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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오사카에서 파이어족이 되다.

(09) 일본에서의 직장생활과 투자 04

'600만 엔(약 6000만 원)으로 수수료등을 다 포함해서 오사카에서 집을 샀다고?'


실제로, 한국의 가족을 포함하여 지인들에게 자주 들은 말입니다.


병원 기숙사에서 나와 오사카에서 수도요금 포함 월 3만 엔(약 30만 원)원룸에서 출퇴근하며, 병원일이 손에 익었을 무렵 한국어 관련 일은 물론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저렴한 중고주택을 찾아다녔습니다.


원래 주 5일 근무에, 6개월 때부터 발생하는 유급휴가 덕에 주 3일을 쉴 때도 있었기 때문에 집을 보러 다니기에도 편했습니다.


대신 병원 사무직 중 원무과에 속해있었기 때문에 월말과 월초는 쉬는 날에도 출근을 하여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잔업수당도 발생했기 때문에 저는 일을 해도 돈을 벌어 좋았고 쉬어도 할 일이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전 편에 말씀드렸듯이 부동산에서는 새집을 권유하는 경우가 많았고, 가격대와 마음에 드는 중고주택을 찾는다는 것이 보통일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제가 집을 찾아보고 있던 오사카의 경우 신축주택은 대부분 2층건물구조에 약 25~30평 정도(약 80~100제곱미터)였으며, 가격은 2,500만 엔(약 2억 5천만 원) 내외였습니다. 


여기에 일본의 부동산은 매매가격의 약 10% 정도가 수수료등으로 인한 추가비용이 발생한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신축구매 시 대략 2800만 엔(약 2억 8천만 원)은 필요했습니다. 만약 당시 30년간 금리 약 1.5%로 대출을 받아, 2500만 엔(약 2억 5천만 원) 정도 하는 집을 구매했을 경우 30년간 매달 약 8만 6천 엔(약 86만 원)씩 갚아 나가야 합니다. (일본의 부동산중개 사이트의 계산식을 인용)


'빌릴 만 한데?', '월세랑 크게 차이가 없네?'라고 생각하고 빌렸다면 저는 아직도 열심히 대출을 갚으며 살아가고 있겠네요.


이에 대해 신축주택을 구매하면 세금공제 혜택등이 있으니, 손해보지 않는다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구매한 집에서 평생 생활 한다고 가정할 경우, 보수, 수리비용이 필요한 것은 중고주택과 크게 차이가 없고, 고정재산세, 화재보험 및 지진보험의 비용은 더 많이 발생합니다. 여기에 30년 후, 구매가격 대비 부동산가치를 계산해 보면 하락률 역시 신축이 훨씬 더 크다는 숨은 진실도 있습니다만, 이를 알려주는 은행도 부동산업자는 없습니다. 그저 '월세를 냈을 뿐인데, 30년 후에는 당신은 집을 공짜로 얻는 것과 같은 행운아가 되는 것이에요!'라고 이야기를 할 뿐입니다.


만약에  550만 엔(약 5500만 원)의 중고주택을 더 낮은 변동금리로 10년간 빌렸다고 하더라도 매달 갚아 나가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저는 이러한 부채 그 자체가 싫었습니다. 물론, 그사이에 일본의 주택 대출금리가 더 내려갔기에 매달 갚아나가야 하는 금액은 더 적어지고, 550만 엔(약 5500만 원)을 투자를 했다면 투자수익이 주택 대출금리보다 훨씬 높으니 이득입니다만, 미래예측을 누가 가능하겠습니까. 거꾸로 경기침체기로 투자 수익률이 나빴다면 심리적 압박감은 상당했을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들은 최근의 기억과 현상, 그리고 그 데이터로 미래를 판단하기 십상입니다. 당장 2024년 올해만 놓고 봐도 일본 사람들이 말하던 금리가 없는 세상이 이제는 금리가 있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비용을 다 합쳐서 부동산 가격이 600만 엔(약 6000만 원)이면 '귀신 나오는 집인가?''하자가 있는 집이 아닌가?''수리가 안된 집인가?''아주 작은 집인가?'라고 생각하시지 않으신가요?


실제로 당시에 300~500만 엔(약 3000만~5000만 원)에 나온 중고주택들이 수리가 안된 채로 매물로 나와있었습니다. 그런데 1년 정도 쉬는 날이나 반나절 근무일에도 부지런하게 발품을 팔며 집을 찾아다닌 덕을 본 걸까요? 전체 수리를 마친 2층 중고주택이 급매로 나와 550만에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거기에 수수료등을 전부 포함해서 600만 엔(약 6000만 원) 정도였던 것입니다. 참고로 제가 구매한 집의 첫 판매가격은 1080만 엔(약 1억 8백만 원)에서 시작해서 780만 엔(약 7800만 원), 그리고 가격협상불가라는 조건과 함께 550만 엔(약 5500만 원)까지 가격이 내려왔습니다.


1층은 약 10.5평 2층은 8평이었는데, 아주 오래된 집이라서 베란다의 반을 이용하여 목욕탕을 만들었기에 실제 사용공간은 20평 정도였습니다. 방금 말씀드렸듯이 베란다의 반을 이용해서 욕실을 증축했기 때문에 욕조를 매일 이용하는 일본사람들은 평면도만 보고 외면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집 앞의 도로는 차가 지나갈 수 있는 도로이기는 하지만, 도로 주변의 모든 집들이 집 앞에 자전거를 세워 실질적으로는 차가 지나갈 수 없는 도로였고, 집에 주차공간도 없어서, 자동차가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제외를 했던 부동산이었던 것입니다.


여기에 돈이 급하게 필요했던 집주인은 가격을 두 차례나 내렸지만, 위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급매물임에도 바로 팔리지 않았고 그 덕분에 저에게까지 찬스가 왔습니다. 


저는 한국사람이라서 매일 목욕이 아닌 샤워가 당연했기에 욕실 위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이처럼 베란다에 증축한 욕실의 창문에 비치는 밤하늘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바라보면 노천온천처럼 느껴졌기에 전혀 단점이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도 지금도 자동차를 구매할 예정은 없기에 당연히 집을 구매할 당시에도 도로사정과 주차장은 집을 구매함에 있어서 고려할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집이 팔리지 않은 두 가지 이유는 저에게는 거꾸로 저렴한 부동산 가격대를 만들어준 행운으로 작용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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