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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뜻한 선인장 Mar 31. 2021

카르페디엠, 오늘은 어떻게 사는 거지?

No tommorow Only today

리시케쉬에 오면 읽으려고 오쇼 라즈니쉬의 책을 가져오긴 했지만 인도에 오기 전 나에게 인도에 대한 가장 많은 생각과 환상을 심어준 책이 있었다면 그건 류시화 시인의 책들이었다.


‘지구별 여행자’,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수많은 구절들에 밑줄을 그었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은 문장이 있었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살면서도 언제나 어제와 내일을 이야기한다. 신이 창조한 날은 단지 오늘뿐이란 말이오. 어제와 내일을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오.‘


어릴 때부터 좋아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카르페 디엠, 오늘을 살아라’라는 말이 나왔고, 류시화 시인님의 책에서도 지금, 이 순간을 사는 것에 대한 의미를 말했지만 오늘을 산다는 것,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지금을 산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오늘을 살면서도 갸우뚱하던 질문이었다.


리시케쉬에 머무는 동안, 나는 유카를 따라 락시만 줄라 근처의 아쉬람에서 요가와 명상을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운동은 꾸준히, 몸이 피곤하거나 힘들어도 매일매일 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요가 언니가 말해준 것처럼 몸의 소리를 들으려 노력했고 몸이 너무 피곤하거나 힘든 날은 요가를 하는 대신 푹 쉬었다.


몸이 원하는 대로, 필요한 대로 요가를 하러 아쉬람에 가던 어느 날, 생각보다 일찍 도착한 나는 아쉬람 주변의 상점들을 구경했다. 작은 액세서리 가게에 들어가 아기자기한 돌멩이와 이로 만들어진 목걸이나 팔찌를 구경하다, 문득 파랗고도 하얀 미묘한 하트 모양의 돌멩이 펜던트에 눈길이 멈췄다. 다른 돌멩이들을 보다가 다시 돌아와 하트 돌멩이를 만지작 거리는데 어느새 주인아저씨가 맞은편에 서서 묻는다.





“신기한 색이죠? 마음에 들면 사세요.”

“예. 신기하네요. 돌멩이를 하트 모양으로 만든 것도 예쁘고요. 얼마예요?”


사실은 살 생각은 전혀 없었다. 신기하고 예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매까지 연결되는 법은 없으니까. 이런 내 마음도 모르고 아저씨는 당당하게 가격을 제시했다.


“300루피요.”


인도에서 물건을 살 때 초반에는 워낙 가격을 부풀려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나는 그 가격을 믿지도 않았을뿐더러, 친구들이 이것저것 사는 것을 옆에서 구경한 기억을 되살려봐도 터무니없는 가격 같았다.

애초에 살 생각도 없었기에 가격 흥정 없이 바로 대답했다.


“안 살래요.”


그런데 이 아저씨, 계속 가격을 흥정하려고 하신다. 이 가격이면 정말 살 수도 없는 돌이라고 하면서 가격은 왜 자꾸 깎으시는지... 결국 300루피하던 하트 돌멩이는 어느새 100루피까지 내려갔다. 마침 주머니에는 딱 100루피가 있었지만 못해도 20여분을 설득하시는 아저씨의 장사 수완에 마음이 약해졌다. 혹시라도 정말 300루피인데 괜히 나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됐다.


“그럼요 아저씨...  저 여기 리시케쉬에 다음 주까지는 있을 거예요. 내일 다시 와서 300루피 드리고 살게요.”


그런데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진지한 눈빛으로 아저씨가 단호하게 한마디 말했다.


“No tomorrow, Only today."


내일은 없어. 오직 오늘만 있을 뿐. 우와!!!! 류시화 시인 책에서 봤던 말을 여기 이 곳, 인도에서 인도 사람에게 나도 똑같이 듣게 되다니!!!


과연 나도 그런 경험을 할 수 있을까를 고대하며 인도에 왔건만 책 속에서 봤던 말을 직접 듣게 되는 순간,

전율이 돋으며 갑자기 장사꾼 아저씨가 한 분의 구루로 보였다. 돌멩이가 하트 모양이든 파랗고 하얀색이든

나에겐 더 이상 상관이 없었다. 그 말을 들려준 것만으로도 100루피를 드릴 이유는 충분했다. 파랗고 하얀 하트 모양 돌멩이를 손에 쥐고 아쉬람을 가면서 내 마음속에선 혼자서 계속 중얼거렸다.


“No tomorrow Only today"


다음날. 어김없이 아쉬람을 가는 길, 어제 목걸이를 산 작은 액세서리 가게를 지나가고 있었다. 텔레비전을 보고 계신 아저씨의 모습이 가게 밖으로 보이고 혼자 그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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