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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멈추는 시간

by 감사렌즈

명상 중, 눈을 감았다. 숨을 고르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그런데, 마음속은 고요하지 않았다. 생각들이 쉴 새 없이 떠오른다. 해야 할 일들이, 걱정들이, 지나간 일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내 머릿속에서 조랑말 한 마리는 여기저기 뛰어나닌다. 그 바쁜 마음을 따라가려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지 못했다. 10분이 지난 줄 알았지만, 시계를 보니 1분도 지나지 않았다. 너무 조급했던 건지, 아니면 생각들이 너무 바쁜 걸까?


일상이 떠오른다. 매일 아침, 하루가 시작될 때마다 해야 할 일들이 쌓인다. ‘9시까지 헬스장에 가야 한다’, ‘점심을 먹고 나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린다’. 하지만 세운 계획은 자꾸 어긋난다.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계획은 언제나 현실보다 높은 곳에 있었다. 매일 똑같은 일들이 반복된다.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 거야'라며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하루를 마치고 보면 여전히 같은 문제에 부딪혀 있다. 내가 세운 계획은 때때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너무 높고 큰 목표였음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런 생각들이 아이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침 시간에 아이들이 소파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나는 양치하고 밥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며 불편한 감정이 밀려온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불안한 감정은 점점 커져갔다.


그러다 문득, 아이들에게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부모로서 아이들의 시간을 계획해 주는 것이 옳은 일일까, 아니면 스스로 시간을 관리하도록 두는 것이 맞을까? 너무 조급해하는 내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에게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기보다는, 그저 '미래'를 향해 가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처럼 멈추고 생각을 해봤다면,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하루를 되돌아보니, 시간을 쫓아가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기로 했다. 처음에는 5분이라도 멈추는 것이 불안하고 낭비처럼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그 순간, 주위의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 그 위를 미끄러지듯 날아가는 새들, 바람에 살랑거리는 나뭇잎들이 하나하나 눈에 들어왔다. 너무 빨리 지나가는 시간 속에서 놓쳤던 것들이 떠올랐다. 고요한 순간에 자연의 소리가 귓가에 울려왔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내는 소리, 새들이 날아가는 소리가 점차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갔다. 내 마음도 점차 고요해졌다. 그렇게 나는 몇 분간 그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쉬었다.

시간이 지나 보니 지나친 순간들을 다시 되돌아보았다. 너무 빠르게 지나간 시간 속에서 숨이 차고, 모든 게 서둘러 보였다. 이대로 계속해서 시간을 쫓기만 한다면, 결국 지금의 순간을 놓치고 말 것이다. 이제는 그만 멈추고, 시간을 쫓지 않기로 했다. 5분, 10분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려 한다. 그것이 중요한 일들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서 느낄 수 있는 작은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기로 했다.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앞으로도 바쁘게 하루하루가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조금씩 멈추고, 현재를 느끼기로 결심했다. 그 속에서 여유를 찾고, 더 이상 미래만 쫓지 않기로 했다.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지금을 살아가는 법을 배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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