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간밤에 잠이 안 왔다. 디카페인 커피만 마시는 내가 낮에 카페인이 있는 커피를 무려 두 잔이나 마신 까닭이다. 아이를 재운 후 같이 잠들던 평소와 달리 정신이 말똥 해 조용히 안방에서 나와 작은 방으로 가 책을 읽었다. 12시가 넘어 다시 침대에 누워 보았으나, 창밖의 소리만 또렷하게 들릴 뿐이다. 잠이 안 오다 보니 잡생각이 자라났다. 대부분이 '걱정거리'다.
원래 나는 걱정이 많은 성격이다. 여름철 무성하게 자라나는 잡초처럼, 나의 걱정 세포는 뽑아도 다시 자라나고 뽑아도 다시 자라난다. 결혼 전에는 내 몸 하나만 걱정하면 됐지만, 지금은 챙길 가족이 늘어나면서 걱정이 더 무성해졌다. 결국 ‘아이의 배변훈련을 어떻게 해야 될까?’ ‘며칠 전 다친 손가락이 언제나 나으려나?’ ‘출장 중인 남편은 잘 자고 있으려나?’ 등을 비롯해. 집안 정돈 계획, 내일의 업무, 그리고 주말 일정 등의 잡초들이 자라며 나의 밤잠을 방해했다. 그 결과, 지하철에서 꾸벅꾸벅 졸며 출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