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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종범 Oct 15. 2018

#77. 경쾌한 월요일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2)

허리는 곧추 세우고, 어깨는 활짝고,

보폭은 조금 넓게 구두굽 소리가 들리도록 경쾌하게 걷는 아침. 오늘은 월요일이다.

주말이라는 "쉼"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이 있는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nwa 하태우 지사장의 지론처럼 "월요일은 축복의 날"이 되기를 희망하며 출근을 시작한다.

참조:픽사베이

1년 365일 중 월요일은 53일, 년중 15%에 해당하는 월요일은 한 주간의 일상이 시작되는 날이다. 어떤 일이든 새로운 시작은 설렘과 기대가 있어야 하지만 월요일은 그런 기대를 갖기엔 다소 무거운 날이다.주말이라는 쉼의 시간이 너무 좋아서, 다시 업무 공간으로 출근하는 월요일이 상대적으로 부담스러운 탓 일게다.


20~30대 시절, 직장 생활 초년기가 생각난다.

그때는 일요일 점심시간이 지나기 시작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헛 구역질 증상이 발생하곤 했다. 성남에서 직장이 있는 천마산까지 2시간에 걸쳐 대중교통으로 출근해야 했던 시절, 실험실에 근무할 때였다.

우리 회사 사장님의 출근 시간은 직원들보다 훨씬 빨랐다.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자기 사업에 대한 애정때문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새벽 6시부터 와서 당신(사장)의 근무를 시작하는 월요일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당직자들을 제외하곤 누구도 출근하지 않은 시간 새벽 6시. 직원들은 적어도 7시가 넘어야 출근이 시작된다. 내가 하는 일은 실험실 근무였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사장님과 마주할 일이 많았다. 이른 아침부터 사장님의 폭풍 잔소리와 지적이 시작된다.

그렇게 11년의 시간을 보냈다. 생각해 보면 다 잘되자고 한 일이겠지만 함께 근무해야 하는 나는 정말 힘든 아침을 맞아야 했다. 우리 회사는 염료를 생산하는 정밀화학 업체다. 사장님은 화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일처리 방식을 보면 상황을 좁혀 들어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분이다. 사소한 것 하나도 허투루 넘기지 않는 분이었다. 주로 주말 근무자들이 해 놓은 생산분에 대한 것들을 검토하시고 그에 대한 문제 요소들을 지적하는 것이 월요일의 시작을 알리는 일이었다.

그때는 토요일 1시까지 근무하고 퇴근을 했기 때문에, 그 이후 일요일까지 이어진 생산분에 대한 정보는 월요일이 되어야 파악할 수 있음에도, 나보다 훨씬 앞서서 상황을 파악하고 계신 것이 부담스러웠다. 내가 미워서 그럴까, 나를 내 보내고 싶어서 그럴까... 별의별 상상을 했던 시절이기도 했다.

주말은 쉬라고 있는 건데, 주말에 쉬지도 말고 현장 업무를 파악하라는 이야기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나도 엄연히 가정이 있고, 사생활이 있는데 주말에 현장에서 벌어진 일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사장님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다.

그와 같은 월요일의 일상이 반복되다 보니 일요일 오전 12시가 넘어가면 가슴 답답증이 찾아오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누구라도 그런 사장님을 모시면 다 격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이젠 50대 중반, 시간이 많이 지나서 그런지 그때의 일들이 추억 속의 한 페이지로 남았지만, 사회 초년기 11년의 월요일은 축복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다.

이랑이 고랑 되고, 고랑이 이 된다는 말처럼 , 지금은 그때와 상반된 월요일을 살고 있다. 일요일 오전 12시가 넘어가도 가슴 답답증은 없다. 월요일 아침도, 가기 싫은 발걸음을 옮기는 일은 더더욱 거리가 멀다. 축복의 월요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대와 즐거움으로 시작하는 월요일인 것은 분명하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사의 길을 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월요일만 그렇지는 않지만 그래도 일을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 여유로운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어서 감사한 아침이다.

 

이른 아침 거울 속에 비친 나에게 하트를 날리는 아침,

출근 복장을 갖추고 현관 앞에서 다시 한번 머리를 가다듬는 여유의 아침,

마치 무대 위에서 워킹을 하듯 경쾌하게 걷는 모델같은 아침.

그런 월요일 아침이라면 한 주간의 시작점은 꽤 괜찮은 시작인 셈이다.


출근길, 까치 소리를 들은 탓일까, 반가운 손님이 오셨다. 지난주 브랜드 미에서 만났던 한국 인성교육개발원 박수연 원장님과 이슬안 부원장이다. 하이인재원 최부장님과, 나 그리고 귀한 손님 두분과 함께 유쾌한 점심을 끝내고 다시 금산연수원으로 가기 위해 수서역으로 향한디.


월요일 오후 3시 수서역.

부산으로 가는 SRT 343 열차의 출발 안내 멘트가 흘러 나온다. 이제 나를 기다리는 교육생들이 있는 곳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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