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오성을 만나다

by 에도가와 J

2011년 3월 6일, 일요일 아침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서울에서 방송동기 명균형이였다.


명균형: (다짜고짜) 너 산 잘타니?

난: 어렸을때 아버지랑 등산 자주해서 산 타는거 익숙해요.

명균형: 등산 장비는 있어?

난: 10년이상 방치한 기본 도구(신발과 옷)은 있어요.

명균형: 그럼 K본부의 등산프로그램으로 취재갈건데 코디 부탁해, 오성형이랑 갈게.


난 오랜만에 방송동기 형을 만나는게 좋았고, 한번도 가보지 못한 니가타현에 취재로 가는 것이 설레였다. 하지만 오성형이 누군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출장 준비를 했다. 3월 8일 화요일, 도쿄역에서 신칸센을 타고, 니가타현의 에치코유자와역 (越後湯沢駅)으로 출발했다. 이곳은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소설 <설국>으로 유명하다. 일본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카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의 소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였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첫문장의 배경지가 바로 유자와(湯沢)다. 한가지 더 유명한 것은 GALA YUZAWA스키장인데, 에치고유자와역 다음인 GALA YUZAWA역의 개찰구를 빠져나오면 바로 곤도라를 타고 올라가 스키를 탈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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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먼저 만나기로 한 유자와프린스호텔에 도착했다. 스탭을 기다린지 2시간정도 되었을 때, 니가타현관광과 직원과 함께 취재팀버스가 도착했다. 버스 문이 열리고 스탭과 출연자가 내려오는데, 그 순간 심장이 멈췄다. 명균형이 말한 오성형은 바로 영화배우, 유오성이였다. 버벅거리며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방배정 받고 난 제작회의를 하면서 정신을 차릴수 있었다.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였기에 같은 공간에서 식사하며 얘기나누는게 신기할 따름이였다.


대스타가 스탭에게 커피를?


이번 프로그램에 소개될 나에바산(苗場山). 일본의 명산 100중에 한 곳(2,145M)으로 겨울철 눈으로 뒤덮힌 나에바산의 풍경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일품이다. 처음으로 눈산을 등반하기에 많이 걱정이되었는데, 하루 지나니 오성형님과 얘기하는 것이 편해졌다. 명균형과 오성형은 2009년 SBS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에서 인연을 맺었는데, 이번 K본부의 <영상앨범 산> 촬영을 위해 명균형이 오성형에게 급부탁하여 일본으로 오게 된 것이였다. 배도 부르고 커피한잔 마실려고 했는데 오성형님이 먼저 일어나면서,


오성형: 너네들 커피마실래?

명균형: 재영아(막내피디) 너가 언능 4잔 챙겨와

오성형: 괜찮아, 내가 가져올게.

난 깜쪽 놀랬고, 진짜 오성형님이 커피 4잔을 챙겨왔다. 그때부터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우린 산악가이드인 사토우상의 안내를 받으며 산악가이드 오성형님 그리고 나 순서로 나에바산을 등반했다. 초반코스는 스키장을 올라가는거라 그리 어렵지 않았다. 명균형은 의외로 산을 잘타는 내 모습을 보고 만족했다. 반대로 오성형은 내가 너무 잘 따라와 잠시도 쉴수 없었다며 농담으로 투덜거렸다. 1시간쯤 지났나, 스키장 코스가 끝나고 눈으로 뒤덮힌 나무가 멋진 조형물(아이스몬스터)로 바뀐 곳으로 진입하면서 우린 설피로 갈아신었다. 살면서 이런 멋진 곳에서 오성형님과 함께 촬영한다는 것은 행복 그자체였다. 7부능선을 무사히 통과할쯤 스탭들은 당이 떨어져 빵, 삼각김밥, 초콜렛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그러는사이 날씨가 조금씩 나빠지기 시작했고, 눈사태가 발생할수 있다는 기상정보가 들어오면서 긴급제작회를 하게 되었다. 결국 우린 정상을 밟지 못했다.



정상을 밟지 못했지만 촬영은 무사히 마쳤다. 그날 저녁 뒷풀이 겸 술파뤼가 시작됐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때쯤, 오성형님이 나에게 아들래미가 슈퍼마리오를 좋아한다고 인형을 부탁했다.(추후 국제우편으로 발송완료) 그 고마움에 내 아들에게 용돈을 주고 싶다며 5,000엔에 멋진 메시지를 적어주셨다.



방송일을 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감동 그자체였다. 몇시에 잤는지 모르겠지만, 그 담날 입에선 술냄새가 풀풀, 머리도 아프고!! 작별인사를 하고 난 도쿄로 향했다. 무사히 집에 도착해서 가족들과 상봉했다. 그런데 2시간이 지나서야 비극이 일어났다.







요?



바로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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