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an.30.)
늘 아이와의 신경전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비롯된다.
오늘은 썩 괜찮은 하루였다. 최대한 아이 스스로 할 수 있게 기다린 후 도우려고 애썼고, 아이들은 곧 잘 자기 할 일을 했다. 늦은 오후엔 오랜만에 코에 봄바람 맞으며 자전거도 타고, 봄 볕에 까르르 웃으며 그네도 탔다. 그럭저럭 할 일을 일찍 마치고 저녁엔 영화도 한편 볼 참이었다. 문제집 분량을 반으로 줄이니 첫째 감동이도 나름 여유가 있어 보였다. 문제집 분량을 더 줄여야 겠다고 생각했다. 감동이는 내일 풀어야 할 평면도형 단원을 어려워해서 동영상 강의를 하나 시청하는 것으로 오늘의 할 일은 마치고 영화 상영을 할 참이었다.
저녁을 먹고 EBS에서 수학 강의를 찾아 감동이를 컴퓨터 앞에 앉혔다. 재생버튼을 눌러보니 강의가 너무 느리게 진행되었고 아이가 좀 지루해하고 하기 싫은 눈치라 1.2배속으로 틀어주었다. 얼른 설거지를 마치고 아이와 함께 있어줘야지 하고 생각했다. 막 설거지를 끝내고 앞치마를 벗는데, 씻고 나온 신랑이 강의가 너무 빠른거 아니냐며 참견했다.
"엄마가 그렇게 틀어줬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아이는 내가 옆으로 다가가니 1.5배속으로 맞춘 강의를 다시 후다닥 원위치 시키고 있었다.
"뭐, 엄마가 언제? 엄마는 분명 1.2배속으로 틀었거든!"
순간 접시가 깨질때 나는 목소리가 내 안에서 터져 나왔다. 실망스러웠다. 그냥 좀 빨리 듣고 싶었다고 말을 하지. 아니면 처음부터 오늘은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지 그랬을까? 감동이에게 준 칭찬 도장 두개 중 하나를 반납함으로써 사건을 일단락 지었다. 아이는 그럭저럭 괜찮았을 하루를 날선 엄마 눈치만 보다가 기어이 눈물을 꾸역꾸역 삼키며 잠들었다.
별일은 아니었는데, 그냥 좀 빨리 들을 수도 있었고, 듣고 싶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아이가 솔직히 말하지 않고 거짓말 한 것에 화가 났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거짓말은 사소한 잘못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엄마의 엄격함 때문인 것만 같다. 호된 잔소리가 예고된 분위기로 경직된 아이 마음이 불쑥 거짓말을 불러 온 것이다. 잘못을 조목조목 따지는 나를 빨개진 눈으로 빤히 보며 "네, 네, 네"만 하던 감동이 얼굴이 떠올랐다.
어느날 감동이는 요즘 자기 감정을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자기 진심을 말해봐야 늘 손해란다. 오늘도 감동이는 그냥 "네"라고 대답하면 모든게 빨리 끝날거라 생각하는 표정이었다
그냥 한 번 눈감아 줄 걸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