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다정한 엄마(오늘은?)

(2023.jan.29.)

by 동그라미

아침을 라디오로 시작하는 습관은 오래되었다.


결혼 전에는 굿모닝 FM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지금은 클래식 FM으로 두 딸 아이의 아침을 깨운다. 아침 시간은 대부분 바쁘기에 음악이나 DJ 멘트를 흘려듣게 되지만, 오프닝 멘트 만큼은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리고 이따금 무거운 아침을 환하게 밝혀주는 괜찮은 오프닝 멘트를 듣고 출근하는 발걸음이 경쾌해지는 날이 있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의 하루 오프닝 멘트는 아마도 나의 잠을 깨우는 소리 일 것이다. 카플을 하는 지라 늦을 수 없는 입장이라 아이들을 재촉해야 하는 게 아침의 일이다. 아이들 입장보다는 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 것에 더 집중되어 있다.


반면, 먼저 출근하는 아이들의 아빠는 아이들이 기분좋게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평화롭게 시작하는 것에 꽤 신경을 많이 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노래를 부르거나, 아침부터 텐션을 한껏 끌어올려서 비몽사몽 듣지도 않는 아이들을 웃기려고 노력한다. 그저 아이들이 이런 좋은 아빠를 만나서 다행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이들이 오프닝이 아빠로 인해 산뜻해질 수 있었음을 생각하니 고맙고 한편 반성해야지 싶다.


오늘 아침은 불쑥불쑥 밀려오는 화와 짜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거듭 노력했고, 다행히 큰 화 없이 지나갔다. 히스테리를 부리는 화를 내지 않으려고 순간순간 애썼다. 아이들도 나처럼 조바심내고 '화'란 감정으로 마음을 표출하는 어른이 되지 않게 하려면 내가 변해야 했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엄마!' 어렵다. 늘 내 모습을 촬영해서 육아방송에서 본다고 생각하면 고개가 숙여진다. 아마 오은영 박사는 오늘도 금쪽이 엄마를 나무랄것만 같고, 방송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은 저렇게 신경질적이고 냉정한 엄마라면 숨막힐 것 같다고 악플을 달것이다. 정형돈은 흥분해서 너무 한다고 뭐라 할 것 같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나를 다정한 엄마라 불러준다. 가끔은 화를 엄청 내기도 하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는 좋은 엄마라고 말해준다. 사실은 너희들이 너무 좋은 딸들인데. 언제쯤 제대로 된 육아 에세이를 쓸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아마도 조금은 내가 바라는 엄마의 모습에 가까이 갈 수 있을 때가 아닐까? 용기와 위로를 주는 글을 쓰려면 따뜻하고 긍정적이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먼저 되어야만 한다. 사랑하는 내 아이들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마주보는 엄마가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집을 나섰다.


<에필로그>

정신 없는 출근길을 지나 나는 하루를 이끌어줄 좋은 말을 찾기 위해 김지수 "인터스텔라"에서 멋진 인터뷰 글을 뒤적인다. 그리고 한 문장을 또박또박 못쓰는 글씨로라도 옮겨적으며 시작한 하루는 아무 생각없이 바로 일로 직진한 하루보다는 조금 더 괜찮아 질거란 기대를 해본다.


오늘의 문장은,

"마이노러티의 온유함으로 메이저를 품은 여자들에게서 은은한 기품이 베어 나왔다."

김지수가 <아버지의 해방일지> 작가 정지아를 인터뷰한 내용 중에 쓴 글이다. 굳이 메이저가 되려고 아등바등 하지 않기로 한다. "애쓰지 않아도 우리의 세계는 무궁하게 변화하며 자란다." 최근 어느 동네 책방에서 제목에 이끌려 산 책이다. 이 문장의 방점은 "애쓰지 않아도"에 찍고 싶다. 있는 그대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못하는 것은 쿨하게 인정하고 내 식대로 살아가는 용기가 필요한 요즘이다. 흔들리지 않아야지!

keyword
월, 수, 금 연재
이전 02화다시 원점, 화낸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