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 수제 햄버거집 도장 깨기

어떤 스타일의 햄버거를 좋아하세요?

by BOSS


얼마 전 헬스 키친으로 유명한 셰프 고든 램지 (Gordon Ramsay) 버거 매장이 서울에 오픈했고 비싼 가격 (일반 버거는 2만 7천 원에서 3만 3천 원, 스페셜버거는 14만 원)에도 불구하고 긴 줄을 선 모습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육류에 대한 무한애정(?)을 가지고 있기에 햄버거 사랑에 대한 기억이 옛 추억과 함께 떠 올랐습니다.


매년 12월 마지막 2주는 연말 휴가로 쉬기 때문에 11월 중순이 되면 그 기간동안 할 것을 생각해 보고 스케줄을 만듭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던 때에는 따뜻한 곳으로의 여행과 스노우 보드 타는 아이들을 위해 스키장을 부지런히 다녔었는데 아이들이 하나씩 집을 떠나면서 서서히 그 횟수가 줄어들고 이제는 제 노구를 이끌고 스키 타러 가지 않는 한 거의 갈 일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작은 아이가 집을 떠나기 전 마지막 크리스마스 휴가였던 2021년에는 팬더믹으로 여행 가는 것도 쉽지 않았고 뭔가를 해야 하는데 특별히 새롭게 할 것도 없어 조금 답답한 상태였습니다.


크리스마스 며칠 전 작은 아이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았습니다.


"아빠! 얼마 기사에 나온 토론토의 10대 수제 햄버거집 리스트 가지고 계시죠?"

"응, 그런데?"

"한 집씩 방문해서 먹어보는 도장 깨기 할까요?"


음식 만드는 것과 먹는 것을 좋아하는 DNA를 물려받아 특히 한국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을 좋아하는 작은 아이다운 매력적인 제안이었습니다


"알았다. 햄버거집 주소 확인해서 스케줄을 만들어 보자"




마침내 휴가 기간 중 무엇인가를 할 위시 리스트 (Wish List)가 생겼습니다. 크리스마스 5일 전인 20일 오전에 미리 정해 놓은 스케줄대로 점심으로 두 집 그리고 저녁으로 먹을 햄버거 집을 찾아 출발했습니다.


첫 번째 햄버거집은 바싹 구운 패티스타일의 수제 햄버거집이었는데 불고기 맛이 조금 나는 것 같은 그냥 평범한 수준이었고 감자튀김을 특별하게 웨지 스타일로 튀겨내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얇게 바싹 구운 패티가 쉽게 부스러져 먹을 때 잘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고 사이즈가 조금 커서 번과의 밸런스가 잘 맞지 않았습니다. 다음 매장을 향하며 가는 도중 차 안에서 작은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함께 하다 보니 짧지만 이런 트립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udy's 버거 (출처: torontolife)


두 번째 버거 집은 가성비가 무척 뛰어난 집이었는데 패티와 번의 사이즈가 첫 번째 집보다 많이 컸습니다. 그리고 치즈를 제외한 다양한 토핑이 준비되어 있는 샐러드 바가 있어 원하는 야채와 소스로 자신이 직접 조합해서 먹는 방식이었습니다. 가격대비 사이즈가 크다 보니 주위의 공사 중인 다운타운 콘도 건설현장 직원들이 많이 찾아와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매장 안이 북적대고 흡사 한국의 함바집을 연상시키는 분위기였습니다. 평가는 역시 평범한 상태로 질보다는 양을 추구하는 스타일의 햄버거였는데 일반적인 패티보다 지방을 많이 넣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햄버거 집의 경우 시간이 좀 지났지만 앞서 두 번에 걸쳐 먹었던 탓인지 아니면 한계효용의 법칙 때문인지 특별한 맛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결국 관적인 맛을 보고 비교하기에는 하루에 두 곳만 방문하는 것이 적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작은 아이가 그러더군요 '그 금액으로 여기서 먹을 바에야 프리미엄 체인점인 South St. Burger에게 먹는 게 훨씬 낫겠다고'. (South Street Burger는 2005년경에 시작한 캐나다의 프리미엄 햄버거 체인점으로 다양한 종류의 번과 토핑을 선택해서 주문하는 방식으로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사우스 스트리트 버거 (출처: Google)


다음 날은 토론토 다운타운의 꽤 유명한 햄버거집 두 곳을 방문해서 식사를 했는데 역시 패티의 수준이 조금 달랐습니다. 첫 방문한 집은 $30대의 가격으로 앵거스 (Angus) 비프를 사용해 직화로 구운 패티였는데 소스와 부재료들의 조합이 괜찮았습니다. 다만 그 가격대에 비해 번의 상태가 생각보다 좋지 않았는데 먹는 동안 밑에 위치한 번에 패티의 육즙과 야채의 수분으로 거의 젖다시피 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집은 아마 토론토에서 제일 비싼 집이 아니었는가 싶은데 음료는 제외하고 프렌치프라이를 포함해서 50불이 넘는 가격이 나왔습니다. 원래 유명한 스테이크 전문 레스토랑이다 보니 고기를 선택하고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데 가격은 비쌌지만 만족도는 높았습니다. 와규로 만들어 불에서 구운 패티는 맛과 조직감등이 매우 좋았고 치즈와 야채의 선도, 소스의 맛도 괜찮았습니다. 특히 바로 전에 번이 좋지 않았던 매장과 비교하면 번의 품질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그러나 가격의 부담감이 만만치 않아 자주 방문하기는 어려운 단점이 있습니다. 리스트에 나온 나머지 매장들도 방문했는데 그렇게 맛에서 차이 나게 뛰어나고 특이했던 점들은 더 이상 발견하지는 못했습니다.


STK 와규버거 (출처: patch)


저의 햄버거에 대한 사랑은 사실 남다른 면이 있습니다. 한국에 제일 먼저 들어온 외국계 햄버거 체인점은 어느 브랜드였을까요? 가장 먼저 들어온 브랜드는 웬디스 (Wendy's)였고 같은 해에 버거킹 (Burger King) 그리고 몇 년 후 맥도널드, 그 외에 중소 체인업체들이 줄줄이 선보이며 서울 올림픽 후 외국 햄버거 체인점들 전성기를 구가하기 시작했습니다.


맥도널드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해 봄이 되어서야 압구정동에 첫 매장을 열었는데 계획보다 늦어진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프렌치프라이의 국내 공급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외국계 체인 업체들은 본사를 통해 수입한 미국산 감자로 만든 냉동 프렌치프라이를 매장에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햄버거에 들어가는 모든 식재료를 100% 현지에서 공급받아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맥도널드는 국내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을 당시에 프렌치프라이용 감자가 한국에서는 재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순해 보이는 감자에는 여러 가지 종자가 있어 서양에서는 음식의 조리 용도에 따라 맞게 사용하는 감자의 종류도 조금씩 다릅니다. 프렌치프라이에 많이 쓰이는 감자는 러셑 버뱅크 (Russet Burbank) 모양이 길고 수분이 적어 베이킹과 튀김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종류였습니다.


그러나 한국 감자의 주생산지인 강원도에서는 기후가 맞지 않아 재배할 수 없어 변형 종자와 기후가 다른 지역에서 재배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첫 매장의 오픈도 함께 늦어졌습니다. '그냥 미국에서 냉동 프렌치프라이를 수입해서 쓰면 되는데 뭘 그렇게까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전 세계의 모든 매장은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식재료로 현지화해서 햄버거를 만든다는 그들의 원칙이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마 그런 원칙에 의해 세계 물가의 비교 기준이 되는 각국의 빅맥 지수 (Big Mac Index)가 나온 게 아닐까요?


빅맥 지수 (출처: finkrypt)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던 시절 부대의 식당에서는 점심과 저녁식사로 정식 스타일과 두 개의 햄버거를 제공하는 라인이 있었습니다. 쇼트오더 (Short Order) 라인으로 불리는 햄버거 라인은 패티를 그릴에서 직접 구워 배식하다 보니 기다리는 줄이 항상 길었지만 미국식 짬밥인 정식보다는 그래도 먹을만했습니다. 건강에 신경 안 쓰고 한창 먹을 나이였고 햄버거를 좋아하다 보니 얼마 동안이나 계속 먹을 수 있을지 테스트해보고 싶었습니다.


아침식사로는 햄버거가 나오지 않아 점심 저녁식사로 시작한 지 27일째 되는 날 점심까지 먹었는데 그날 저녁에는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고 김치찌개에 밥 생각이 머릿속에 간절했습니다. 드디어 긴 테스트를 멈추고 부대 내에 있는 한국식당에서 저녁으로 김치찌개백반을 시켜 정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캐나다에서는 여름철이 되면 직장에서 바비큐파티를 여는데 그해에는 특별히 주문한 패티로 만든 햄버거가 주 메뉴였습니다. 불맛 나게 잘 구운 패티를 좋아하는 야채와 조합하여 햄버거를 만들어 하나를 먹어보니 맛이 괜찮아 같은 조합에 패티를 두 장씩 넣은 더블데크 햄버거를 만들어 먹었는데 조금 허전한 것 같아 더블데크로 두 개를 더 만들어 먹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직장 동료 중 한 명이 많이 놀란 눈빛으로 말합니다.


'오늘부터 너의 별명은 세븐 데크 패티야'


그날 점심에 제가 먹은 햄버거는 4개, 패티수로는 7장이었고 그날 이후로 회사에서 '세븐 데크'로 불리고 있습니다.


주의: 과도한 육류섭취는 성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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