이 되면서 이 순간들을 느낄 여력이 없었다. 새직장 적응하랴 애들 픽업하랴 해 떨어져서 집에 오면 침 흘리고 자기 일쑤였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린게 고작 일주일? 열흘?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오이랑 당근부터 썰어 아침으로 먹고 계란 프라이도 하다 오늘은 드디어 토마토 스튜를 끓이게 된 거다. 보글보글 냄비에서 끓고 있는 스튜를 보니 뿌듯하고 오랜만에 도마소리를 들으며 칼질을 하니 끓어올랐던 혈압이 다시 정상수치로 돌아가는 느낌이랄까.
내일은 어떤 요리를 할지. 즐거운 고민을 하며 잠에 들어야겠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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