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취재팀과 울진을 가다 - 후편

by 에도가와 J

둘째날


어제 간단한? 회식의 여파로, 다소 얼굴들이 부은 느낌이였지만 다들 지각없이 로비에 집결해서 울진으로 출발했다. 차 안에서 디렉터와 촬영 내용을 정리하고, 2시간정도 지나 휴게소에 잠시 들렀다. 스탭들이 한국방문 처음인지라 뭐든 신기해하며 관심을 보였다. 그 중 흔쾌한 뽕짝소리가 들리고 없는게 없는 이동만물트럭에 다들 시전집중. 그것도 잠시 홍일점인 리포터, 아이오상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뭔일 있냐고 물어보니, 화장실이 생각보다 청결하지 못했는지 볼일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사람마다 청결에 대한 기준이 다르겠지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첫 촬영지가 울진의 명물인 스카이워크. 바다위 50M의 높이와 135M길이로 울진 후포갓바위와 등기산 바다 전경이 일품이다. 그런데 촬영지가 가까워질수록, 비가 억수같이 내리기 시작했다. 멋진 전경을 한방에 해결하기 위해 사비를 털어 대구에서 드론팀까지 불렀는데, 신께서 나에게 시련을 주셨다. 비가 그칠 기미가 보이질 않아 스카이워크를 과감히 포기하고 울진의 명물 <대게> 맛집부터 촬영하기로했다. 가게에 도착하자말자 아오이상은 아침부터 계속 참았던 화장실로 급직행, 난 스탭들과 촬영 동선을 확인하고 그들과 손발을 맞추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한상 푸짐하게 나오는데, 스탭들 입이 쩍 벌어지고 조명빨에 음식들은 광채가 나고 무엇보다 대게의 속살은 꽉찼다. 먹기 좋게 손질을 직접 해주시는 서비스까지 최고였다.



다만 아쉬운점은 대게가 국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동해에서 잡힌 대게였겠지만, 지금은 어장의 황폐화로 인해서, 국내산을 맛보기가 쉽지 않는 듯 했다. 또 하나 울진에 방문하는 해외관광객 적다보니, 일본어표기라든지 일본어메뉴판 등이 없는 것도 보완해야할 부분이였다. 취재도 잘 끝나고, 든든히 배도 채우고나니 신기하게도 비가 그쳤다. 하지만 스카이워크까지 촬영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우린 불영사로 향했다.


불영사는 651년 의상이 창건했다. 절 앞의 큰 못에 있는 아홉마리 용을 주문으로 쫓아낸 후 그 자리에 절을 지었고, 서쪽 부처의 형상을 한 바위가 있는데, 그 그림자가 항상 연못에 비쳐서 불영사라 불렀다고 한다. 멋진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해설마이크까지 완벽히 준비하신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불영사를 둘러봤다. 그의 입담이 얼마나 잼났는지 시간가는줄 몰랐다. 역시 역사를 알면 배움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걸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였다. 후배 황감독은 알아서 드론을 척척 날려주니, 취재는 일사천리였다.



어느덧 해가 떨어질려고 어둑어둑~ 우린 숙소이자 마지막 촬영장소인 <덕구온천리조트>에 도착했다. 아오이상은 아침부터 많이 피곤할텐데, 전혀 내색하지 않고, 물 만난 고기처럼 물놀이튜브까지 착용하며 온천을 제대로 즐겨줬다~ 첫날부터 힘든 일정이였을텐데, 다들 인상찌푸리지 않고 열심히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마지막은 역시나 맥주 한잔 기울이며, 맛난 음식으로~ 피로를 달랬다.



셋째날


덕구온천 덕분인지 스탭들 피부들이 뽀송뽀송! 기력도 쌩쌩! 둘째날은 이동거리는 많지 않았지만, 촬영분량이 빡세서(무려 6군데) 내심 걱정했는데, 다들 프로라서 그런지~ 카메라가 돌면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그런데 디렉터가 어찌나 땀을 줄줄 흘리는 체질이라~시원한 동굴부터 시작했다. 화려한 종유석과 석순으로 이름난 울진의 석회암 동굴 <성류굴>. 탁트윈 물길을 따라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5분정도 걷다보니 동굴 입구가 나왔다. 이곳은 호수 물속에 잠긴 큰 석순과 종유석을 볼수 있는데, 이건 과거에 동굴속 수심이 낮았다가 현재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런 형태의 석순은 국내 동굴 중 성류굴에만 볼수 있는 특징이다.



한편으론 임진왜란때 주민 500여명이 동굴에서 숨어지냈다고 하는데, 일본군이 입구를 막아버려, 굶어 죽었다는 슬픈 역사도 있다고 한다. 이런 역사를 듣고 보니, 촬영 잘못왔나하는 생각이 들긴했지만~ 전달할건 전달하고, 촬영에 임했다. 헬멧을 쓰고 동굴을 걷다보니, 어디서 낯익은 일본어 소리가 들렸다. 헛것이 들렸나 싶었는데, 진짜 일본인이 여행을 온것이였다. 그들은 시즈오카현에서 왔는데, 울진에 지인이 있어서 방문하게 되었다고 했다. 뭔가 모르게 흐믓했다~ 동굴 속에 있다보니 조금 답답하긴 했는데, 2004년 SBS <폭풍속으로> 드라마 세트장이 있는 죽변항로 향했다. 바닷물 투명도가 장난 아닌데다, 하트모양의 해변을 보니 로맨틱하면서, 속이 뻥 뚫렸다. 다들 이마에 몽글몽글 맺힌 땀방울 때문인지, 바닷물 속으로 들어갈 태세였지만, 우리의 귀염둥이, 아이오상만 잠시 바닷물에 발만 담그는 수준으로 오전 촬영을 마쳤다.



금강산도 식후경! 일본에서도 비슷한 말이 있는데 「 花より団子」다. 꽃놀이보다 찻집에서 먹는 경단에 더 흐믓해한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제작진과 자료 공유할때, 그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고 궁금해했던 음식이 바로 물회! 우린 이 동네에서 물회로 가장 유명한 왕돌회센터에 방문했다. 역시나 사람들로 북쩍북쩍~ 일본엔 이런 음식이 없다보니, 디렉터에게 머리 속으로 이해시키기가 다소 애매했는데~ 비쥬얼을 보는 순간~ 「아~」「오~」하며, 다들 허기졌는지 젓가락 움직임이 바빠졌다~



매번 스탭들이 놀라는 건, 밑반찬을 풍성하게 준다는 것, 그리고 이 식당에서는 해물탕까지나오니 기겁한다. 실화라고 하는데, 이런 유머가 있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일본관광객이 한국식당에 갔는데,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에 밑반찬을 풍성하게 식탁에 내려놓는데, 일본관광객 왈 <이거 안시켰는데요>라고.


한국문화에 익숙한 한국스탭들이 일본에 취재와서 식사를 할때,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 밑반찬이다. 일본도 밑반찬이 풍성하진 않지만 따라 나오긴한다. 양이 적다보니 조금더 먹고 싶어 더 달라고 하면 공짜가 아니고 돈을 받는다고 하면, 다들 시켜먹지 않는다~ 돈보다는 기분상의 문제인 것 같은데~ 고객들이 많아 정신 없었을텐데, 물회 인서트 촬영(수조에서 오징어 꺼내고, 회치고, 물회 소스만들고 등등)까지 너무 협조를 잘해주셔서 카메라감독이 엄지척했다. 여행블로거도 덩달아 모든 과정을 카메라에 담았고, 물회는 일본 돌아가서도 꼭 지인들에게 소개하고 싶다며, 레서피까지 주방장에게 물어봤다.


배도 부르고, 더위로 지쳐 낮잠이 슬슬 올려는 육체를 깨우기 위해, 울진에서 가장 핫하다고 하는 MARLI카페로 향했다. 젊은 여사장(20대후반?)이 운영해서 그런지, 카페 분위기는 세련되고, 감각적인 소도구 활용에~ 무엇보다 탁트인 바다를 보면 커피한잔의 즐기는데는 최고의 장소였다. 난 커피를 마시며 분위기를 좀 잡을려고 했는데, 여행블로거와 아오이상이 팥빙수를 먹고 싶다고 했다. 일본에서도 팥빙수가 붐이여서, 인스타에 올리고, 방송에 꼭 소개시키고 싶다고 해서, 촬영 아이템이 바뀌는 순간이였다~ 우유와 함께 얼린 얼음을 제빙기로 솜사탕처럼 갈고, 그 빙수 위에 인절미와 콩가루를 덮고, 하이라이트인 단팥을 올리면 환상의 빙수가 완성된다. 빙수를 입안에 넣는 순간 샤르르 녹고, 콩가루가 고소한 맛을 내며, 우유와 단팥이 절묘하게 매칭되어 맛이 끝내준다.



난 이번 취재 중, 옛모습을 재현해놓았지만, 십이령 전통주막촌이 젤 좋았다. 과거로 돌아갈순 없지만, 옛보부상 복장을 입고, 지게를 지고, 주막에 들려 옛음식을 먹어보는 것이것이야말로, 여행의 진정한 맛이 아닌가 싶다. 주인장님의 구수한 사투리~ 주인장님이 담근 막걸리~ 주인장님이 만든 부추전과 다슬기무침~ 또 하나 좋은건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기에, 맛난 음식을 술한잔하며 먹을수 있다는 거. 너무 행복해요.



요즘 관광은 보는 것보다, 뭘 체험하느냐고 중요한데, 옛스토리가 있고, 먹거리가 있고, 거기에 보부상에 도전장을 내민 도전자들의 대회가 있다면 대박칠 것 같아 울진군청 관광과 팀장님에게 <십이령 보부상 대회>를 제안했다. 기회가 된다면, 이 프로젝트를 꼭 해보고 싶다.




마지막날도 스탭들이 날(기획과 코디) 잘못 만나서, 아침 일찍 일어나 스카이워크로 향했다. 드론팀도 두말 없이 스댄바이~ 푸른 하늘에, 푸른 바다에 신이 우릴 버리지 않고, 완벽한 촬영을 할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방송계약서 상으론 12분-15분 예정이었으나, 디렉터가 잼나게 구성해줘서, 20분 분량으로 소개되고~ 여행블로거는 총 9편의 기사를 올려줬고, 지금도 야후에서 검색하면 언제든지 볼수 있다. 피땀흘려 내준 세금으로 조금이나마 울진에 보답할수 있어서 뿌듯했다.

여러분 언제 또 한국취재 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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