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공소

겨울 앞에서

by 고재욱

나는 대문을 나서기 전에

이미 기침을 하고 있었다

지난밤 성난 바람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인도에는 버려진 은행 열매와 잎에서

누런 물이 흘러나와 반쯤 얼어있었다

발바닥에서 쩝쩝 소리가 났고

구린내가 스멀거렸다

신호등은 남 편이었고

버스는 서둘러 떠났다

정류장 앞 등받이 없는 의자에

나는 앉지 않았다

다음 버스가 언제 도착할지

나는 몰랐고

어떤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 주머니에서 열쇠가 손에

잡혔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하늘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거북이 목으로 나는 되돌아왔다

집 근처 어디쯤

자동차가 있을 것이었다

나는 대문을 나서기 전

이미 기침 중이었고

지난밤 거센 바람의 숨결을 들었고

나는 반쯤 얼어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