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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정서랍 Jan 28. 2024

실전 글쓰기! - 독서감상문

독서의 복습!

어릴 적 독서논술을 배웠다면 매주 빠지지 않았던 숙제, 독후감입니다.

학생들에게 독서감상문을 써오라고 하면 다들 한숨부터 푹 쉽니다. 성인도 예외는 아닙니다. 시간 쪼개서 책을 읽었는데, 글까지 쓰라니요!


독서감상문 작성은 '글쓰기 수업'에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쓰기' 이전에 '읽기'를 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독서감상문은 '읽기'의 복습입니다.


모든 학문의 꽃이 복습이니 독서의 꽃은 독서감상문인 셈이죠.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독서 이후에 잠깐이라도 시간 내서 독서감상문을 써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책을 완독한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동영상 매체가 급부상한 요즘 참 쉽지 않은 일을 해냈습니다. 자, 이제 책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한 복습을 해 봅시다.


독서감상문의 기본적인 구조는 이렇습니다.



제목 (궁금증을 자아내는 제목이 좋습니다.)

이 책을 읽은 이유 (생략해도 됩니다.)

책 내용 요약

느낀 점


보통 제목을 잡을 때 '<책 제목> 독후감'으로 쓰는 사람이 많을 텐데요. 독서감상문도 누군가에게 읽히는 글이라는 것을 명심합시다. 흔한 제목에서 탈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컨대 <마당을 나온 암탉> 독서감상문을 쓴다면, '알, 초록머리, 잎싹 그리고 어머니라는 이름. <마당을 나온 암탉>' 또는 '모성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용감한 답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제목을 정할 수 있겠죠?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생략해도 좋습니다.


독서감상문의 원칙은 3가지가 있습니다.


1.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독서감상문만 보고 어떤 책인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상 독서감상문의 알파이자 오메가입니다. 책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내가 쓴 독서감상문을 읽으면 어떤 책인지 대략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끔 해야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요약'인데요. '내용을 어떻게 요약하느냐'가 잘 쓴 독서감상문인지 아닌지를 가릅니다. 작성자가 책을 얼마나 꼼꼼이 읽었나 판단하는 척도이기도 하지요.


만일 문학작품을 읽었다면 사건 진행 순서대로 추립니다. 이때 큰 에피소드 위주로 묶어서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은 자잘한 사건은 생략합니다.


사건에 반전을 주는 부분강조합니다. 흐름을 뒤집는 '역접속사(하지만, 그러나 등)'인 셈입니다. 독자를 긴장하게 만드는 거죠.


스포일러를 듬뿍 담으세요. 결말까지 제대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읽은 책이 자기계발서나 인문학이라면 챕터가 친절히 나뉘어 있을 것입니다. 땡큐죠! 챕터별로 중심문장(주장)을 쓰고 저자가 제시한 근거(통계 또는 예시)를 활용하면 됩니다.


2. '그냥 좋았다'는 안된다.

주로 열의가 없는(?) 학생들이 억지로 써 온 독서감상문은 '그냥 어땠다'로 끝납니다. 내용 요약을 백 번 잘해도 감상을 쓰는 부분에서 '그냥 이러이러 해서 훌륭한 책이다'라고 끝난다면 독자 입장에선 김이 픽 샙니다. 글 전체가 볼품 없어지기도 하고요.


이유 없는 감상은 절대 없습니다. 좋았으면 어디가 좋았는지, 나쁘면 어디가 나빴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세요. '독서'와 '논술'이 한단어처럼 붙은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책을 읽고도 자신의 논리를 펼칠 수 없는데, 어떻게 독서를 했다고 하겠어요!


문학을 읽었다면 특정 인물에게 감정이입해서 생각해 보세요.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렇게 행동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지 곰곰이 따져보세요.


문장 마침표를 찍을 때마다 '왜'라는 질문을 떠올리는 것이 좋습니다. 최대한 많이 사유하고 적으세요. 내용 요약이 알파이자 오메가라면 감상은 화룡정점입니다. 요약이 형편 없어도 감상만 잘 적으면 B+ 정도는 받을 수 있습니다. 정말로요.




<마당을 나온 암탉> 감상 中

(중략) 이야기의 끝자락에서 잎싹은 족제비에게 '나를 물어라, 나를 물어서 너의 새끼들 배를 불려라'라고 말했다. 내내 잎싹과 싸우던 족제비는 잎싹의 목을 물어 숨통을 끊는다. 과연 잎싹은 어떤 심정으로 족제비에게 목덜미를 내어줬을까? '새끼들 배를 불려라'는 어떤 심정으로 말한 걸까? 아마 잎싹은 족제비에게서 동변상련을 느꼈을 테다. 자신의 병아리는 아니지만, 청둥오리인 초록머리를 키우며 잎싹은 모성애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의 새끼들을 먹이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육을 해야 하는 족제비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테다. 잎싹은 족제비를 이해했고, 족제비도 잎싹의 배려를 이해했으리라. 이 둘은 앙숙이면서도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관계였다. (후략)




인문학은 요약과 감상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굳이 따지자면 요약이 7, 감상이 3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챕터별로 여러 담론이 잘 나뉘어 있습니다. 각 챕터에서 예시로 가져온 사건을 쓰고, 그에 따른 여러 논점을 순서대로 적으세요. 앞서 말했듯, 요약은 여러분이 '얼마나 글을 잘 이해했느냐'의 척도가 됩니다. 요약을 마쳤다면 마지막에 자신이 옹호하고자 하는 담론을 쓰세요. 그리고 자신만

의 근거를 덧붙이면 됩니다. 요약-감상이 꽤 길어지니까 챕터별로 감상문을 쓰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감상 中

제 1장. 정의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문제일까?


요약 파트 - 허리케인이 미국 플로리다주를 강타했다. 무수히 많은 이재민이 생겼다. 집은 모두 산산조각 났고 많은 이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이후 생필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이에 '가격인상은 재난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용한 비양심적 잇속 챙기기'라는 비판과 '자유시장 논리에 따른 합리적 결정'이라는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결국 장사꾼들은 플로리다주의 '가격폭리처벌법'에 의거해 대부분의 금액을 환불했다. 이 해프닝은 '법은 어떠한 역할을 하며 사회는 어떻게 조직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으로 귀결되었다. 또한 '공동선'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후략)


감상파트 - 아담 스미스 말마따나 '보이지 않는 손'이 절대적인 힘을 휘두르며 시장의 가격을 '합리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것은 틀렸다. 합리성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동등한 위치에서 합의할 때만 존재할 수 있다. 플로리다가 쑥대밭이 된 상황에서 수요자와 공급자의 위치가 동등했다고 볼 수 있는가? 만일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아침 모든 택시 요금이 평소의 3배로 오른다고 가정하면, 이 역시 자유시장 논리로 '합리적인 결정'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공급자가 수요자의 상황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다면, 수요자가 겪을 고통 또한 수요자가 치를 비용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 이에 자유시장 논리를 옹호할 수 없다. (후략)




3. 책에 나온 문장을 따라쓰지 않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인용해야 하는 문구를 제외하면, 전부 '내 문장'으로 바꿔서 씁시다. 이는 요약, 감상 파트 모두 적용됩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절대 글을 따라쓰지 마세요. 필사 시간이 아닙니다! 독서감상문을 쓰면서 문장력을 기르세요. 독서의 효과가 2배가 됩니다.


자, 이렇게 오늘은 독서감상문 쓰기를 알아보았습니다. 독서감상문은 정해진 형식에 크게 구애 받는 글은 아니니 각자만의 방식이 있을텐데요. 제가 알려드린 방법과 함께 써보면 더욱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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