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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을 담는 사람 Mar 15. 2020

사랑받고, 사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간절히 바라는만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는 그쯤, 아빠를 생각하며 많이 울었다. 아빠는 세월을 온몸으로 부딪혀내느라 이곳저곳에서 오래된 소리를 내는데, 세월을 부지런히 쌓은 딸은 무엇 하나 갖춰진 게 없었다. 나의 무능력함에 슬펐다. 이제 제법 컸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당신 품 안에 아이였다.


당신이 내게 부어준 사랑만큼 나는 이렇게 자랐다. 나는 당신으로 이루어졌다. 

세상과 통하는 길은 오직 당신 하나뿐이었던, 캄캄한 어디선가부터 아스라이 들려오던 당신의 언어들이 있었다. 그때부터 당신의 언어들은 내 안에 쌓여 당신과 닮은 말들을 하게 되었다. 세상 빛을 보고 가장 먼저 마주한 당신은 내가 가장 먼저 말한 단어가 되었다. 당신이 내게 건넨 단어들은 나의 입술을 통해 문장으로 흘러나왔다. 


당신이 나를 향해 짓던 미소를 보며, 나라는 사람이 누군가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를 보며 웃을 수 있다는 것은 그랬다. 그 미소가 나를 의미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이를 보며 웃었다. 그에게도 그 의미가 전해졌기를 바라며 말이다.

당신이 나를 꼭 안아주던 품의 온도가 내게 스며들어 나도 누군가를 안아줄 수 있었다. 아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스한 온도였다. 차디찬 얼음 같이 굳었던 마음도 녹여내던 온도였다. 그 품의 온도는 나를 데웠다. 

당신이 나를 보며 흘린 눈물을 바라보며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나를 보며 기쁠 때도 종종 울었고, 내가 안타까워 울기도 했다. 내게 미안하다며 우는 때도 있었다.

이유가 어떻든 당신의 눈물은 나로 하여금 당신을 행복하게 해 주리라 마음먹게 했다.


당신이 쌓은 세월만큼 내가 자랐다. 내 나이만큼 당신이 나의 엄마였고 아빠였다.

앞으로 내 나이가 드는 만큼 당신은 나의 엄마이고, 아빠일 거다. 나는 그렇게 나이가 들어도 언제까지나 당신의 딸이고 당신은 나의 부모님이다. 상상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가 이 세상에서 어떤 접점으로도 만나기 힘든 때가 오더라도 그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당신으로 인해 존재한다는 것을.

당신께 넘치도록 받은 그 사랑을 당신께 흘려보낸다. 당신의 세월을 위로하고 싶다. 나의 엄마, 아빠로 살아주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내 곁에서 나의 엄마, 아빠로 있어주시기를.

나의 삶이 당신으로 인해 빛났던 것처럼, 이제는 당신의 삶을 찬란하게 해주고 싶다.

이렇듯 사랑은 사람을 살게 한다. 오늘도 당신 덕분에 잘 살아내야겠다고 다짐한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아직은 어려운 무게다. 그래서 시간의 정도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사랑의 정도만 생각하기로 했다.

결국은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우리는 분주해짐을 느꼈다. 부지런히 살아가는 이유는 그랬던 것 같다. 어디선가 흘러온 사랑이 내 안에 내려앉은 그때에 나는 생각했다. 당신의 마음이 내 삶의 원동력이라는 것을. 나를 향한 당신의 마음과 신뢰가 나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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