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뜻한 선인장 Mar 28. 2021

너는 왜 항상 머리를 긁니?

내가 나에게 가장 미안할 때



''써니!''


리쉬케시에 있는 나마스테 게스트 하우스에는 8개의 방이 있었고, 요가와 명상을 하러 지구별 어딘가에서 날아온 8명의 사람들이 머물고 있었다. 오고 가며 나눈 미소 담긴 인사에 우리는 자연스레 친해졌다. 점심을 간단히 만들어 먹고 공동주방에서 나오는데

오두막에 있던 제임스가 나를 부른다.


''갠지스강에 물놀이 갈 건데 같이 갈래? 다른 사람들도 같이 간대:)''


''오. 정말? 좋아:)''


게스트 하우스에서 지내는 모두가 모인건 처음이었다. 어디서 왔는지, 리시케쉬는 왜 온 건지, 아쉬람들의 요가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지 등등. 태어나 처음 듣는 신세계 이야기들을 휘둥그레 듣다가 갑자기 '찰싹'하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 깜짝 놀라게 만든 소리를 낸 마크를 쳐다봤다. 특유의 평화로운 웃음이 담긴 얼굴로 하는 말.


''개미가 갑자기 물어서 털어냈어;) 근데 그거 알아? 큰 개미들한테 물리면 더 아플 것 같은데 사실은 이렇게 조그마한 개미가 더 아프다ㅋ''


''맞아. 맞아. 작은 개미가 진짜 아파. 빨간 개미도 그렇고..ㅋ''


요가와 명상, 인생 같은 심오한 이야기들을 나누더니

갑자기 자연스레 우리들의 대화 주제가 '개미'와

'무언가에 물리는 것'으로 옮겨갔다. 지구별엔 참 다양한 개미와 물린 사람들이 있구나 싶었다. 잠잠히 이야기를 듣다가 갑자기 콧웃음이 나왔다. 나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블랙위도우인지 블랙 버튼인지 하는 거미에 물려 죽다 살아나 봤기 때문이었다.


'쳇. 개미쯤이야. 개미가 쓰라리긴 하지. 근데 독거미가 최고다. 아직 뱀이나 전갈한텐 안 물려봤지만

암튼 개미는 독거미한테 쨉도 안돼.'


작은 개미들의 이야기를 평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내가 물린 독거미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근데...  마크는 저렇게 작은 개미한테 물렸는데도 바로 알아차리는데... 나는 독거미에 물렸을 때도 그렇고, 심지어 뇌출혈 걸렸을 때도 언제나 몰랐었네...

몸에 좋다고 운동하고, 건강식품 다 챙겨 먹고선 정작 내 몸이 하는 소리는 하나도 못 듣고...  진짜 바보였네...'


그렇게 나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작은 개미 이야기들을 나누는 친구들을 묵묵히 바라만 보며 그동안의 나를 되돌아보고 있었다.


사회생활을 처음 하면서 나는 '건강도 능력'이라는 소리를 심심치 않게 들었다. 그러나 막상 일을 시작하면 도대체 그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도무지 감이 잘 오지 않았었다.


마음이 먼저인 봉사활동도 능력인 것 같았고, 커닝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라고 하고, 좋은 부모, 인맥을 가진 것도 능력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늘 부족한 것만 같은 능력 강요 사회에, 건강까지 능력으로 따지나 싶어서

야박하게 느껴진 게 사실이었다.


건강을 챙기고 싶고, 그럴 마음이 있어도 막상 먹고살려고 하다 보면, 제시간에 세끼 꼬박 먹을 수 있는 시간, 여유롭게 산책하고 운동할 수 있는 여유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몇 퍼센트의 한국인이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일까 싶었다.


그런데 인도에 오면서 읽은 오쇼 라즈니쉬의  속에 짧은 이야기 하나를 발견했다.


한 소년이 계속 머리를 긁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그것을 보고 소년에게 물었다.

''얘야, 너는 왜 항상 머리를 긁니?''
소년은 답했다.



이전 17화 시바신도 모르고 갠지스강을 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