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arice Sep 10. 2019

끝나고 쓰는 프롤로그

여행은 타이밍이다.


7월 초부터 준비해서 13일에 출국했으니 약 열흘 준비해서 출발한 셈이다.


7/5(금) 에어캐나다 항공권 결제
7/8(월) ETA 발급, 여행자보험 결제, UBC Summer Camp 결제
7/10(수) 다이소에서 물통, 도시락통 구입
7/11(목) St.george Summer Camp 결제 7/12(금) 첫 숙소인 에어비앤비(4박) 결제
7/13(토) 나리타에 이어 밴쿠버로 출발


그게 가능하냐고,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네 카페에서 수다 떨던 친구가 뜬금 캐나다 보름 살이를 갔다고 하니 주변의 반응은 그야말로 헐!이다. 아마도 1년이나 반년 전부터 준비했으면 항공권과 숙박에서 훨씬 비용을 절감했을 테지만 여행은 타이밍이고 인생도 타이밍이다. 갈 수 있는 기회와 시기가 오면 최고의 가성비를 낼 수 있는 요소들로 구성하여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바로 떠나는 것! 그 마음가짐과 결심만 있다면 우리 가족은 언제든 오케이다.



최소한의 짐만 싸되 먹을 건 넉넉히!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아이들이라 별 걱정은 안 했지만 지치고 힘들 때 제일 큰 힘이 되어주는 보약이 한국음식이라... 최대한 넉넉히 담았다.


나름의 현지 살이 필수 음식,

누룽지: 과자처럼 간식으로 먹거나 끼니가 애매할 때 끓는 물 부어 식사대용

김: 김밥이나 캘리포니아롤을 싸거나 충무김밥처럼 맨 김에 간장 찍어 먹기 (부피가 적어 최고!)

캔 반찬/김치: 냉장고 보관을 안 해도 돼서 여행 막바지 히든카드로 꺼내기 좋음!

한국 과자: 의외로 외국은 과자가 너무 짜고 맛이 없어서 기분전환용으로 한 두 개

상온 우동/떡볶이: 우동은 일식집 외식비용 절감, 떡볶이는 소울 푸드

주먹밥 가루, 인스턴트 국 등 가볍고 부피 작은 아이템들

접을 수 있는 큰 아이스백: 숙소 이동시 냉장고 음식 보관용


가져간 음식 소진하고 비어 가는 캐리어는 현지에서 쇼핑하거나 받은 아이템들로 점점 채워져 갔다.  

캐리어 한 개 에 몽땅 담아간 먹거리들 (왼쪽은 후보자들, 오른쪽은 통과 아이템들&냉장고 대기중인 트래블김치)


준비하느라 고생하는 엄마가 안쓰러웠는지 조용히 엄마 컴퓨터 책상에 용돈 놓고 간 큰 딸


상비약도 종류별로 충분히 챙겼으나 사용한 건 찰과상용 연고와 밴드 정도.

수영복, 충전 케이블, 여벌 옷(추위 대비 집업 후드), 운동화/쪼리/모자, 세면도구 정도면 충분했다.


초등 고학년 방학의 정의 내리기


이제 5학년, 4학년인 두 딸에게 초등학교 여름 방학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여느 부모와 다름없이 나 역시도 여름방학이 다가오면서 방학 일정을 짜는데 마음이 급해졌다. 학원들마다 어찌나 특강이 많은지, 게다가 기존 학원들이 시간을 조정하면서 일정을 다시 짜야하고 중간중간 여러 기관에서 선착순으로 접수하는 방학 특강까지 껴 넣다 보면 평상시보다 방학이 더 바쁘다.

월수금 영어에 화목토 수학에 주말 국어에 틈틈이 운동과 악기도 넣고 중간에 박물관, 도서관 수업도 넣고 경시대회도 한 두 개 들어가고 이러다 보면 방학 일정표만 봐도 눈이 아프다.


그래서 결심이 필요했다.

7,8월 두 달간 모든 학원을 쉬기로 했다.

학원비와 한국에서  생활비 보태서 여행경비로 넣고 비행기 값만 추가하는 형태로 가보기로 결심했다. 보름간의 일정이 끝나고 한에 돌아가면 남은 아이들의 방학기간은 그야말로 캠프와 무료수업으로 채워져서 실상 빈둥거리는 날은 없지만 학원 대신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해보기로 했다. 방학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방학이 끝나고 결론은?

나름 만족스럽다.


농업진흥센터 떡&염색체험

박물관 보물찾기

국립수목원 산림생물 학교


공군과 함께하는 항공과학캠프


국립중앙과학관 STEM 과학캠프


물론 한 달 혹은 1년의 시간을 캐나다에서 보내고 돌아왔다면 훨씬 깊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만큼 포기해야 하는 것도, 감당해야 하는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보름을 보내고 한국으로 와서도 충분히 여름방학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서 다행이다 싶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주차장 가는 길로 나서는 순간! 습한 공기와 마주하자 급하게 다음 방학 일정을 준비하고 싶어 졌다... 끝말잇기 마냥 꼬리를 잡아야 안심이 되는 게 여행의 마침표일 듯!



이전 14화 [Day 14] 여정의 끝자락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