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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이로스엘 Feb 03. 2022

요즘 걱정되는 녀석

우리 집 반려식물, 홍콩야자 이야기

  요즘 우리 집에 걱정되는 녀석이 있다. 중학생인 아들 하나가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아들 녀석 이야기는 아니다.

 

  내 근심의 대상은 바로 우리 집에 3년째 살고 있는 ‘홍콩야자’다. 3년 전에 동네 화원에서 홍콩야자 화분을 하나 들였다.


  당시에는 이름도 몰랐는데 화원 주인아저씨께서 ‘홍콩야자’라는 이름을 알려 주셨다. 풍성한 초록 이파리들도 예쁘고, “이건 그냥 물만 주면 잘 자라요!”라는 말에 혹해서 데려왔다.


우리 집 거실에 놓인 홍콩야자. 예전엔 잎이 정말 풍성했는데... 요즘은 숱이 부쩍 적어진 모습이다.


  왜 하필이면 ‘홍콩’이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해서 검색을 해 봤었다. 딱히 명확한 설명은 없었지만 중국과 대만이 원산지인 식물이라는 내용이 있었기에 ‘홍콩’이라는 말이 붙은 거라고 추측했다.

 

  홍콩야자의 매력은 우산 모양을 닮은 이파리인 것 같다. 우산 모양을 닮은 이파리들이 풍성하게 소복이 자라면 얼마나 예쁜지. 잎 모양이 우산을 닮았다 하여 ‘우산나무’라고도 한단다.


  새 잎이 올라올 때는 그 아기 손처럼 작고 여리고 앙증맞은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진짜 아가한테 하듯 “오구오구... 아구, 예뻐라.”라는 말이 터져 나오곤 했다.



  이렇게 3년째 정말 물만 잘 주어도 잘 크던 녀석이 요즘 들어 시름시름 앓고 있다. 이파리들이 조금씩 노래지면서 결국엔 갈색으로 바짝 말라 바닥에 툭 떨어지는 것이다. 매일 몇 개씩 잎을 떨구고 있다.


 떨어진 이파리들을 볼 때마다 너무 아쉽고 아깝고 걱정이 된다. 드라코, 극락조, 테이블야자, 개운죽 등 다른 화초들은 잘 살고 있는데 무슨 일일까.



노랗게 변해가는 홍콩야자 이파리들


노랗게 색이 변하다 결국엔 이렇게 말라 떨어진다.



너 도대체 요즘 왜 이러는 거니?


  물어도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열심히 검색을 해 보니 홍콩야자는 실내 재배 시 햇빛을 너무 못 받거나 통풍이 잘 안 되면 잎이 떨어지거나 잎의 무늬가 희미하게 변한다고 한다.

 

  반양지에 놓고 키우고 있으니까 햇빛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통풍이 잘 안 돼서 그런 것 같다. 날씨가 추워서 환기를 충분히 못해 주기 때문에 가장 유력한 것은 통풍 문제가 맞는 것 같은데, 3년간 멀쩡하다 유독 지금에 와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다.

 


  요즘 이 녀석을 보면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읽었던 ‘오 헨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생각난다. 홍콩야자의 이파리가 하나둘씩 말라 떨어지는 걸 지켜보고 있자니 병에 걸려 죽어가던 존시가 하나둘씩 떨어지는 담쟁이덩굴의 잎새를 세던 모습이 떠오른다.

 

  물론 내 경우에는 홍콩야자의 잎이 떨어진다고 해서 존시처럼 생의 의욕까지 감소되는 건 아니지만... 떨어지는 이파리만큼 걱정도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없지는 않은 것 같다.

 

  언젠가 이렇게 잎을 떨구다 마지막 잎까지 다 떨어져 죽어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너무 섭섭하고 애가 탄다. 예전엔 집에서 키우던 식물이 여럿 죽어도 그다지 큰 느낌이 없었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생명의 소중함을 깊이 알게 된 걸까.

 


  겨울이 가고 봄이 오면 창문도 더 많이 열어 놓을 수 있으니 상태가 금세 회복될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달력을 보니 내일이 '입춘'이란다. 엊그제까지 눈이 왔는데 봄이 코앞에 있다니!


  일단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환기를 자주 해 주는 것밖에는 없는 것 같다. 식물도 사람처럼 좋은 말을 들으면 잘 자란다고 하니까 긍정의 말도 매일 틈틈이 해 줘야겠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조금만 참으면 봄이 올 거고,
그때가 되면
포근한 바람을 실컷 쐬게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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