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그녀는 연탄을 안 갈고도 지난겨울의 그 혹독한 추위를 전혀 모르고 지낼 수가 있었고, 기후에 대한 무관심은 자연스럽게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졌다.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을 만큼 서로 사는 사정이 빤했고, 야들야들하리만치 편리에 잘 길들여진 얼굴은 내 얼굴이자 이웃들의 얼굴이었고, 적어도 서울 사람들이라면 다 그만큼은 살고 있으려니 했다.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p.203
현대판 토끼는 결코 낮잠 같은 거 자지 않고 정력적으로 달렸다. 거북이의 승산이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만약 혜진이가 거북이와 토끼 걸음의 차이를, 타고난 운명이나 공정한 실력 차로 받아들일 수만 있었다면 훨씬 마음 편하게 거북이걸음에 자족할 수 있었으련만, 그녀 역시 토끼 걸음에는 반드시 속임수와 비리가 감춰져 있다는 사회적 통념을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지가 못했다. 분하고 억울했다. 이 세상에 억울한 것처럼 못 견딜 불행감이 또 있을까.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p.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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