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를 서운하게 하지 말라!

두 얼굴의 남편을 소개합니다

by 매일의 푸

지금은 아주 아주 조금 남아있 모습이지만, 연애할 때 남편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하지만 결혼할 때쯤 알게 된 그의 본체는 '현실적이고 언로맨틱함' 디폴트 값인 사람이었다.

'자아성찰이 잦고 따뜻한 말을 좋아하는 나'와 달랐다.

는 동안 사용할 다정함을 모두 끌어다가 나와 연애할 때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




지인 소개로 만난 우리는 두 번째 만남에서 카페에 마주 앉아 어색하고 긴장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침 그가 시 한창 유행하던 MBTI 검사를 제안했는데, 검사결과에 김이 확! 샜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끌린다는 말은 맞는 말인가 보다.

그는 나와 같은 ISFJ였다.

이제 막 만난 사람이 나와 같이 생각하고, 나와 같은 패턴의 행동을 한다니... 에잇, 재미없어!


내 생각을 읽었는지 남편은 16가지의 유형 중 ISFJ인 사람 둘이 만날 확률이 얼마나 운명적인 것인지에 대해 열심히 어필했다.

내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외치고 싶다.


이... 거짓말쟁이!!!

연애세포 빠진 남편의 성격유형은 INTJ다.

그 당시 남편의 연애세포는 성격도 바꿔버릴 만큼 강력했다.




그는 연애기간 내내 항상 약속시간보다 일찍 집 앞에 와서 기다렸고, 보조석에는 이동 중에 내가 마실 음료와 내가 좋아하는 젤리를 었다.

말도 행동도 다정하고 사려 깊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성격은 하나가 아니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목표지향 모드'가 되면 그는 달졌다.

그것도 중요한 순간에 '언로맨틱'했다...


1년반쯤 연애했을 즈음, 우리는 크리스마스맞이 겨울여행을 떠났다.

그날 밤, 숙소에서 페인을 따던 남편이 이렇게 했다.


"우리, 결혼에 대해 얘기할 때가 된 것 같아."


"어? 어.. 그래"

리고 그 자리에서 그동안 모아둔 자금을 오픈하고 결혼시기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분한 마음이 들었다.

이게 무슨.. 듣지도 보지도 못한 프러포즈야!

나도 좋아서 "어."라고 했지만 그의 진지한 태도에 완전히 말렸다.

거창하고 화려한 걸 바란 게 아니었다.

적어도 "나 널 정말 좋아해. 너랑 결혼하고 싶어. 넌 어때?"였어야 했.

지금도 가끔 억울하다.




혼인신고 하러 가는 날이었다.

두근두근다.

결혼을 몇 달 앞두고 이미 합가 중이었지만, 법적으로 부부가 되다니!

등, 초본, 가족관계증명서가 바뀔, 일생일대의 큰 일이었다.

진정 가정을 이룬다는 게 실감 났다.


"어떡해, 너무 떨린다. 여보는 어때?"

"이미 부부인데 큰 의미가 있나? 그냥 하는 거지. "

"뭐야~그래도 혼인신고인데..."


이렇게 나와의 텐션이 온냉탕급으로 차이가 날 때면 기운이 쭉 빠진다.

애정이 없는 게 아니란 건 알고 있다.

우리는 혼인신고 후 법적부부가 된 후 둘의 소득을 합쳐서 대출을 많이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남편은 그 일을 진행시키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었다.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을 앞둔 그는 여유 잃음과 동시에 감성은 뒷전이 되었다.

현실적으로 의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이해할만하다 해서 결혼했으니, 이것도 내 선택이다.

그러니 이번 생은 이런 사람과 사는 걸로. 흑.

막상 가족관계증명서를 떼보더니 좋아하던 그. 사랑스러움이 이정도였다 돌아와!아니 잘가, 전 남친..




결혼고 반찬을 두 어번 사 먹어 보았지만, 엄마의 집 밥을 먹던 경력이 있어서인지 반찬들이 성에 차지 않았다.

전혀 능숙하지 않았지만, 레시피를 보고 천천히 따라 만들다 보면 꽤 맛있는 반찬이 되었다.

그 습관 때문인지 남편과 나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직접 하는 편이었다.


임신 기, 입덧으로 든 시기를 보냈다.

그런 내가 TV에 나온 사골국물이 먹고 싶다고 하니 남편은 소뼈를 주문해서 며칠 동안 사골을 끓였다.

시큼하고 시원한 동치미 국물이 유난히 당기던 날에는 동치미를 담가주었다.

그때 먹은 동치미 국물은 쉬어도, 아니 쉬면 쉴수록 꿀맛이었다.

금 생각하면 남편의 정성이 담긴 귀한 음식이어서 더 그랬다.



"임산부를 서운하게 하지 말라! 두고두고 한이 될지니!"

라고 했던가.

남편이 해준 사골국과 동치미를 그렇게 맛있게 먹고도

서운한 일, 서운한 감정이 생겼다.


하루는 남편과 마트에 장을 보러 갔.

오랜만에 소고기가 먹고 싶었다.

나는 한우가 먹고 싶었는데, 가격을 보고 고민하던 남편이 수입산 소고기를 샀다.

주위에서 뭐든 좋은 것, 예쁜 것만 먹으라는 임산부인데!

서운하다, 서운해! 나는 한우가 먹고 싶다고!


어느덧 만삭이 되고, 출산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휴일었다.

결혼기념일에 갔던 식당에 가고 싶었다.

아기가 몇 살쯤 되어야 긋하게 코스요리를 먹을 수 있을까? 기회는 지금뿐이라고 생각됐다.

"우리 아기 낳기 전에 그 식당에 한 번 가자." 했는데, 시큰둥했다.

결국 집에서 2km 떨어진 파인다이닝에 가 것보다,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속도가 더 빨랐다.


그런데 얼마 전, 남편이 기억 저 편에 있던 그 식당에 가자고 는데...화가 났다.

"지금 애기 데리고 거길 어떻게 가? 울면 둘이 돌아가면서 달래고 먹어? 내가 낳기 전에 가자고 했잖아!"

평소 나는 내 머릿속에서 일하는 성능좋은 필터 덕분에 할 말 못 하고 후회한 적이 많다.

그런데 그 순간만큼은 필터는 off상태!

불만이 있는그대로 쏟아졌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남편도 조금 당황한 거 같았다.

잠시후, 아내와 좋은 곳에 가고싶은 남편의 마음을 들여다 볼 여유가 생긴 나는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하고 말했다.


사골과 동치미 VS 소고기와 파인다이닝

아직도 어느 쪽이 더 강력한지 결론 내리지 못했다.

결혼생활이란 건 '사골국의 정성'과 '소고기 한 점의 서운함' 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일인가보다.

이제 남편도 소고기 맛을 알았는지 소고기 먹자 하면, 한우를 굽는다.

근데 여보! 그때 구워줬으면 내가 소고기 코너 갈 때마다 멈칫하는 일은 없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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