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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작가 May 04. 2023

 강남역 11번 출구 은행나무

너의 환한 미소를 볼 수 있길...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다. 나는 강남역 11번 출구 근처가 집인 은행나무다. 여기 있으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가지각색 표정을 볼 수 있다. 남자친구를 기다리며 설레는 표정이나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만나 반가운 표정 그리고 즐겁게 웃고 있는 표정도 있지만 화난 표정 또는 슬픈 표정도 있다. '왜 저런 표정을 지을까'  생각을 하다 보면 그 사람에게 관심이 생겨서 다음날에도 궁금해진다.


 유독 기억에 남는 친구가 있다. 머리는 항상 가지런히 하나로 묶고 눈이 참 크고  미소가 환한 아이다. 아침에 하늘이를 만나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다. 그 친구가  한동안 열심히 영어학원을 다녀서 거의 매일 봤다. 아침 수업인데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는 부지런한 친구다. 가끔 시험이 있는 날엔 단어를 외우며 종종걸음으로 간다. 그런 상황에서도 하늘이는 항상 웃는 얼굴이다.


그런데 한동안 그 친구를 볼 수 없었다. 그 친구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다. 게다가 사람들이 이번 연도 초부터 다들 마스크를 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몇 명만 쓰고 다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있다. 여긴 워낙 유동인구가 많아서 많이들 부딪히고 복잡한데 다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걷고 있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어서 어색하진 않다. 저번처럼 곧 괜찮아질 거라 생각했다. 근데 전과는 다르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난 그들이 표정을 이제 읽을 수 없다. 다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마스크 때문에 난 그들의 눈만 볼 수 있다. 이제는 눈을 통해 그들이 마음을 읽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이 슬프고 걱정이 많아 보인다. 뭔가 큰 문제가 일어난 게 분명하다. 사람들의 대화를 주의 깊게 들어봤다. 지금 전 세계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많이 힘든 상황이라고 한다. 다들 불투명한 미래 때문에 많이 불안한가 보다.


 '어, 저기 하늘이가 온다.'

정말 오랜만이다.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의 친구들과 함께 있다. 오늘 여기서 모임이 있나 보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은 볼 수 없지만 눈빛은 걱정으로 차있다. 친구들과 얘기하는 걸 들어보니 이 친구는 승무원 면접을 준비 중이었다. 그래서 아침 일찍 영어학원도 열심히 다니며 공부를 했었나 보다. 항상 밝은 미소의 친구였는데 오늘은 유독 어두워 보인다. 대학 졸업 후 어떤 일을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는데 바로 승무원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열심히 면접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승무원 채용이 아예 없는 상황이라서 많이 지쳤나 보다. 그 꿈을 향해 열심히 준비하며 이렇게 왔는데 갑자기 목표가 사라졌으니... 그 친구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항상 미소를 띠며 웃는 얼굴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기력이 없어 보인다.


  이 친구에게 힘이 되고 싶다. 노란색으로 변한 내 모습을 보면 조금 기분이 좋아질까.. 하늘이만을 위한 노란 단풍길을 만들어주고 싶다. 난 열심히 노력한 하늘이가 꼭 승무원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다. 난 이 친구를  온 마음으로 응원한다. 이제는 환한 미소의 하늘이를 만나고 싶다.



감정이입 주제로 2020년 10월 20일에 쓴 글이다.벌써 2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항공사채용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이젠 하늘이의 미소를  곧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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