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탕, 무가당두 클레임은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무설탕 (No Sugar 또는 Sugar Free)은 제품에 설탕이나 다른 당을 일체 넣지 않고 사용하는 모든 재료에도 설탕이나 다른 당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무가당 (No Added Sugar)은 설탕이나 그 외의 당을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사용된 일부 원료들 중 설탕 또는 천연의 당이 원래부터 포함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2010년 이후 미국과 캐나다 식품업계에 'Free'제품의 출시 경쟁이 유행처럼 불어왔습니다. Gluten Free, Egg Free, Fat Free, Sugar Free 등. 패션업계의 올해의 컬러와 스타일이 유행하고 예전에 유행했던 복고풍의 스타일이 다시 등장하며 돌고 돌듯이 식품산업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주로 세계적인 대형 원료 및 소재 생산업체나 이름 있는 식품연구소 (주로 원료업체의 후원을 받습니다)에서 자신들의 신제품 또는 기존제품에 각종 트렌드를 교묘(?)하게 접목시키고 영향력 있는 언론을 등에 업고 발표합니다.
트렌드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제품의 매출과 연결시키는 일련의 작업들은 오랜 기간 동안 계속 반복되어 왔습니다. 이런 트렌드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커지고 확장되어 제품을 생산하는 식품업체에는 마지막에 쓰나미로 밀려와 그 여파로 여러 가지의 Sugar Free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한동안 시달렸던 기억이 납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Sugar Free'라는 클레임을 만들기 위한 기본은레시피나 제품을 구성하는 각 원료에 설탕이 일체 포함되지 않아야 합니다. 또한 제품의 영양분석표에 설탕은 0g으로 표기되고 원료 리스트에도 설탕은 기재되지않습니다.
예를 들어 초콜릿칩 쿠키에 필요한 재료는 밀가루, 설탕, 버터 (또는 마가린), 초콜릿칩, 바닐라향, 베이킹소다, 소금등인데 Sugar Free로 만들기 위해서 설탕은 사용할 수 없고 초콜릿칩도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Sugar Free 타입을 사용해야 합니다. 결국 초콜릿 제조 업체는 설탕이 들어가는 기존 제품 외에 무설탕 초콜릿을 만들고 식품 소재 업체는 설탕을 대체할 신재료를 개발합니다. 또한 컨설팅 업체에서는 무설탕 제품의 레시피와 관련된 기술을 제공 (물론 유료입니다.) 하겠다고 나서면서 하나의 트렌드에 관련된 모든 업체들이 들썩거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원료, 소재, 기술개발에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간이 들어가 만들어진 제품이 마침내 시장에 출시되지만 반짝하다 사라지는 제품이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그 빈 곳은 다음 트렌드로 만들어진 제품이 채우게 됩니다.
다양한 Sugar Free 제품들 (출처: Eat This Nit That)
건강에 안 좋다는이유로 설탕을 빼면대체할 원료가 필요하고식품 첨가물 중에서 가장비슷한 기능을 가진 재료를 찾아 사용하게 됩니다. 결국 문제가 되는 원료를 또다른 문제를가진 알려지지 않은 원료로 단순히 바꾸어 놓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식품원료 중 설탕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재료가 있을까요? 제과, 제빵, 음료 기타 다양한 제품에 빠지지 않고 널리 사용되는 설탕은 단순히 맛 외에도 향미, 조직, 부피, 색조절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인 면보다는부정적인 면이 많아 사용하지 않는 소비자들도 매우 많습니다.
미국과 캐나다의 제품 라벨에 사용원료를 기재하는 규정은 설탕과 다른 당류 (예로 물엿, 꿀, 당밀 등)를 사용된 양에 따라 각각 별도로 표기하였으나 2016년 이후 새 규정은 설탕을 포함한 당을 제공하는 모든 원료들을 그룹으로 표기하도록 변경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품에서 모든 당의 사용량이 합해져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며 리스트의 앞쪽에 위치하게 되어 소비자가 당이 많이 포함된 제품으로 구분하기 쉽게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문제가 되는 설탕을 대체하기 위해 원료업계에서는 다양한 대체 감미료를 개발하고 제품에 사용해 왔는데 이리스트를 기억해 두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아스파탐 (Aspartame)
1981년 FDA로부터 승인된 인공 감미료로써 설탕의 200백의 단맛을 가집니다. 음료나 껌등 단맛 이외의 설탕의 다른 기능을 요구하지 않는 제품에 많이 사용되는데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원료라는 연구자료가 많이 발표되어 여론이 좋지 않은 대체품입니다.
2. 에이시설페임 포타시움 (Acesulphame K)
1988년 FDA로부터 승인받은 인공 감미료로써 아스파탐과 같이 설탕의 200배의 정도의 단맛이며 입에서 단맛을 느낀 후 나타나는 뒷맛을 개선한 형태입니다. 제과 제빵 음료 유제품등 저칼로리 제품과 무설탕제품의 대체품으로써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3. 수크랄로스 (Sucralose)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대체 감미료보다 가장 설탕에 가까운 맛을 보이며 설탕의 400~1000배 정도의 당도를 가집니다. 1998년 FDA에서 승인을 받았고 당뇨 환자에게도 사용을 허가하였으며 사용량을 조절한 스플랜다 (Splenda)라는 브랜드로 소비자 구매가 가능한 제품입니다. 다양한 식품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4. 스테비아 (Stevia)
남미에서 자라는 식물 스테비아 레바우디아나 (Stevia Rebaudiana)에서 추출해서 만든 천연 감미료 스테비아는 설탕의 200~400배의 당도를 가지며 물엿, 고과당, 설탕등의 대체 감미료로 음료 부분에 주로 많이 사용됩니다. 미국에서는 감미료가 아닌 식품 보충제로 분류되었는데 레비아나 (스테비아 엑스트랙트 또는 레바우디오사이드 A)로 변형된 2008년에 FDA의 승인을 받았지만 국가별로 아직도 사용이 허가되지 않은 나라도 많이 있습니다.
5. 슈가알코올(Sugar Alcohols)
설탕으로 만들어진 유기 화합물이며 같은 양으로 설탕의 반정도의 칼로리를 가지며 특정한 과일이나 야채에 함유되어 있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져 가공 식품에 사용됩니다. 다음과 같은 이름을 가지며 무설탕이나 무가당 제품의 라벨에서 볼 수 있습니다.
Erythritol, Maltitol, Mannitol, Sorbitol, Xylitol
종류에 따라 설탕의 50~80%의 당도를 가지며 캔디, 껌, 아이스크림등이나 슈가프리 제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체 감미료입니다.
Oldies but Goodies (오래됐지만 여전히 좋은 것)란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유제품인 버터는 예전부터 비싼 가격문제, 최근에는 동물성 지방과 높은 콜레스테롤로 인한 건강문제로 모든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프랑스 나폴레옹 시대인 1869년 버터를 대체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가린은 싼 가격과 콜레스테롤이 없는 식물성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와 액상오일의 물리적인변형(Hydrogenation)으로 고형화 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트랜스지방의 높은 함량으로 버터보다 더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로 나라마다 법적으로 물리적 변형을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이 문제점을 보완해 물리적 변형 없이 팜오일 (Palm Oil)로 만든 마가린이 대체품으로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원료인 팜오일을 얻기 위해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야자수의 무차별한 벌목과 팜 오일 가공에 동원되는 어린이들의 불법 노동력 착취 문제로 세계적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버터와 마아가린 (출처: Eating well)
상황이 이렇게 바뀌다 보니 소비자들은 보다 자연제품에 가까운 버터를 다시 찾게 되고 사용량이 늘어나며 '예전에는 비싸고 건강에 안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만한 제품이 없네'라는 소비자의 인식이 커지기 시작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새로운 대체품이 시장에 계속 등장하지만 그럴수록 가려져 있던 문제점들이 드러나며 결국 예전에 기피했던 제품으로 회귀하는 웃지 못할 현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