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유방암을 진단받고 이런 것을 준비했습니다
유방암을 치료하기 위해서 어느 병원, 어떤 의사가 가장 좋을까 고심했습니다. 원하는 병원과 원하는 의사에게 진료받으면 가장 좋지만 현실은 그리 녹녹지 않았습니다. 대학병원이나 큰 병원에 예약을 하려고 전화를 걸어보니 적게는 두 달, 길게는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어차피 기다려야 한다면 예약을 걸어두고 나에게 적합한 병원과 의사를 찾자는 심정으로 웬만한 병원에는 다 전화를 걸어 예약을 걸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병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들의 평도 확인하고 유방암을 실제 치료받은 사람들의 의견도 직접 들었습니다.
유방암은 다행히 다른 어떤 암보다 표준치료가 잘 되어 있어 유방외과 전문의가 있다면 안심하고 치료를 받아도 된다고 1차 병원 선생님은 "아무 곳이나 정말 괜찮아요" 하시더군요.
요즘 유방암은 다른 암과 비교해 예후가 좋아 5년 생존율이 90% 이상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15년 재발이 10% 정도 나오기 때문에 장기 추적관찰이 필요한 암이기도 합니다. 실제 같은 허투양성(HER2+) 유방암이 10년 전에 발병해 지금까지 추적관찰 치료를 받고 있는 지인이 있습니다. 이런 걸 보면 10년이라는 긴 세월을 주치의와 함께 보내려면 신뢰할 수 있는, 그래도 환자에게 친절하고 따뜻한 의사 선생님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엄격히 따지자면, 5년, 10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죽는 날까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개인적인 치료 목표이기도 하고 유방암에 걸린 환자들 모두의 바람이겠지만요.
저의 주치의 선생님은 매사 긍정적이고, 호탕하셔서 매번 만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환자인 저는 언제나 불안한 마음과 두려운 마음으로 병원을 방문하는데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주치의를 만나서 긍정적인 말 한마디에 용기와 위로를 얻을 때가 많았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선생님 저 죽나요?(1차 병원 선생님은 정말 가망이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셔서)" 이렇게 물었더니 "죽기는 왜 죽어. 당연히 낫지. 함께 잘 극복해 봅시다"라고 해 주셔서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의사 선생님이 좋을까요? 저는 1차 병원에서 3기 말(암사이즈가 5cm 이상, 전이는 아직 모르는 상태)로 판정을 받았지만 큰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는 암 사이즈가 줄어 2기(암 사이즈가 5cm 이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왼쪽 가슴에 11시 방향과 1시 방향에 두 개의 암 덩어리가 있어 선항암을 한 후 수술하는 스케줄을 받았습니다. 항암 결과가 좋지 않으면 유방을 완전히 도려내는 전절제(유방 전체를 도려냄) 수술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수술 경력이 많은 전문의가 필요했습니다. 일단, 스케줄이 빨리 되는 병원을 정하고, 같은 병원 안에서 수술경력이 길고 환자들의 평이 좋은 선생님을 선택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한 번 정해지면 같은 병원 내에서는 의사를 바꾸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아주 어렵다고 봅니다. 수술하면서 같은 병실에 입원한 옆 환자의 이야기만 들어봐도 주치의에 대한 불만이 컸습니다. 환자가 질문하는 걸 너무 싫어하신다며, 결국 의술적인 불신보다 친절하지 않은 게 매번 스트레스가 된다고 하더군요.
같은 유방암이라도 유방암 0기인 환자와 3기, 4기인 환자는 항암, 수술, 방사선 등의 치료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환자 상태에 따라 조금 더 신중히 의사를 선택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어떤 분은 자신이 계획하고 알아보기도 전에 1차 병원을 통해 병원과 의사가 정해질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가 더 많을지도 모릅니다.
암을 이겨낸 외과의사 후나토 다카시는 그의 저서 <암을 고치는 생활습관>에서 자신이 암에 걸리기 전에 환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솔직하게 고백하면서 의사들이 갖고 있는 문제들을 신랄하게 꼬집습니다. 또한 환자들이 어떤 의사를 골라야 하는지도 조언을 아끼지 않습니다.
"의사는 의학자와 다릅니다. 데이터와 증거도 중요하지만, 원활한 소통을 통해 환자의 가치관을 최대한 이해하고 이전에 쌓은 임상 경험, 직관, 사상 등을 총동원하여 치료 방침을 수립하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그 결과 각 환자에게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지 결론을 도출해야 합니다. 이것이 의사의 신념입니다"
그는 의사를 고를 때 "자신이 동의할 수 있는 방침을 제시하는 의사를 찾아가세요. 부디 스스로 치료방침을 정하기를 바랍니다. 의사의 말에 동의할 때만 그 말을 따르세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며 거부해도 됩니다"라고 환자의 입장에서 방법을 제시해 주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병원 시스템 안에서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조언 덕분에 치료의 향방을 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막연하게나마 어딘가는 이런 양심적인,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주는 의사 선생님이 또 있을 거라고 희망을 걸어보게 됩니다.
그의 조언을 통해 배운 것은 스스로 치료방침을 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미 정해진 병원과 주치의는 바꾸기 어렵지만, 내 상황에 맞추어 무엇을 우선시하고 무엇을 보조적으로 치료해야 하는지 확신이 들었으니까요.
최종적으로 자의든 타의든 병원과 의사가 이미 정해져 모든 치료과정을 함께 하고, 향후 10년 같이 치료를 해야 한다면? 치료방침은 스스로 정하지만 신뢰하는 마음으로 의사 선생님을 대하고 치료에 임해야 그 효과가 좋지 않을까요. 믿어주는 마음만큼 환자에게 복이 되어 돌아올 거라 믿어봅니다.
"자신이 동의할 수 있는 방침을 제시하는 의사를 찾아가세요. 부디 스스로 치료방침을 정하기를 바랍니다. 의사의 말에 동의할 때만 그 말을 따르세요.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며 거부해도 됩니다"
- 후나토 다카시 외과의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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