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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 진영 Jun 02. 2021

양적 완화의 함정: 철학적 관점에서


현재의 08년 이후부터 지속되고 있는 미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2017-2019의 잠깐의 금리 상승 기간은 없는 걸로 친다.)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모든 자산의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부동산은 말할 것도 없고 주식은 3200선을 넘어선지 오래다. 양적완화와 테이퍼링은 중앙은행이 경기변동에 대하여 휘두를 수 있는 서로 다른 무기지만, 이 도구들이 가지는 근본 한계에 대해 철학적 논의가 다뤄진 적은 없다. (이는 경제학 전공자들이 사실상 근본적인 한계와 개념적 컨셉을 다루는 철학적 논의에 관심이 없어서기도 하고, 학술문헌에서는 수치가 데이터를 통한 실증이 없으면 의미가 없는 점도 한 몫한다.)


우선 알아듣기 쉽게 비유를 해보자. 한 국가, 세계 경제의 궁극적 목표는 개별 경제 주체들 간의 상호작용 총량을 증대시키는 것이다. 그 현상을 두고 ‘어느어느 나라 경제가 요새 잘나간다.’ 라는 표현을 쓴다. 이렇게 상호작용이 늘어나면 당연히 국가가 거둬들이는 세수도 늘어나지만, 이 상호작용의 증대와 유지 자체가 해당 국가 경제의 궁극적 목표인 경우가 많다.


여기서 양적완화와 테이퍼링의 역할은 개별 경제주체 간의 상호작용이 너무 침체되면 물을 부어줘서 모두가 물장구를 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고 (양적완화), 그러다가 너무 서로 친해져서 상호작용이 증가하면 물을 전체적으로 빼 줘서 물장구를 좀 덜 치게하고 과열된 경기를 가라앉히는 것이다 (테이퍼링). 근데 문제는 해당 국가 경제의 근본적 힘이 줄어들고 있을 때이다. 원래 마중물의 역할은 상호작용이 침체되었을 때 임시 방편으로 쓰는 것이고, 이 상호작용의 증대 과정에서 또 다른 새로운 다음 싸이클의 경제를 이끌어갈 신기술 (과학기술만이 아니라 사회기술, 새로운 제도, 새로운 상호작용의 양상 등)이 발견되고, 발명되고, 적용되는 것이다. 후진국은 선진국까지 올라가는 과정에서 이 다음 단계의 신기술이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 사람의 욕구가 충족되는 과정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준비된 개발도상국은 빠르게 선진국까지 올라간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해당국가의 인구가 전체적으로 줄어들거나, 발전이 될 만큼 되서 다음 단계가 쉽사리 발견되지 않거나, 어떤 커다란 외부충격을 받거나 하는 식의 일이 생기면, 아무리 양적 완화를 해도 이 다음 단계의 신기술이 나오지 않거나, 나와도 다음 싸이클로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이러면 다급한 국가는 더욱더 양적 완화를 늘리고, 그 과정에서 해결책이 계속 찾아지지 않으면 80년대 말 일본처럼 해당국가에 거대한 버블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은 세계경제의 중심국가로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양적완화 과정에서 반드시 다음 단계의 신기술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리콘 벨리에서 새로운 반도체 기술이 나오든, 퍼스널 PC가 나오든, 스마트폰이 나오든, 아이폰이 나오든, 페이스북이 나오든, 메타버스가 나오든, 무언가 다음 단계 신기술이 항상 나올 준비가 되어있다. 그리고 이 다음 단계의 신기술이 해당 국의 경제수준을 다음단계로 이행하게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미국 수준이 아닌 국가의 경제다. 이 나라들 중 경제의 근본체력마저 감소하여 더 이상 답이 없는 나라들이 있는데, 이런 나라들은 아무리 양적 완화를 해도 이런 돌파구가 그 와중에 생성되지 않으며, 마치 끝없는 수렁에 빠지듯 상호작용의 감소 (경제침체)를 탈출하지 못한다. 그렇게 가라앉던 경제는 계속된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로 거대한 버블이 형성된다. 그리고 버블은 10년까지도 갈 수 있지만 (일본), 결국에는 꺼지고, 모든 자산 가격에 끝없는 디플레이션이 발생되게 된다. 그렇게 끝없는 디플레이션은 마치 90년대 일본처럼 ‘집을 왜 사?’ ‘어차피 가격이 떨어질 자산을 왜 사?’ 이런 발언들이 나오게 된다.


결국 정리하면 양적 완화를 퍼부어줬을 때, 그 목적은 개별 경제 주체간의 상호작용을 일시적으로 늘려 다음 단계의 돌파구를 찾는 것인데, 이게 성공하지 않거나 혹은 다음 단계의 돌파구가 마련되어도 경제의 근본 체력 자체가 급속도로 부실해지는 경우는, 이런 긴급조치가 아무 소용없이 일시적인 자산 버블만 일으킨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의 상황이 이렇지는 않은지 한 번 점검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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