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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윤표 Sep 02. 2023

디펜딩 챔피언

학교스포츠클럽 남자 플라잉디스크 대회 2연패

지난 6월, 여학생 플라잉디스크 대회는 4전 전패로 예선 탈락했다. 그 이후 약 1달가량 남학생 플라잉디스크 지도를 매일 아침 40분씩 지도했다. 8월 말에 예정된 남자 본선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여학생들에 비해 남학생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좀 더 크게 다가온 이유는 바로 우리 학교가 '디펜딩 챔피언'이기 때문이다.


2022년 남학생 플라잉디스크 서울시 1위의 타이틀을 올해 6학년 학생들도 고스란히 이어받고 싶어 했다. 그렇게 의욕 넘치는 학생들에게 되도록 많은 연습 시간과 장소를 확보해 경기 감각을 꾸준히 길러주고 싶었다. 또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갖고 계신 선배 교사 옆에서 열심히 곁눈질로 배워 학생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익혔다. 나름의 준비를 착실히 마치고 대회 당일, 거점학교인 서울 강남초등학교로 이동했다.

이상하리만큼 플라잉디스크 본선 대회 날마다 비가 내렸고 오늘도 어김없이 수중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학생들에게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준비시키긴 했지만 대기시간이 긴 탓에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우리는 그 정도로 허약하지 않다며 의기양양했고 첫 경기부터 9:0으로 승리하며 전의를 더욱 불태웠다.


2경기, 3경기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은 스스로 그동안 자신들이 호흡을 맞춰온 것 이상으로 실력을 뽐냈다. 지도자로서 학생들에게 '선취점의 중요성, 서로 지속적으로 콜 할 것, 남 탓하지 말고 지나간 것은 바로 잊기' 딱 3가지를 경기 내내 목이 터져라 주문했다. 제삼자의 입장에서 나의 모습이 어쩌면 꼴불견이거나 다소 오버액션을 취한다고 내비쳤을 수도 있겠다. 나 그동안 근 6개월을 성실하게 연습에 참여하고 실력을 갈고닦은 학생들의 노고를 나는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실력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리하길 바랐고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꾸준히 그들의 플레이에 끊임없이 피드백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러한 나의 부르짖음이 통했을까. 학생들은 차곡차곡 그동안 갈고닦은 기술과 전술을 마지막까지 선보였고 상대팀으로부터 환호와 찬사를 들을 정도로 멋지게 경기를 소화해 냈다. 그리하여 최종결과 4승 1 무 본선 1위를 거머쥐고 작년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하게 되었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비에 온몸이 젖은 학생들과 누가 먼저랄 것 없이 포옹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그리고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오는 길 내내 들뜬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그런게 당연할 정도로 오늘 몇 번을 뒤치닥거리를 했는가. 그렇게 퇴근하고 9시가 훌쩍 넘은 시각, 집에는 아빠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는 두 아이가 반기고 있었고 와이프는 억만금을 줘도 바꾸지 못할 저녁 밥상을 선사해 주었다.  

작년 전국대회는 강원도 횡성에서 열렸는데 올해는 전라도 광주에서 열린다고 한다. 금요일 오전부터 1박 2일 간 행사가 열리니 아마 목요일 수업 마치고 바로 출발해야 할 듯하다. 2달 뒤에 있을 스케줄인데 벌써부터 휴게소는 몇 번 가느냐, 백종원 맛집은 갈 수있냐고 학생들이 물어본다. 평소 같았으면 넌덜머리가 났을 상황이지만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학생들에게 일일이 다 이야기해 주게 되더라. 이렇게 또 '보람' 하나를  마음 한 곳에 저장하게 될 수 있어 뜻깊다.


10월 말이면 날씨도 경치도 엄청 좋겠네.

좋은 추억 쌓고 돌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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