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보냈는데 곧 도착할 거라는 연락을 받았다. 생일도 아니고, 연말도 아닌데 무슨 선물일까?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외출하고 돌아오니 집 앞에 놓여진 택배. 이게 웬일인가? 우리 집에서 사라지고 없는 밥상이다. 두려움이 현실이 된 순간이다.
나는 한때 밥상 수집가라도 되는 듯 여섯 개의 밥상을 소유했다. 그중 제사상으로 사용해도 될 법한 큰 밥상은 집들이 때를 제외하면 꺼낼 일이 없어 늘 부담스러운 물건이었다. 큰집을 떠나며 물건에 끼워 두 개를 떠나보냈고 가장 큰 밥상은 시댁으로(시댁에서 실제 제사상으로 사용 중이다.), 작지만 가벼운 밥상은 엄마 집으로, 나머지는 지인들에게 나눠주었다. 좌식생활이 없고 예전과 달리 손님이 없는 우리 집에 밥상 펼 일이 없으니 지금껏 불편함이 없었다.
시골집에서 고운 자태를 뽐내는 수국이 그려진 밥상을 보고 그림인 줄 알고 감탄했다. 그걸 놓치지 않고 보내 준 시동생 마음이 이뻐서 고맙고 행복했지만 밥상 자체는 난감했다.
1:1 법칙을 지키는 요즘, 마음이 고마워 사용할 방법을 찾고 있지만 아무리 뒤져도 버릴 게 없고 좌식 밥상으로는 사용할 일이 없어 여전히 고민 중이다.
1:1법칙 : 새로운 물건을 구매든, 선물이든 집으로 들어올 경우 집에 있는 물건을 하나 버리는 나만의 규칙이다.
비우는 삶을 살고 있음을 주변에 알리기
이사 온 후 친구가 집들이 선물이 고민이라며 연락이 왔다. 왜 비우는 삶을 살아서 아무거나 사다 줄 수 없는 불편함을 주느냐 투정했다. 친구는 아빠가 보내준 꿀이 많았고, 나는 꿀이 필요했으니 선물이 선물답게 마무리되며 둘 다 만족이었다.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주변에 알려야 한다. 친절이 불편함이 되지 않도록, 상대의 마음을 온전히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알리지 못한 내 불찰이다. 보내준 밥상을 사용할 방법을 찾으면 시동생에게 상황을 공유해야겠다. 밥상... 마음이 이뻐서 사용하고 싶은데 버릴 것이 없다.
밥상. 널 어떻게 할까?
비우는 삶 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