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로 양배추를 캬베츠(cabbage를 일본식 발음)라고 읽는다. 일본식 발음이다 보니, 한국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잘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발음을 가진 <카베진 >신통방통하게도 잘안다. 일본에 관광온 한국인의 필수아이템이다. 카베진은 위장 의 불편함을 도와주는 약이다. 양배추에는 특유의 비타민 U(캬베)이 풍부한데 이는 위장과 십이지장의 염증 점막을 복구하고 소화기관을 건강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나도 고향방문때 부모님 드리고자 꼭 사가지고 가는 아이템인데, 요즘은 <카베진>과 쌍벽을 다투는 <오타위산>을 추천한다.
2018년 J본부의 건강정보다큐멘터리 “식탁이 양배추를 만났을 때” 취재를 맡았다. 이 프로는 비타민U라 불리는 성분을 다량 함류한 항궤양성 식재료인 양배추는 이미 해외에서 오래전부터 각광 받아왔지만, 양배추가 유독 위장병이 많은 한국 사람들의 식탁 위 주치의가 될수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것에 주목했다. 수확부터 요리까지 한국인의 식탁에서 만난 양배추, 돈까스와의 환상궁합인 일본식탁의 양배추, 밭을 가꾸며 양배추 요리를 즐겨하는 이탈리안 쉐프 프랑코 소마리바가 전하는 유럽의 양배추를 소개한다. 그들이 사랑하는 양배추 예찬과 그 근거는 무엇인지를 스타일리쉬하게 접근해보는 내용이였다.
일본에서는 연간 150만톤의 양배추를 생산한다. 생산지 빅3는 아이치현, 군마현, 치바현이다. 봄에는 치바현, 여름에는 해발700-1,400미터의 고원에서 재배되는 군마현, 겨울에는 아이치현이다. 취재가 2월이라 우린 양배추 농가취재를 위해서 아이치현 남부지방의 타하라시(愛知県の田原市)를 방문했다. 수확시즌이라 어렵게 섭외하여 찾아갔는데, 농가 대표인 야마모토상의 첫인상이 까칠할 정도로 강렬해서 살짝 긴장했다. 취재팀은 더 좋은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출연자에게 동선연출을 부탁하곤 하는데, 그 환경을 만드는건 코디의 역할이다. 난 왠지 그가 비협조적이지 않을까 설러발쳤는데 야마모토형님이 의외로 솔직담백한 상남자였다.
원래 야마모토상 가족은 대대로 직접 재배한 무를 가지고 무절임식품회사를 운영했는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절임식품의 소비가 계속 감소하여 일본인에게 인기가 좋은 양배추로 갈아탔다고 했다. 우린 수확부터 야마모토상표 양배추요리까지 촬영했다. 양배추가 듬뿍 들어간 오코노미야키(일본식 파전)는 일본 거주 10년째인 나에게는 평범해보였다. 하지만 채썬 양배추를 된장국에 넣어서 먹는건 의외였다. 부인이 만들어준 된장국을 먹어보니 생각보다 아삭거리는 양배추의 식감이 좋고, 즙이 풍부해 단맛도 나고 무엇보다 담백했다. 반대로 한국에선 양배추를 삶아서 쌈 싸먹는다고 하니, 일본 특유의 놀람의성어인 <에~~~~~>를 연발하며, 한번 해먹어보고 싶다고 했다. 난 양배추를 삶는건 간단하지만, 쌈 싸먹을때 쌈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하며 만드는 방법까지 알려줬다. 같은 식재료이지만, 나라마다 다양한 요리로 변신하는 것이 참 신기했고,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식품 또는 레시피를 개발하는 것이 앞으로 농가에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한번 실감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선 무머리에 달린 잎은 잘라 버린다. 반면에 김치대국인 한국에선 열무김치를 만들어서 먹는다. 상상만해도 입에 군춤이 된다. 일본에서 버려지는 열무잎으로 김치를 만들어서 팔면 대박칠 것 같은데, 야마모토형님에게 사업제안을 해봐야겠다.
프로그램에서 다루고 싶었던 돈까스와의 환상궁합인 일본식탁의 양배추, 언제부터 돈까스와 채썬 양배추는 콤비였을까? 우선 일본에서 최초로 돈까스(일본어로는 돈카츠とんかつ)를 메뉴로 제공한 곳이 도쿄 긴자에 있는 렌가테이(煉瓦亭)다. 1895년에 프랑스요리점으로 출발했는데, 기름과 버터 사용이 많은 프랑스요리는 일본인 미각에 맞지 않아 고전을 했다고 한다. 2대째 사장인 혼다상은 어느날 일본인이 좋아하는 튀김처럼 튀기면 어떨까 하고, 프랑스요리 중 어린소커틀렛을 참고하여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선택해 탄생 된 것이 원조돈까스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돈까스에 빠질수 없는 것이 채썬 양배추다. 그 당시 일본인들은 채소를 절여서 먹거나, 데쳐서 먹는 것이 일반적이였다고한다. 그런데 러일전쟁(1904-1905)때, 젊은 요리사들이 병사로 차출되어 식당에 일손이 부족하게 되었고, 양배추는 하루밤 절여야했기에 손이 많이 갔다고 한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양배추를 채설기해서 먹어도 되지 않을까하고 테스트를 한 결과, 고객들이 채소를 생으로 먹는 것에 대해 많이 놀라워했지만 의외로 입안이 산뜻해지고 튀긴 메뉴와 궁합이 잘맞다며 정착되었다고 한다.
음식에 대한 역사적 배경을 알면 참 재미있다. 그리고 렌가테이 요리인의 프론티어 정신이 없었다면, 환상궁합인 채썬 양배추와 돈까스 메뉴의 역사가 지금보다 짧아졌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