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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정여 Sep 04. 2019

구혜선과 안재현 부부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

남편과의 인식 차가 이렇게 컸구나

"반전, 안재현 보살"


남편이 카카오톡으로 구혜선과 안재현 부부의 기사 링크와 함께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디스패치가 두 사람의 문자를 낱낱이 까발린 기사다. 기사를 읽다가 너무 피곤해 그만두었다. 나는 "끝까지 못 읽겠다. 구혜선 불쌍한데. 안재현은 무책임하고"라며 중간까지 읽은 느낌을 전했다. 남편은 그러자 "아닌데"라며 기사에 첨부된 두 사람이 나눈 문자를 캡처해 내게 보냈다. 문자 속에서 구혜선은 안재현을 몰아세우며 아파트 명의를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둘 만의 내밀한 대화가 기사가 되고 또 그걸 돌려보는 우리 부부 역시 한심하지만, 남편과의 인식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사실에 나는 놀랐다. 이런 단상을 글로 남기는 게 당사자, 특히 이번 기사로 피해를 보는 사람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하지만 기사가 나오면서 일방적으로 한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혹시 이런 심정은 아니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하고 싶었다. 두 사람의 일을 나와 정반대로 해석하는 남편에게 특히나.


나는 찬찬히 기사를 다시 읽었다. 기사를 보면 안재현은 남편 말대로 보살이다. 들들 볶는 와이프에게 성을 내지도 않는다. 구혜선은 이혼하자고 했다가, 안 한다고 했다가, 잘 살라고 했다가, 이혼 대가로 돈까지 요구한다. 역시 구혜선을 비난하는 댓글이 압도적이다.


제멋대로 상상했다.

아내는 외롭고 불안하다. 전적으로 아내의 오해일 수 있지만 남편이 다른 여자와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니 무척 힘이 든다. 이혼하자는 데 남편은 너무나 선뜻 그러자고 한다. 남편은 계속 미안하다고 말하지만 그 말이 아내를 더 무기력하게 만든다. 차라리 화를 내지. 아내는 말을 거는데 남편은 대화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혼을 대가로 돈이라도 요구하면 이혼 생각을 접을까.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남편에게 말이라도 해본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내 배우자는 나를 오롯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조차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서 말이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그래서 괴로운 때가 많다. 내 남편 역시 완벽한 이해를 요구하는 아내 때문에 힘든 적이 많을 테다.  


이해라는 것은 성실한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를 이해시켜야 한다. 내가 아프고 슬픈 이유가 무엇인지 성실하게 설명해야 한다. 반대로 사랑하는 사람의 호소를 성실하게 들을 때 두 사람 간의 이해가 깊어진다.


하지만 나는 많은 경우에 왜 나를 이해 못하냐며 화부터 낸다. 아직도 성숙한 어른이 되지 못해서다. 나 같은 사람이 결혼 생활은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스스로 성장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나와 남편이 서로를 기꺼이 이해해 보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 부부의 결혼 생활은 덜컥거리면서도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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