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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Aug 24. 2022

갑상선암 수술

아들이 다니는 회사에서 복지 차원에서 직원 부모 중 한 사람에게 종합의료검진을 해준다고 알려 주었다. 몇 달을 미루다가 7.16일 선릉에 있는 건강검진센터를 방문했다. 그동안 의료보험공단에서 하는 검진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검사들이 몇 개 있었다. 그중에서 갑상선 초음파는 평생 처음으로 해보았다. 원래 종합검진 결과는 수검자들이 많아서 한 달이 지나야 알 수 있다. 그런데 필자는 원래 다니던 병원에 필요해서 초음파 결과만 미리 받아보았다. 여러 초음파 소견 중에서 갑상선에 결절이 2개 있다는 소견과 함께 전문의 검진을 받아보라는 내용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초음파를 해보면 성인의 절반에서 결절이 발견되지만, 조직검사를 하면 대부분 양성이고 약 5% 정도가 암이라고 한다.


어찌 됐든 8.5일 양재에 있는 갑상선 전문의를 찾아서 정밀 검사를 받았다. 8.16일 나온 조직검사 결과에서 좌측 결절(0.9cm)이 유두암으로 진단되었다. 결과를 들으러 병원에 갈 때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의사 선생님의 입에서 암이라는 설명이 있자, 일단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오랜 세월 정신과 육체의 건강에 대해 글을 써온 필자로서는 암에 대한 나 자신의 대응이 그동안 심사숙고해온 인간의 정신과 생각에 대한 깊은 탐사를 할 수 있는 커다란 기회로 인식되었다. 특히 나의 몸이 내 소유물이 아니라 나에게 맡겨진 관리대상이란 평소 인식이 강화되었다. 이러한 생각의 변화가 깊은 마음의 평화를 주었다. 오히려 걱정해주는 주변 사람들을 안심시켜주기가 어려웠다.


어떤 연유인지 모르지만, 몸의 일부에서 비정상적인 세포가 발현했다는 사실은 나의 삶의 어떤 부분이 균형 잡히지 않았을 수도 있다. 또한 갑상선암은 두경부가 방사성에 과다 노출되면 생길 수도 있다. 17년 전에 큰 교통사고 후 목부분 CT 촬영을 많이 한 적이 있는데, 혹시 그것 때문일까 하는 쓸데없는 추측도 해보았다. 어찌 됐든 운 좋게 수술일정이 쉽게 잡혀서 8.24 오늘 오후에 갑상선 절반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평생 처음 들어와 본 수술장은 신기했다. 무엇이 있나 둘러보고 있는데 마취 선생님이 마취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깨어보니 벌써 수술이 끝나 있었고 회복실에 누위 있는 나를 느꼈다. 지금은 전신마취 때문에 폐에 찬 가스를 배출하고 폐세포들을 돕기 위해 간호사의 안내대로 열심히 심호흡을 하고 있다. 수술하는 동안 일시적으로 진행된 기계호흡을 원래의 호흡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수술 후 회복실에서 의식이 들었을 때, 처음 한 행동은 조용히 목소리를 내 보았다. 다행히 목소리가 유지된 것 같아서 기뻤다. 사실 8.31에 중요한 강의가 예정되어 있는데, 수술 후유증으로 목소리에 문제가 있으면 강의를 취소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술 전에 의사 선생님 말로는 초음파상으로는 결절이 성대 신경과 붙어있어서 수술 도중 신경손상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결과는 수술이 잘되어서 신경이 잘 보존된 것 같다. 잠시 후 회진 온 의사 선생님에게 감사를 드리고, 속으로 신경 세포들에게도 수고했다고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이제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으니, 금번 수술로 계속 수리하고 관리해야 할 신체 항목이 하나 늘어났다. 그동안 60년이나 나에게 갑상선 호르몬을 생산해주고 떠난 수술로 절제한 부분에 대해서도 그동안 수고했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번 수술 경험을 통해서 영혼과 육신의 연결에 대해 더욱 깊이 느꼈다.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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