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은 관객이다.
찐파워, 마라톤 MC 데뷔했습니다. 축하해주세요!
좋은 기회로 지난 주 장수 쿨밸리 트레일레이스 공동 MC를 맡았다.
첫 마라톤 MC로 데뷔한 순간이었다.
시작 전 준비 운동 파트와 더불어 메인 MC 요요 옆에서 조력자 MC를 맡았는데, 결론은 너무 재밌었다.
순간 순간을 즐겼던 기억으로 가득하다!
*아래 영상에서 현장 분위기 전체를 맛보실 수 있습니다!(1분 영상, 유튜브 <찐파워>)
https://youtube.com/shorts/edHA1nRvtAU?feature=share
오늘은 그간 20번의 넘는 무대 경험을 통해 느낀 점 세 가지를 공유하고자 한다.
살면서 많은 무대 경험을 쌓아왔다.
학창시절 사소한 학급 발표부터 대학교 응원단 3년 활동 통한 수많은 무대 경험, 직장 내 발표, 결혼식 사회, 그리고 이번 마라톤 MC까지.
지난 30년 간 내가 쌓은 능력 중 하나는 스피치 능력이다.
그렇다면 원래부터 남 앞에서 말을 잘했을까?
절대 아니다.^^
무대에 서는 걸 좋아했을 뿐 소심하고 부끄러운 평범한 아이였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하러 나가기만 해도 얼굴이 벌게지고 하늘이 빙빙 돌았던 기억이 있다.
소심했던 아이가 많이 성장했다. 여기저기 부딪혀보길 잘했다.
오늘 주제로 돌아와서, 그간 무대 경험을 통해 느낀 점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1.관객들은 긴장하고 있다.
2.아이스 브레이킹의 중요성
3.유대감의 중요성
하나씩 디테일하게 살펴보자.
무대 경험이 쌓일수록 새로운 관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무대 경험이 별로 없었을 때와 내공이 쌓였을 때 MC로서 느끼는 점이 확연히 다르다.
무대 경험이 별로 없었을 때는 무대에 서는 엠씨만 긴장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공이 쌓이면서 그 관심이 ‘관객들의 긴장 상태’로 바뀌기 시작했다.
무대 경험이 별로 없었을 때 일단 내가 너무 긴장되다 보니까 관객들의 심정을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내가 덜 긴장하며 관객 앞에 설 수 있을까’ 가 내 주요 관심이었다.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을 신경쓰며 그들이 어떻게 나를 평가할까 생각했다.
점차 내공이 쌓이면서 긴장감이 확연히 줄어들었고, 지금은 무대에 설 때마다 항상 설레고 즐거운 마음이 크다. 긴장은 거의 안하는 상태.
그러다보니 중요한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어? 관객들이 긴장하고 있네?
그렇다. 주인공은 관객들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았다.
예전에는 무대에 서는 사람만 긴장하고 있을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관객들은 혹여나 본인에게 사회자가 말을 걸까봐 긴장하고 있고, 옆에 있는 모르는 사람과 어색해서 긴장하고 있고, 모든 사람이 그렇듯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더 관심을 쏟고 있었다.
이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부터 엠씨로서의 보여지는 모습보다는 ‘어떻게 하면 관객들의 긴장을 최대한 풀어줄까’ 에 대해 모든 관심을 쏟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걸 위해 필요한 게 바로 아이스브레이킹과 유대감의 중요성이다.
모든 강의나 강연, 행사에서 강조되는 게 아이스브레이킹이다.
요즘에는 너무 흔한 단어다보니 등한시되기도 하지만, 절대 스킵되면 안되는 절대 영역이다.
바로 아이스 브레이킹을 통해서 관객들의 긴장을 가장 쉽게 풀어줄 수 있기 때문.
처음 어떤 행사 현장에 사람들이 모이면 다들 어색어색한 게 당연하다. 그리고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이 때 엠씨의 역할이 사람들의 긴장을 초반에 풀어주는 것이다. 이것이 동반될 때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열게 되고 그렇게 되면 그 이후 행사는 거의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 장수 쿨밸리 마라톤에서도 아이스 브레이킹 차원에서 럭키 드로우 이벤트가 있었는데, 공동 사회를 봤던 MC 요요의 진행이 빛을 발했다. 자연스럽고 유쾌하게 분위기를 이끌어나가서 선수들도 즐겁고 가볍게 럭키 드로우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초반부터 다들 긴장이 조금씩 이완되는 게 느껴졌다.
럭키드로우 이벤트가 끝난 직후에 나 찐파워와 함께하는 준비운동 파트가 있었다. 아이스 브레이킹이 원활하게 진행된 덕분에 사람들이 이미 마음을 연 상태였고 나도 그 분위기에 힘입어 더욱 재밌고 유쾌하게 준비운동을 이끌 수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도 느꼈듯, 어떤 행사든지 간에, 그리고 그 행사 시간이 얼마나 짧든 간에, 아이스 브레이킹은 필수다. 그래야 그 이후 전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다.
아이스 브레이킹을 잘 끝내고 나면 관객들은 마음을 많이 연 상태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로 끝내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행사를 진행하면서 느꼈던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은 모인 사람들끼리 ‘유대감을 형성시키는 것’ 이 행사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지난 사막 마라톤 토크쇼에서도, 그리고 이번 마라톤 MC를 보면서도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이다.
내가 매번 시도했던 것은 단순히 나와 관객의 소통이 아니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어 사막 마라톤에서는 근처에 앉은 사람들끼리 팀을 이루어 퀴즈 게임을 한다거나, 서로 안면을 틀 수 있게 내 자신이 매개체가 되어주었다. 이번 마라톤 준비운동 때에는 옆에 있는 사람과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마주치며 함께 동작할 수 있는 부분을 추가하여 서로 안면을 틀 수 있는 순간들을 넣었다.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서로를 연결시키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이해가 되는게, 어떤 행사든 혼자 오는 사람들도 많기 마련이다. 그러면 더더욱 그 상황을 어색해하고 소심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먼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걸 용기는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친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관객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일 것이다. 가벼운 인사라도 누군가와 나누게 되면 내면의 긴장이 훨씬 완화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무대 경험을 통해서 느낀 점 세 가지를 이야기해보았다.
앞으로 더 많은 무대 경험들을 쌓아나가면서 어떻게 하면 더 현장 분위기를 후끈후끈 달아오르게 만들 수 있을지 꾸준히 연구해보려고 한다.
운동 관련 이벤트 MC, 결혼식 사회, 어떤 형태의 이벤트 사회자라도 기회가 생기면 열린 마음으로 다 시도해볼 예정이다. 무대에 설 때마다 너무 설레고 즐겁다!
[연재 브런치북]
https://brunch.co.kr/brunchbook/zzinpower2
[사하라 사막 마라톤 토크쇼 영상]
https://youtu.be/htFob5wgcs8?si=z_vB7YpOMIDpCCY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