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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Mar 27. 2021

시바신도 모르고 갠지스강을 갔다

리시케시 마을 한바퀴



리시케시 마을 여행을 시작한다. 리시케시는 히말라야 산맥 아래쪽에 자리한 산골짜기 마을로 갠지스강을 사이에 두고 양 옆에 사람들의 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강을 사이에 두고 떨어진 이 두 마을을 연결해주는 것이 바로 두 개의 다리, '락시만 줄라'와 '람 줄라'이다.





세계의 수많은 관광객들과 수행자들을 끌어모으는 마을이니 만큼 다리가 클 것이라 생각하지만 어른 4명 정도가 지나가면 꽉 찰 정도로 작은, 보행자를 위한 다리 같았다. 그 좁은 다리 위에는 어느 날에는 자동차만 한 황소가 멀뚱히 서있는 날도 있고 원숭이 가족이 나와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거나 천 길 낭떠러지 아래서 빨랫줄에 매달린 빨래처럼 묘기를 부리기도 한다.






사람들이 많은 도시들보다 히말라야 산맥들과 더 가까운 강물의 상류를 따라가다 보면 은빛의 반짝이는 모래밭이 펼쳐진다. 신나게 래프팅을 즐기거나 조용히 흐르는 물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 같은 강물이라는데 바라나시에서 봤던 갠지스 강물과 리시케시에서 보는 강물 색도, 분위기도 무척 다르다. 요가와 명상을 끝나고 나면 친구들과 함께 갠지스강가의 모래밭에 앉아 가만히 누워 있기도 하고, 바라나시와는 달리 아무 망설임 없이 강물에 뛰어들어 수영을 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강의 상류 쪽과 반대로 강의 하류를 따라가다 보면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세상과 가까워진다. 거리에는 알록달록한 열대과일을 사이에 둔 흥정소리가 가득하고, 어쩌다 조용한 골목길을 걷다 보면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면 나무 위에 있는 원숭이들과 눈을 마주친다.


리시케시의 갠지스강을 따라 계속 내려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크고 작은 신성한 장소들이 있다. 귀여운 소 한 마리와 나란히 놓인 작은 석상 두 개가 놓인 자그마한 성소도 있고, 바라나시처럼 커다랗게 종교인들이 의식을 치르고 목욕을 하는 커다란 성소도 있다. 그렇게 갠지스강 하류에 '람줄라'라는 리시케시의 두 번째 다리가 놓여있다.






락시만 줄라가 있는 상류 지역에는 요가나 명상을 하러 온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있는 반면, 람줄라 근처의 강 하류 지역에는 힌두교와 시크교 의식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인도인과 관광객이 많다. 이렇게 락시만 줄라와 람줄라 다리 두 개를 따라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리시케시의 마을 탐방도 끝이 난다.





작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관광지이기 때문에 길을 걷다 보면 여러 번 마주치는 사람들이 생긴다. 한 번 인사를 한 사이라면, 하루에도 두 번은 마주칠 수 있는 신비의 길들이다. 어느 날은 요가 언니의 남자 친구와 두 번이나 마주쳤다.


"헬로~ 써니!"


만트라가 울려 퍼지는 거리 사이로 어디선가 크게 내 이름이 들리기에 쳐다봤다니 언니와 인도인 남자 친구가 나를 보며 웃고 있다. 그렇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분홍색 길을 따라 산책을 하다, 돌아가는 길에 또다시 들려오는 인사. 언니의 남자 친구의 눈을 보고 있으면 인도 사람들은 눈이 커서 사람도 잘 찾나 싶은 생각이 든다. 자기 가게에서 짜이라도 한 잔 하고 가라고 해서 쪼르륵 따라 들어갔다.


락시만 줄라 다리를 넘어가기 전, 북적이는 골목길 사이에 있는 작은 보석가게. 몇 가지 가죽 가방과 예쁜 돌. 원석. 보석... 그가 건네준 따뜻하고 달달한 짜이를 마시며 언니와 만난 이야기, 한국과 인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가게를 둘러보다 그림 하나에 시선이 멈췄다.





"저거... 그림이에요 사진이에요??"


손가락이 가리키는 그림을 보던 그.


"그림이야. 내가 그린 그림."


"우와. 진짜요??"


한동안 뚫어져라 쳐다봤다.


"누군지 알아?"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여기서 매번 마주쳤는데... 바라나시 강가에서도 봤고, 갠지스강 근처에서 특히 더 많이 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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