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 한라산
한라돌쩌귀, 눈개쑥부쟁이, 바늘엉겅퀴, 용담 등 가을 야생화들이 영실탐방로를 따라 차례로 이어집니다. 서서히 익어가는 산자락의 오름 능선도 머지않아 노루를 품어 감춰줄 듯한 가을 낯빛으로 변하겠지요. 계곡가에 피어난 흰진범은 꽃줄기 끝자락부터 열매를 맺기 시작했고, 푸른빛의 노린재나무 열매와 구상나무 열매까지 가을 행렬에 합류합니다. 다만 비실비실 성글게 익어가는 구상나무 열매에는 나방 애벌레들(솔알락명나방 등)이 잔뜩 자리 잡은 듯하네요.
한여름부터 시작된 탐방로 정비 공사는 이제 거의 끝나가고 마지막 작업인지 전망대만 남았습니다. 뒤뚱뒤뚱 내려오던 가파른 돌길이 가지런한 나무데크로 바뀌어 하산하는 길이 훨씬 수월해졌네요. 이렇게 편하게 산을 오르내려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찬 기운이 산자락을 감돌면 나비 관찰도 끝을 향합니다. 올 9월은 유난히 비 오는 날이 많아 조사 날짜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암끝검은표범나비 암컷과 줄점팔랑나비, 제비나비를 포함해 25년째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독수리까지 포착해 한결 기쁜 마음으로 10월을 맞이하게 되네요. 단풍과 함께할 두 번의 조사만 남아서인지 성큼성큼 내려와도 될 탐방로를 굳이 띄엄띄엄 쉬어가며 내려옵니다. 산 아래 어딘가의 시공간을 품고 피어난 억새 너머로 구름도 쉬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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