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이 없어서 가장 어려운
사실 브런치스토리는 에세이 위주로 쓰는 작가님들이 많기 때문에 에세이 쓰는 법을 작성하기를 많이 망설였습니다.
일단 대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골자로 전해드릴까 합니다. 이제 막 태동하는 브런치스토리 신인작가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에세이는 수필입니다. 수필은 그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습니다. 구어체는 물론이고 줄바꿈이나 높임말/낮춤말 중 어떤 것을 써도 무방합니다.
작가의 색채가 가장 도드라지는 글이죠. 마음대로 주제를 정하고 마음대로 써도 되니 진입장벽은 낮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가장 어렵습니다.
잘못하면 재미 없는 일기가 되고 잘 쓰면 마음을 울리는 훌륭한 수필이 된답니다.
에세이를 쓸 때 꼭 지켜야 할 세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대학교 과제로 '수필 쓰기'를 받았을 때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지적 당했던 부분입니다. 자, 생각해 보세요. 생판 모르는 누군가의 일기를 읽고 싶은가요? 우리는 그 사람이 전혀 궁금하지 않습니다.
친한 친구의 일기는 어떤가요? 조금 흥미가 생기죠? 그 친구를 놀릴 건덕지를 얻을 수도 있고요. 이는 우리가 '서사를 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친구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기 때문에 일기가 공감되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거죠. 반면 전혀 모르는 사람의 일기는 그의 서사를 모르기 때문에 흥미가 동하지 않습니다.
에세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바'를 담는 글이지만 '자기 얘기'에 너무 치중하면 재미가 없습니다. 가정사, 연애사 등을 너무 구구절절 얘기하는 글은 인기가 적습니다. 가령 친구와 싸운 에피소드를 적을 때 엮여있는 인물 5~10명을 모두 설명한다면 초반부에서 독자들이 손을 놓을 확률이 큽니다.
참 이상하죠? '내 얘기'를 쓰기 위해선 '내 서사'를 알려야 하는데 그러지 말라니!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다만 내 서사를 알리고 싶다면 테크닉이 필요합니다. 어떠한 사건을 두고 자신과 거리를 두세요. 나는 관찰자 입장으로 충분합니다. 자신의 감정을 배제한 것처럼 쓰다가 한두문장씩만 끼워 넣으세요.
제가 브런치스토리에 처음 쓴 에세이를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너무 치중하게 되면 결국 글은 또 '구구절절'을 달립니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오열한다면, 물론 그에 감응해서 함께 우는 관객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부담스러워 합니다. (특히 가수의 서사를 모를 때 더더욱!) 에세이도 똑같습니다. 어느 정도 절제가 필요합니다. 내 감정은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그 뿐입니다.
간혹 가정사나 연애사를 다루면서 감정도 마구 집어넣은 글인데 인기가 많은 에세이가 있죠? 단순히 '라이킷 반사' 때문이 아니라, 정말 인기가 많은 경우요!
그 이유는 '공감'입니다. 우리가 유명인의 자서전을 왜 찾을까요? 그 사람에게서 무언가 배울거리를 찾기 위해서죠.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이 뭔가 이룬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감 가는 에세이가 인기 많은 이유도 비슷합니다. 작가에게서 뭔가 동질감을 느껴 위로거리를 찾기 위해서죠. 더 나아가서 그 사람이 나와 닮은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부의 우울증이나 청년실업을 다룬 에세이가 인기 폭발인 이유입니다.
그러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글감을 찾았다고 해서 인기 많은 에세이가 되는 건 아닙니다. '공감에도 퀄리티가 있습니다.'
'초등학교를 다닌 적이 있다'는 문장을 보세요. 모두가 초등학교를 다녀봤기 때문에 공감은 가지만, 흥미는 없죠?
<안나 까레리나>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라는 문장은 어떤가요? 이전 문장보단 훨씬 공감되지 않나요.
즉, 수필은 모든 것을 글감으로 삼을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모든 것을 써서는 안됩니다. 그럼, 글감은 어떻게 찾을까요?
일상적인 생활에서 벗어나세요. 에세이 초보라면 '비일상' -> '일상' 순으로 글감을 잡고 작성하세요. 비일상적인 공간에서 얻는 에피소드는 독특한 경우가 많습니다.
출근하는 직장인이라면 아무 이유 없이 연차를 내고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을 법한 곳으로 가보세요.
자가용이 있다면 그 날은 버스나 지하철을 타세요. 운전할 줄 모른다면 무작정 걸어보세요. 가본 적 없는 카페에 가서 사람들을 구경하세요. 혼자라면 가지 않을 곳들을 혼자 가보고, 함께라면 가지 않을 곳들을 함께 가보세요.
그곳에서 반드시 글감을 찾을 겁니다. 비일상 에피소드를 다루는 데에 익숙해지면 이제 일상 에피소드를 다루세요. 훨씬 수월할 거예요.
자, 이렇게 에세이까지 알아보았습니다. 앞서 말했듯 목차에 에세이를 넣는 것을 많이 망설였는데요. 사실 에세이라는 형식은 비판하는 것이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느낀 바를 자유롭게 쓰는 글인데 '잘 쓴 글, 못 쓴 글'이 나뉜다니... 오만하죠?
그러나 브런치스토리의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과한 여러분은 어느 정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퀄리티를 떠나서 '읽기 좋은' 에세이는 따로 있다는 것을요.
이렇게 8주 과정이 끝났습니다. 별 도움 되지 않는 이론은 빼고 실용적인 요소를 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처음 엮는 연재 브런치북이라 많이 뚝딱거렸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길 바랍니다.
다음주는 논설문, 칼럼 예시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