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에 맞지 않은 차가 스님 다우에게 좋은 차이길 바라며
가끔 스님 다우에게 차를 보낸다. 스님은 나와 연배가 비슷해서 다우로 격 없이 편하게 지내는 사이이다. 온라인 카페 활동으로 인연을 맺어 십 년이 넘게 다연을 이어가고 있다.
스님 다우에게 보내는 차는 귀하고 비싼 차가 아니라 내가 마시는 차를 나누는 정도이다. 내 입에 맞지 않아 잘 마셔지지 않는 차를 모아 두었다가 어느 정도 양이 되면 보내고 있다. 내게는 소용이 닿지 않지만 스님에게는 즐겨 마시는 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은 소도시에서 작은 절을 운영하며 가난하게 사는 분이다. 그 스님의 절에 봄가을이 되면 찾아오는 수행승들과 차를 나누어 마신다고 한다. 스님 다우는 음식을 먹을 때 수행하기 위해 몸을 잘 건사하도록 가리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스님 다우는 차를 대할 때도 입에 맞는 차를 탐하지 않도록 마음을 쓴다고 한다. 스님은 가끔 내게 차를 보내기도 하는데 귀한 차라고 선물을 받았다고 한다. 그 차는 수행자가 마시기에는 과분한 것 같아서 어울리는 사람에게 보낸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동안 모아두었던 차를 보내면서 내 입에도 맞는 차도 한 편 넣었다. 값비싼 차를 보내면 스님은 한 수 더 떠서 챙겨 답을 하는 분이라 비싼 차는 아니다. 스님과 오래 다연을 이어가려면 주어도 주는 마음 없이, 받아도 받는 마음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적한 소도시 작은 마을에 포교당에서 피어나는 차향과 함께 다담도 향기로울 것이다.
내게는 소용이 닿지 않아도 스님들과 도반들에게는 감로차가 되기를 바란다.
무 설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