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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다정함이라는 태도

작은 태도가 관계를 바꾸는 순간들

by 짱고아빠

다정함은 모든 것을 이긴다


우리(사회복지사 혹은 NGO 활동가) 매일 사람을 만나요. 그런데 그 사람에게는 오늘이 생애 첫 사회복지사와의 만남일 수 있죠. 내겐 익숙한 민원 전화, 수없이 반복한 안내 멘트, 늘 있어 온 기관 방문이지만 어쩌면 지금 내 앞의 이 사람에게는 오랜 망설임 끝의 첫걸음일 수 있어요. 이 생각을 하고부터는 사람을 대할 때 가능한 한 조금 더 천천히, 한 번 더 확인하고, 한 문장이라도 더 부드럽게 말을 고르려고 해요. 루틴한 익숙함은 나의 시간을 절약해줄지 몰라도 다정함은 우리를 지켜준다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관계와 신뢰는 우연히 생기지 않아요. 우리가 지역조직화라 부르는 일의 본질도 사실은 사람이 사람을 통해 움직이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죠. 프로그램의 목적이 아무리 훌륭해도 참여자들의 관계가 약하면 자발성은 오래가지 못하죠. 반대로 신뢰가 형성된 관계 안에서는 작은 제안도 큰 참여로 이어집니다. 저는 그 장면을 수없이 봤어요. 누군가의 손이 또 다른 사람을 초대하고 그 초대가 이어지며 마을 전체가 움직이는 순간들.

참여와 모금은 그런 관계의 연쇄 속에서 자라요.



다정함은 선택이고, 전략이다


저는 이 다정함이 성격이 아니라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은 훈련이 필요하죠. 이미 많이 알고 있지만 야구선수 오타니의 만다라트를 보며 흥미로웠던 지점도 그거였어요. 그의 만다라트에는 ‘운’이라는 영역이 들어 있어요. 그리고 그 카테고리에는 인사하기, 정돈하기, 심판을 대하는 태도, 긍정적 사고 같은 작고 반복 가능한 행동의 목록들이 적혀있죠. 그는 ‘운’이 태도로 관리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첫 인사에 이름을 넣어 부르기, 상대가 말한 한 문장을 받아 적기, “가능하실까요?”로 부탁을 시작하기, 본론보다 먼저 “시간 괜찮으세요?”를 묻기, 회의 후 ‘오늘 고마웠던 한 가지’를 카톡 한 줄로 남기기 같은 것들을 매일 지켜나간다면 거창하지 않을지라도 이러한 작은 습관들이 태도가 되고, 태도는 분위기를 만들고, 분위기는 신뢰로 이어질 거예요.


이 다정함은 노동입니다. 감정노동의 한가운데에서 선을 지키는 일, 무례함을 견디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는 일, 불합리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하는 일, 이 모두를 외면한 채 그저 친절만 강조해선 안되죠.

그래서 저는 두 가지 원칙을 같이 붙입니다. 첫째, 다정함은 상호존중의 언어여야 한다는 것. 둘째, 다정함은 문제를 덮지 않고 해결로 이끌어야 한다는 것. “죄송하지만 이 부분은 기준상 어렵습니다. 대신 가능한 대안을 같이 찾아볼게요.” 같은 문장은 친절과 단호함을 동시에 담을 수 있어요. 다정함은 갈등을 피하는 기술이 아니라 갈등을 망가지지 않게 통과시키는 기술입니다.

우리는 거창한 변화 앞에서 종종 무력함을 느끼지만 다음 우리가 할 다정한 행동은, 우리가 건넬 이야기의 첫 문장은 언제든 지금 여기서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당신의 그 한 문장이 누군가의 다음 걸음을 붙잡을 만큼 따뜻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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