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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풍 Jul 30. 2020

대체 고기

청정 고기(클린 미트) 등

사람들에게 식량은 중요한 생존 수단이다. 약 1만 년 전에 인간이 동굴 속에서 살면서 수렵을 통해 살던 방식을 떠나서 농경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여러 종류의 야생동물을 가축으로 순화시킨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동물을 손쉽게 식량으로 사용하기 위하였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 77억 명의 인류가 엄청난 양의 공장형 동물 사육 및 도축으로 인해 심각한 환경파괴, 항생제 남용으로 인간 건강에 대한 위협, 그리고 동물에 대한 잔인한 학대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세계 모든 인류가 채식하지 않는 한, 고기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증가한다고 한다. 인간의 육식 선호와 급격한 인구증가가 동물들의 삶을 끔찍한 상황으로 내몰고, 지구 환경을 해롭게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따라서 사육 고기에 대한 대안으로 다양한 대체 육고기가 연구 및 개발되고 있다. 그리고 동물 유전자 편집을 통해서 슈퍼 근육질 소와 돼지 등이 계속 연구 및 일부 시판되고 있고, 슈퍼 근육 돼지가 국내에서도 이미 2015년에 실험에 성공했다. 개발 및 시판 중인 대체 고기로는 배양 고기(클린 미트), 식물 고기, 곤충 고기, 공기 단백질 등이 있다.     


식물 고기는 콩고기, 밀고기, 쌀 고기 등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서 고기의 맛이 나도록 만든 고기이며 식물 고기, 가짜 고기, 인공 고기라고 불린다. 단, 고기 맛을 내기 위해 첨가되는 화학물질의 조미료로 인해 가공식품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2020년 2월 롯데리아가 최초로 식물성 패티와 빵, 소스로 만든 햄버거인 ’ 미라클 버거’를 출시했다. 그리고 오뚜기는 10가지 채소로 국물 맛을 내는 채식 라면인 ’ 채황‘을 선보였다.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가장 열심히 연구 중인 대체 고기는 배양 고기이다. 배양 고기는 실험실 공장에서 동물의 세포를 배양해서 생산하는 고기로 현재 미국, 유럽 등지에서 소 스테이크, 삼겹살, 햄버거 패티, 미트볼, 핫도그, 치킨 너깃 등이 성공했고, 10~20년 이내에 거의 모든 고기에 대한 배양 고기가 생산과 판매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곤충 고기는 곤충을 활용해서 고기의 맛과 형태를 만든 고기로 현재는 개발 단계이다. 그리고 공기로 만드는 단백질이 있다. 공기 중의 탄소와 미생물만 사용해서 고기의 주성분인 천연 단백질을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기술이 성공해서, 일부 기업들이 동물 사료용으로 시판에 들어가기도 했다. 공기 단백질은 콩에서 추출한 단백질보다 2배나 많은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 대체 고기는 1960년대 우주인의 생존 식품 연구에서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동물보호 운동가인 폴 샤피로(Paul Shapiro)는 <클린 미트-동물 모두를 구할 대담한 식량 혁명'(Clean Meat-How Growing Meat Without Animals Will Revolutionize Dinner and the World, 2018년 출간>을 통해서 배양 고기를 통한 미래 식량의 비전을 제시한다. 2035년 경에는 소고기의 95%가 사라지고, 기존의 동물 사육과 도살 방법을 대신해서 실험실 고기이자, 새로운 청정 고기인 유해성이 제거된 클린 미트가 일반화될 것임을 전망한다. 미국의 스타트업계에서 가장 유망하고 차세대 식량혁명인 세포 농업의 발전 상황과 전망을 알려준다. 세포 농업이란 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서 고기 등을 만드는 방법이다. 인간이 기존에는 동물 우리에다 동물들을 '가축화'했다면, 미래에는 동물의 세포들을 실험실 공장에서 ‘제2의 가축화'한다는 의미이며, 이론적으로는 소의 세포 하나가 전 세계에 깨끗한 식량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동물의 복지증진, 동물 사육 시 항생제 등 피해 감소, 조류독감 방지, 도축 시의 분변오염에서도 해방 등 인간의 건강증진에 기여, 온실가스 배출량 축소를 통해 지구의 보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상과학의 이야기가 바야흐로 현실화의 목전에 와있다. 저자는 2014년에 바이오 스타트업인 ’모던미도'를 방문해서 배양실에서 생산된 클린 미트 스테이크를 시식한 바 있다. 전 영국 수상 처칠은 1931년에 <50년 뒤의 세계>라는 글에서 "우리는 가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키우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절한 배양액 내에서 부위별로 닭을 키우게 될 것이다"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현재 지구에는 사자가 4만 마리가 있다면, 가축용 돼지는 10억 마리, 코끼리가 50만 마리에 비해 가축용 소는 15억 마리, 펭귄이 5,000만 마리라면 닭은 500억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이는 지구에 사는 척추동물의 상당수가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지 못한 채 호모 사피엔스라는 한 동물에게 지배받고 있다”라고 책의 서문을 쓴 유발 하라리는 지적한다. 2013년에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33만 달러 지원으로 세계 최초로 소의 줄기세포 배양을 통한 '햄버거용 패티'가 마크 포스트 박사의 주도하에 런던에서 소개되었다. 지금은 기술 혁신으로 동일 패티 생산 단가가 11달러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2015년 미국 업체인 멤피스미트는 세계 최초로 배양 미트볼을 생산해냈다. 생산비는 1,200불이 들어갔다. 햄턴크릭사는 2017년에 청정 닭고기와 프랑스식 오리고기인 푸아그라를 만들었고, 생산비 저하를 통한 상품화에 애쓰고 있다. 특히 스테이크를 먹고 싶으면, 실험실 공장에서 소 전체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간단하게 스테이크 부위별로만 생산한다는 점이다.


세계 인구가 현재는 77억, 그리고 2050년에 약 100억 명에 도달한다고 하며, 현재의 육식문화가 지속된다면, 엄청난 식사용 동물을 공장형 축사에서 키워야 한다. 현재도 미국에서만 매년 소 3,500만 마리, 닭 90억 마리 이상을 도축한다. 축산업에는 엄청난 자원이 소모된다. 닭 1마리가 식탁에 오르려면 약 1,000 갤런의 물이 소비된다고 한다. 또한 모든 교통수단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가 축산업에서 배출된다. 앞으로 배양 고기의 생산 가격을 시장 수준에 맞도록 낮추는 문제가 남아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청정 고기(클린 미트)가 시장에 나오게 되었을 때, 소비자들이 이를 기꺼이 구매할지와 정부 규제와 기타 행정상의 절차 통과 문제가 남아있다. 유전자 조작 식품(GMO)을 꺼리는 소비자들이 과연 세포배양 식품에 대해 반발이 있지 않을까라는 문제이다. 세포 농업 스타트업들은 향후 청정 고기가 대규모 실험실 공장뿐만 아니라, 마치 소규모 양조장처럼 가정에서도 배양할 수 있다고 본다. "참치, 호랑이, 소, 돼지 등 어떤 동물이든 줄기세포를 티백 형태로 판매하여 부엌에서 편안하게 나만의 고기를 키울 수 있습니다(과학자 마크 포스트 박사)".     


언젠가는 도축장이 박물관에 전시될 것이라고 본다. 청정 고기가 현재는 햄버거, 핫도그, 미트볼, 치킨너깃 정도는 성공했지만, 청정 고기에는 혈관이 없어서 티본스테이크처럼 두꺼운 조직의 고기는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과도기적으로 식물성 고기와 청정 고기 간의 하이브리드 제품 출시도 가능하다고 전망한다. 한편 새로운 식량개발을 애쓰는 또 다른 분야는 무세포 농업이 있다. 이는 효모, 세균, 조류, 진균 등 무생물을 활용해서 우유, 달걀, 콜라겐 단백질을 대량으로 만들어 낸다. 유전자 조작(GMO) 방식은 아니고, 개선된 발효 방식으로 불린다. 세포 농업이 세포를 원료로 사용한다면, 무세포 농업은 세포를 이용할 뿐이다. 이미 무세포 농업  방식으로 소 없는 우유와 요구르트, 그리고 단백질 비율을 높이고, 살모넬라균이 없는 달걀을 만든다. 실험실 고기에 대해 반대하는 축산업 관계자들에 대해 저자는 이미 우리가 먹고사는 많은 식품들이 유전자 조작 방식에 의해 생산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당수의 축산업과 육류 생산 업체들이 청정 고기 생산에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등 변하고 있다. 클린 미트가 일반화되어 동물의 사육이 불필요하게 될 가능성에 대해 "생명으로 존재하지 못한 동물의 고기를 먹는다는 것이 차라리 생명체로 잘 키운 다음 빨리 죽이는 것보다 과연 윤리적인가"라는 철학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현재는 찬반양론이 있다고 한다. 책에서 언급한 세포 농업 기술의 혁명적인 변화를 생각하면, 언젠가 인간에게도 이 기술이 적용될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깊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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