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an. 31.)
#1.
감동이는 작년부터 합창단에 입단해서 활동중이다. 조금 음치였고, 리듬감도 그닥 없어 보이는 아이였지만 배움으로 극복할 거라 생각했다. 아이는 엄격한 합창단 분위기와 선배 언니의 따가운 눈총 속에서도 그럭저럭 잘 적응하는 듯이 보였다. 수요일 저녁 5시~8시, 일요일 2시~6시,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아이를 30분 거리의 합창단 소속 음악원으로 데려다 주고 데리고 와야했다. 이웃의 차를 얻어 타고 아는 언니 손을 빌려 간신히 다녔고, 휴일과 수요일 저녁을 반납한 신랑의 눈총 속에서도 선배 엄마들의 좋은 후기 때문에 또 그 끈을 놓지 못했다. 칼을 뺐으면 음치라도 탈출해야지 그냥 관두면 미련이 자꾸 남을 것 같았다.
헌데 감동이가 힘들다는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자신은 춤과 노래에 그다지 소질도 없고, 합창단 속에서 사회생활도 힘들단다. 유일한 또래 친구는 언니들과도 잘 지내고 사랑을 듬뿍 받는데, 자신은 소외되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심장이 '쿵'하고 내려 앉았다.
유일한 또래 친구 엄마는 3박4일 합창 캠프기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마카롱을 사서 돌렸다. 나는 머릿속으로 생각은 했지만, 마카롱 50개를 구입하려면 캠프비용 20만원을 또 써야하는 지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친구가 신나게 마카롱을 돌리는 동안, 아이는 그 주위를 맴돌다 고르지 못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뒤늦게 마카롱을 권하는 언니에게 자기도 먹겠단 말을 했다가 안 먹으려고 양보했던 언니에게 핀잔을 들었단다.
마카롱이 문제가 아니었다. 합창단을 운영하기 위해선 엄마들 손이 많이 필요한데, 나는 한 두번을 제외하곤 아이만 보냈다. 낯선 환경에서 다른 어머님들의 케어를 받으며 어색한 분위기를 견뎌야했던 아이는 많이 외롭고 힘들었을거다. 펑펑 눈물을 쏟는 감동이를 안고 다독이는데, 평소 자신을 미워한다던 언니의 앙칼진 목소리가 내 마음을 날카롭게 베었다.
합창단을 시작하고 끌고 가는 동안, 단 한번도 아이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다.
#2.
신랑 퇴근 시간에 맞춰 서둘러 저녁을 준비하려 냄비를 막 꺼내는데 아홉살 행복이가 혼자서 씻는 것이 무섭단다.
"엄마도 저녁 준비하려면 바쁜데, 이제는 혼자 씻는 연습도 좀 해야지. "
이런 저런 잔소리가 더 새어나오려 했지만, 입을 꾹 닫고 후다닥 아이를 씻겨 주었다. 아이 스스로 옷 입는 동안은 핸드폰만 쳐다보며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오늘따라 그렇게 아이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웠다. 이제 곧 복직도 해야하는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하는 건지....워낙 겁이 많은 감동이는 그렇다고 치고, 원래 별로 겁이 없던 막내까지 요즘들어 혼자 화장실도 못가고, 거실에 불을 훤히 켜두어도 방에 들어가 혼자 잠들기를 거부했다.
어린시절 나도 겁이 많았던터라, 언젠가는 아이들도 무서움을 극복하는 날이 오겠지 생각하며 여유롭게 기다리기로 마음 먹었는데, 오늘은 기다리기가 지치고 짜증났다.
그래도 다짐한 바가 있으니 짜증을 최대한 감추었다. 말없이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는 한참동안 책상에 앉아 무언가에 몰두했다. 그러더니 말없이 엄마에게 교환일기장을 내밀었다. 아이들과 꾸준히 화내지 않고 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하루에 있었던 일을 일기장에 서로 편지형식으로 써서 나누자고 제안했었다. 아이는 교환일기장에 내 시간을 뺏은 줄 몰랐다며 사과했다
아이들이 잠들기 전 저녁기도를 마치고 두 아이에게도 잘못을 고했다.
"엄마가 엄마 멋대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화를 내서 미안해! "
"괜찮아요!"
아이들은 쉽게 사과를 받아주고 엄마를 끌어 안았다.
오늘도 감동이와 행복이의 금쪽이 엄마는 너무 쉬운 용서를 받았지만 마음은 오래도록 아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