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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mon LA Apr 07. 2023

푸어오버 vs 핸드드립, 뭐가 다를까?

푸어오버와 핸드드립 차이

Q: 핸드드립은 알겠는데 푸어오버는? 푸어오버에 중요한 포인트는? 일본 핸드드립의 문화를 만든 칼리타와 하리오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지? 푸어오버와 핸드드립 과연 다를까?


A:핸드드립과 푸어오버의 차이점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더니 상당히 의견이 엇갈립니다. 다르다고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고, 같다고 설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럴 땐 유래와 역사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작점을 알면 조금 더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쉬워지죠.



Q:푸어오버는 뭘까? 어디서? 누가?

A: '푸어오버(pour over)'란 사전적 의미로는 '쏟아붓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니 푸어오버 커피라는 것은 물을 분쇄된 커피에 쏟아부어서 내리는 독창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푸어오버와 핸드드립 커피가 한국이나 일본, 서양에서 고급 커피로 인기가 있는 것은 기존의 커피메이커나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놓칠 수 있는 신선하고 풍부한 풍미와 아로마를 제대로 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푸어오버는 언제, 누가 시작했을까요? 무려 19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독일의 아멜리에 아우구스트 멜리타 벤츠(Amalie Auguste Melitta benz) 여사는 여과기에서 우려낸 커피가 과도하게 추출되어 지독히 쓰고, 커피가루가 그대로 씹히는 것에 불만을 느꼈습니다. 이 시대의 커피는 터키에서 전해져 커피가루와 물을 같이 끓인 후, 커피 가루가 가라앉으면 마시는 방식이었으니 지독히 쓰기도 하지만 가루가 씹히는 것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여기에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중, 우연히 아들의 공책을 보고 커피 찌꺼기를 거를 수 있는 여과지의 아이디어를 생각해 냅니다.



멜라타 여사는 집에 있는 놋쇠 통에 구멍을 뚫고 아들 공책을 한 장 찢어 여과지로 끼운 후, 그 안에 커피가루를 넣어 뜨거운 물을 부었더니 이게 웬일입니까? 커피 찌꺼기도 걸러지고 커피맛이 훨씬 나아진 거죠. 이것이 바로 푸어오버 방식의 기원이 됩니다. 커피와 물을 함께 끓이던 방식에서 물을 처음으로 분쇄된 커피에 부어 투과하는 추출방법을 만들어 낸 것이죠. 


여담이지만, 캠핑을 갔는데 필터 여과지를 깜빡한 거예요. 어쩔 수 없이 가져온 물품을 뒤져보니 그나마 쓸 수 있는 것이 키친타월 페이퍼. 어쩌겠습니까. 커피는 마시고 싶고 도구는 없고, 그냥 이걸로 원시적으로 내려 마시면서 멜리타 여사를 생각했죠. 그래도 맛있더라고요. 자연에서 느끼는 커피맛은 또 다르더군요.


아무튼, 1908년 6월 20일 멜리타의 커피필터는 독일 특허사무소에서 승인을 받았고 그 해 12월 엠 밴츠(M.benz)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합니다. 멜리타의 푸어오버는 1930년대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우리에게 친숙한 원뿔 모양은 다양한 시험을 통해 1950년대에 출시된 것입니다. 시대를 보면 알 수 있지만 멜리타여사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모두 겪습니다. 때론 사업이 전쟁 통에 순탄하지 않았지만 멜리타의 영향력은 국제적으로 퍼져나갔고 '커피추출 방법'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역사적 발명가가 되었습니다. 


멜리타 드립퍼와 여과지

시중에서 판매되는 멜리타 드립퍼와 여과지입니다, 자세히 보면 박스 겉면에 멜리타 여사의 로고와 푸어오버라고 쓰여 있는 문구 보이시죠.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멜리타 여사는 이 발명품을 통해 지금은 위대한 여성 발명가 중 한 명으로도 꼽히지만 문명사의 위대한 인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커피 애호가인 저는 무조건 존경을 표합니다. 커피역사의 유관순 여사급이라고 해두고 싶군요.





Q: 푸어오버에 중요한 포인트는 뭐지?

A: 푸어오버는 취향에 따라 쉽게 조절할 수 있지만 필요한 기본 도구와 내리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난 후, 자신의 취향에 따라 응용하면 됩니다.


푸어오버 브루잉에 필요한 기본적 도구는 필터 여과지, 그라인더, 드립퍼, 드립용 주전자가 필요합니다. 온도를 정확히 재고 싶다면 온도계도 갖추는 것도 좋겠지만 자꾸 내리다 보면 온도에 대한 감각이 생겨요.


드립퍼와 필터: 드립퍼를 도자기나 유리로 사용할 경우, 온도를 급작스럽게 낮추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 전 뜨거운 물로 한 번 헹구어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종의 예열, 워밍작업이죠. 물의 온도를 애써 맞추어 뒀는데 도자기나 유리의 차가운 성질로 추출 온도를 변화시키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커피는 온도에 상당히 예민하니까요.


그라인더: 푸어오버, 핸드드립 커피를 좋아한다면 그라인더를 따로 구매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커피의 분쇄도와 신선한 원두는 맛있는 커피를 내리는 데 필수 요건입니다. 분쇄된 원두를 구입하면 커피 아로마가 오래 보존되지 않아 풍미도 그렇고 커피 본연의 맛을 잃을 수 있습니다. 푸어오버 커피가 쓰다면 분쇄도를 조금 더 굵게 해 커피맛을 조절하는 것도 하나의 팁. 푸어오버의 분쇄도는 통깨 정도의 크기가 적당합니다. 


그라인더를 구입할 때 팁은 분쇄도 폭이 넓어야 합니다. 에스프레소용으로 가늘게도 갈리고, 푸어오버용으로 굵게도 갈리는지 확인해야겠죠. 브랜드와 가격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해요. 


물: 좋은 물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건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수질이 다르니 알아두면 좋습니다. 깨끗한 물, 정수, 생수 등 다양한 물로 같은 커피를 내려 보시면 알게 됩니다. 신선한 원두를 구입했는데 커피가 맛이 없다면 물을 바꿔보는 것도 좋겠죠. 저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데 수질이 좋은 곳은 아니거든요. 커피 내릴 때, 절대로 수돗물로 내리지 않아요. 정수기나 생수를 주로 사용합니다. 만약에 청정지역에 살고 있다면 샘물을 퍼서 커피 내려도 좋지 않을까요. 물에 대한 개념은 이렇게 그냥 마셔도 신선하고 좋다면 커피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물로 이해하면 됩니다.


물과 커피 비율: 일반적으로 약 1:16 비율이 가장 좋습니다. 커피 한 잔의 경우 커피 21g에 물 320g이 적정량이 됩니다. 


물의 온도: 물의 온도는 완벽한 추출의 열쇠입니다. 화씨로는 205도 정도, 섭씨로는 96도 정도가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강배전인지, 약배전인지에 따라 물의 온도를 조금 높이거나 낮추면 산도와 단맛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약배전은 조금 높은 온도 93~96도, 강배전은 살짝 낮은 온도 90~92도 정도.



Q: 일본 핸드드립의 문화를 만든 칼리타와 하리오는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지?

A: 칼리타 회사는 1958년 도쿄 니혼바시에 최초로 설립됩니다. 지금은 카페라고 하지만 그 당시는 다방이라고 하는 찻집이 성행하면서 업무용 커피기기를 제조판매하기 시작해 그 후 차츰 가정용 커피 기기와 필터를 만들어 판매하면서 유명해졌습니다. 업무용은 회사만 알지만 가정용 커피 제품들을 만들면서 일본 전역에 커피문화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죠. 칼리타는 일본의 커피문화의 초석을 마련한 회사로 유명해요.


하리오 회사는 1921년 10월 30일 창업. 2021년 창업 100년의 역사를 기록한 하리오는 유리제조업체로 시작했습니다. 하리오가 커피 관련 제품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79년, 그러니까 칼리타보다 21년 늦게 커피 산업에 뛰어든 셈이죠. 현재 인기 있는 드립퍼 V6 드립퍼는 2005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미국에서 처음 판매된 것은 2009년이라는군요.


하리오 V60


어떤가요? 역사적으로 보니 푸어오버와 핸드드립은 같은 것이라고 생각되나요? 다른 것이라고 생각되나요? 역사와 유래를 알면 이렇게 핸드드립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맥락은 짚을 수 있게 되죠. 



Q:푸어오버와 핸드드립 과연 다를까?

A: 지금은 미국에 살고 있지만 일본에서도 꽤 오래 살았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살아서 이 3국의 커피 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핸드드립을 처음 접한 건 일본 유학생 시절이었죠. 1990년대 후반이었는데 그때 핸드드립 커피를 처음 마시고 문화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전까지는 인스턴트커피를 주로 마셨는데 바로 딱 끊었어요.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주는 카페(다방)들이 꽤 많았던 것도 충격. 그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이런 커피를 접하기가 어려웠거든요. 


2000년 후반에 한국에 슬슬 핸드드립이 유행하기 시작했죠. 그때 핸드드립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 찾기가 쉽지 않아 안국동부터 시작해 핸드드립을 한다는 다양한 곳을 찾아다녔는데 그리 많지 않아 결국 핸드드립 도구를 사서 집에서 직접 내려 마시곤 했습니다. 


지금은 미국. 여기는 스타벅스 천지예요. 물론 다른 브랜드 카페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스타벅스가 압도적으로 많죠. 미국에서 핸드드립을 내려주는 카페가 있으면 어김없이 찾아가 봅니다. 그렇게 찾아가 보니 메뉴판에 'POUR OVER'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여기서 또 한 번 문화충격. 푸어오버 커피를 주문하고 어떻게 내리는지 지켜보았습니다. 그랬더니 핸드드립과 같은 방법인 거죠. 


서두에 푸어오버 역사를 먼저 썼을 때, 눈치채셨나요? 핸드드립은 '푸어오버'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푸어오버가 일본에 들어가 '핸드드립'이 되었고 한국은 일본에서 커피 문화가 들어가다 보니 '핸드드립'이라는 용어에 더 익숙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미국의 영어로 된 다양한 정보들을 찾아보면 푸어오버와 일본의 핸드드립을 동일시하는 기사가 많습니다. 일본의 정보들을 다시 찾아보니 핸드드립의 역사는 프랑스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늘날 1회용 필터를 사용한 핸드드립은 독일 멜리타 여사에서 시작되었다는 기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한국의 다양한 자료들과 유튜브는 '같다'와 '다르다'가 나뉩니다. 


면밀히 따지자면 다른 면이 있기 있죠. 칼리타 드립퍼만 봐도 그래요. 멜리타는 추출구가 하나라 뜨거운 물을 부으면 커피원두에 물이 머무는 시간이 길고 느리게 빠져나갑니다. 그런데 칼리타는 부채꼴 모양의 드립퍼에 추출구가 3개나 있고 거기에 주름 같은 리브가 있어 물이 순조롭고 빠르게 커피가루를 통과해 내려갑니다. 그러니 물을 여러 번 부어 추출할 수 있는 것이죠. 칼리타는 '칼리타식'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커피를 맛있게 내리는 방식을 일본인 입맛에 맞게 만들어 낸 것입니다.  


고노의 드립퍼는 원추형으로 추출구가 하나이지만 멜리타와 다르게 구멍이 커, 물이 빠르고 순조롭게 내려갑니다. 핸드드립 초보자에게 많이 권해지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물 내리는 연습을 많이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괜찮은 맛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요. 


하리오 드립퍼는 어떤가요? V60 드립퍼 추출구는 크게 하나, 나선형 리브로 굳이 가늘게 물을 천천히 내리지 않아도 순조롭게 흘러 내려갑니다. 지금은 브랜드 별로 하나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드립퍼를 만드는 것이 추세이기도 하니 앞으로 어떻게 더 변해갈지는 미지수.


이제 여러분은 푸어오버와 핸드드립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푸어오버의 물줄기는 굵게 아무렇게나 부어도 되고, 핸드드립은 정성스럽게 부어야 하는 것이 차이점일까요? 서양제품과 일본제품의 차이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푸어오버와 핸드드립은 같다고 봅니다. 굳이 따지자면 뿌리는 하나이나 문화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핸드드립의 시작점은 독일이지만 이 푸어오버 방식이 각 나라로 전해지면서 그 나라만의 독특하게 추구하는 커피맛과 방법이 생긴 것이라고 봐요. 일본,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장인정신이 뿌리 깊다 보니 무엇을 하나 정하면 대충 하는 법이 없습니다. 장점은 그대로 전수되고 고수되는 것이 많아 일본만의 기술이 생기는 것이고 단점은 한 번 정하면 좀처럼 변화하기 어려워 혁신이 어려운 나라이기도합니다. 물론 이런 문화에는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한 미국인이 일본에 가서 푸어오버 커피를 주문합니다. 그런데 그 준비과정과 핸드드립을 내리는 것을 보고 문화충격을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결국 미국에 하리오나 칼리타 등의 푸어오버 도구들을 역수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기사였죠.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 푸어오버 제품들은 일본 브랜드가 꽤 인기가 있습니다. 대부분  '푸어오버' 도구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습니다. 



커피라는 게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푸어오버이든 핸드드립이든 필요한 도구를 마련해 기본적인 요소, 즉 좋은 물, 온도, 커피 분쇄도만 잘 맞추면 가지고 있는 드립퍼에 맞추어 물을 한꺼번에 붓든, 나누어 붓든, 천천히 붓든, 느리게 붓든 여러 번 실험을 해보고 자신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커피 내리는 방법을 찾는 것, 이것이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이전 07화 에티오피아 커피의 모든 것, 에티오피아 커피원두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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