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의 형태인 것.
미워한다는 건 이럴 거면
그렇게 잘해주지 말지 그랬어, 하고
혼잣말을 되뇌어 보는 것.
밤에 잠들기 전에 그 사람에게 했던 모든 친절들이 떠오르는 것. 생일선물, 깜짝이벤트, 밤늦게 달려가서 위로해준 것들이 하나하나 기억나면서 억울해지는 것. "내가 왜 그렇게까지 했지?" 하며 과거의 내가 한심해지는 것. 친구들에게 "그 사람한테 너무 잘해줬던 것 같아" 하고 털어놓으면서도 정작 마음속으로는 그때 그 순간들이 진심이었다는 걸 아는 것. 후회하고 있는 내 마음조차 믿을 수 없어서 더 화가 나는 것.
길에서 그 사람과 비슷한 키, 비슷한 머리색, 비슷한 걸음걸이를 보면 심장이 쿵 떨어지는 것. "뭐라고 할 거야?" 하며 머릿속으로 연습해둔 말들이 있는데 정작 마주치면 아무 말도 못할 것 같아서 급하게 다른 길로 가는 것. 편의점에서 그 사람 뒷모습을 보고 나가려다가 다른 사람인 걸 확인하고 "휴" 하며 안도하는 것. 그러면서도 왜 내가 피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나는 것.
이렇게 미워할 수 있는 건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는 것. 무관심하다면 미워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감정이 격해지는 건 아직도 그 사람이 내게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것. 미움과 사랑 사이의 경계가 이렇게 모호할 줄 몰랐다고 당황하는 것. "미워하는 것도 사랑의 한 형태인가?" 하며 내 감정을 이해할 수 없어서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
정말로 미워서 미워하는 게 아니라 잊고 싶은데 잊히지 않아서 미워하게 되는 것. 그 사람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애쓸수록 더 생각나서 화가 나는 것. 친구들이 "그냥 잊어버려" 해도 잊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알기에 더 답답한 것. 잊지 못하는 내 자신이 한심해서 그 사람에게 화를 내게 되는 것. 결국 미워하는 이유도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아이러니한 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것.
SNS에서 그 사람 소식을 보고 싶으면서도 보면 화가 날 것 같아서 차단해놓는 것. 그래놓고도 공통 친구를 통해 그 사람 이야기가 나오면 귀가 쫑긋해지는 것. "요즘 어떻게 지내?" 하고 물어보고 싶지만 "관심 없어" 하고 딱 잘라 말하는 것. 그 사람이 잘 지낸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행이면서도 왜인지 모르게 서운한 것.
"나도 잊혀졌겠지" 하는 생각에 서운하면서도 "기억하고 있다면 어떡하지" 하며 걱정하는 것. 복잡한 내 마음과 달리 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게 살고 있을 것 같아서 더 화가 나는 것. "나만 이렇게 힘든 건가?" 하며 내 감정이 일방적인 것 같아서 억울해지는 것.
그 사람이 좋아하던 음식, 자주 가던 카페, 함께 들었던 노래까지 다 싫어지는 것. 그 사람 친구들까지 미워지고 그 사람이 다니던 학교나 직장까지 좋지 않게 보이는 것. 연관된 모든 것에서 그 사람이 보여서 피하게 되는 것. 내 취향까지 바뀌어버릴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걸 깨닫고 더 화가 나는 것.
그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관심 없어" 하고 화제를 돌리는 것. 그런데 정작 혼자 있을 때는 그 사람과의 추억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며 분노하는 것. 친구들에게 털어놓고 싶지만 "아직도 그 사람 생각해?" 하는 소리를 들을까봐 혼자서만 끙끙 앓는 것.
다른 사람과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 "잘 지내네" 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아린 것. 행복해 보이는 그 사람을 보며 "나 없어도 잘 지내는구나" 하고 서운해하는 것. 미워하면서도 불행하길 바라지는 않는 내 마음이 이상해서 혼란스러워하는 것.
매일 생각나던 그 사람이 이틀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으로 줄어드는 것. 그 사람 이야기가 나와도 전처럼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게 되는 것. "어? 나 괜찮네" 하며 스스로도 놀라게 되는 것. 미워하는 것조차 지겨워져서 점점 관심이 줄어드는 것.
미워할 만큼 가까웠던 그 시절이 나쁘지만은 않았다는 걸 인정하게 되는 것. 미움도 하나의 관계였다는 생각이 드는 것. 지금처럼 아예 상관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보다 미워하기라도 했던 그때가 더 가까웠다는 역설적인 생각이 드는 것.
미워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상처줘서 슬프다"는 뜻이라는 걸 깨닫게 되는 것. 미움 뒤에 숨어있는 상처와 슬픔을 발견하게 되는 것. 그 사람을 미워하는 것보다 상처받은 내 마음을 돌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되는 것.
어느 날 그 사람 이야기를 들어도 가슴이 쿵 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래, 잘 지내" 하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게 되는 것. 미워했던 시간들이 무의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만 놓아줘도 될 때가 되었다는 걸 아는 것. 미움을 내려놓는 순간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는 것.
무관심했다면 미워할 이유도 없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마음을 쓴 건 소중했기 때문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는 것. 미움조차 하나의 애정표현이었다는 걸 깨달으며 과거의 나를 이해하게 되는 것.
미워한다는 건 그래서 사랑의 다른 이름이었던 것.
뜨거운 감정의 다른 표현이었던 것.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미워한다는 건 그래서 온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의 형태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