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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추싱, 총천연색 서비스로 중국의 이동 맥락을 바꾸다

[Tech in China] 5. Seamless Chian 2편

중국이 전반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큰 돈과 시간이 필요한 인프라는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더디게 갖춰지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체계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chuxing)은 미미한 교통 인프라를 보완하며 중국 사람들의 일상 내에 깊숙히 스며들어 있습니다. "웬만한 거리는 디디(디디추싱의 약어)를 이용하면 된다. 그래서, "대중교통 체계의 미진함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 중국 현지인에게서 나올 정도입니다. 추싱(出行, chuxing)은 중국어로 '외출하여 이동하다'란 뜻입니다. 디디추싱은 사명 그대로 중국에서는 이용자들의 외출 뒤 이동을 맡고 있는 주체가 된 셈입니다. 디디추싱도 중국 내에서 자신의 역할을 주지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인 9월 9일에 디디추싱은 자사의 웨이신(Wechat) 계정을 통해, “5년 전에는 이랬었다며?(听说你5年前的经历是这样的?)"란 글을 올리기도 합니다. 몇 가지 그림과 겹들여진 변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택시를 타려고 할 때, 더 이상 대로 변에서 손을 흔들지 않아도 된다
부모님 대신에 택시를 부모님께 불러 드릴 수 있다.
명절 때 더 이상 매진되는 기차표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 카풀 서비스가 보편화 됐기에.
공항 버스가 아닌, 스마트폰의 앱으로 사전 예약한 픽업 서비스로 공항에서 귀가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위와 같이 이동 측면에서 중국의 일상을 바꾼 디디추싱의 어제와 오늘을 간략하게 정리했습니다. 참고로, 지난 번 글에서는  일상의 대화, 거래, 그리고 문화를 연결하는 웨이신(微信, Wechat)이 소개됐습니다.



디디추싱=시장의 98.9%를 장악하던 두 기업의 결합체


디디추싱의 역사는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사실, 디디추싱은 디디다처를 운영하던 샤오쥐커지(小桔科技, Xiaoju Tehcnology)와 콰이디다처란 서비스를 갖고 있던 콰이즈커지(快智科技, Kuaizhi Technology)가 2015년 합쳐진 회사입니다. 피터지게 경쟁하다가, 남는 1인이 모든 것을 쟁취하는 구조가 두드러지는 중국의 온라인 답게, 샤오쥐커지와 콰이즈커지의 운명도 그러하였습니다. 2012년 5월(콰이즈커지)과 2012년 6월(샤오쥐커지), 각각 한 달 간격으로 출범한 두 회사는 2013년 각각 대기업의 품 안에 들어갑니다. 샤오쥐커지는 텐센트, 콰이즈커지는 알리바바의 투자를 받았습니다. 텐센트와 알리바바란 커다란 우산(umbrella)에 편입된 것입니다. (※참고: 앱 기반의 연결 서비스의 경쟁이 개별 기업이 아니라, 기업군 단위로 벌어지는 양상에 대한 모습은 다음 브런치 글을 참고해 주세요. https://brunch.co.kr/@kakao-it/23)


샤오쥐커지는 베이징에서, 콰이즈커지는 항저우에서 설립되었지만, 양사는  2013년과 2014년 중국 전역을 무대로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경쟁은 '보조금'이 중심이었습니다. 2014년 당시 샤오쥐커지와 콰이즈커지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43.3%와 56.5%였습니다. 시장을 양분하던 두 회사의 보조금 경쟁으로 2014년 1월과 2월 춘절에 중국 사람들은 택시를 공짜로 타고 다닐 정도였다고 합니다. 출혈 경쟁을 틈타고, 우버는 또 다른 IT 대기업인 바이두와 손 잡고, 양강 구도의 시장 흔들기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시장 변화에 놀란 샤오쥐커지와 콰이즈커지는  시장 내에서 안정된 우위를 점유하기 위해, 2015년 2월 합병을 택합니다.


합병 이후 각 사의 서비스인 콰이디다처와 디디다처는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지만, 콰이디커즈의 창업자인 청웨이싱(程维)과 합병 후 초기에 공동 CEO를 맡았던 뤼촨웨이(呂傳偉)가 회사를 떠났고, 샤오쥐커지의 디디다처와 달리 콰이디다처는 시장 내에서 쓰러지는 길을 걸었습니다. (※참고: 다처(打车)는 택시 등을 부르다, 즉 '호출하다'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래서, 합병 이후의 주요 임원 구성과 서비스의 영향력 변화로 양사 간의 합병은 콰이즈커지가 샤오쥐커지에 흡수된 결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우버를 합병하고, 기업가치 56조 원에 이르다


양사 간의 합병 후, 사명은 디디콰이디(滴滴快的, didikuaidi)로 정해집니다. 합병 이후, 회사는 서비스의 다양화에 적극 나섰습니다. 공공교통영역으로의 첫 발걸음으로 해석되는 디디버스가 2015년 7월 베이징과 선전에 출시됐습니다. 2015년 7월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10개 도시에서 디디의 대리운전 기사 서비스가  시작된 때이기도 합니다. 2016년 1월, 디디추싱은 중국의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거래량이 많은 플랫폼의 지위에 오르게 되는데, 이 때 디디추싱의 시장 점유율은 87.2%로 추산됐습니다.  2016년 3월에는 일간 이용 건 수가 1,000만 건을 돌파합니다. 같은 해, 5월에는 애플로 부터 1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받기도 합니다.


2016년 8월 우버차이나까지 인수합니다.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의 결합은 역시 보조금 전쟁의 종지부를 찍기 위한 합의의 산물로 풀이됩니다. 당시 디디추싱과 우버차이나는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이를 보조금에 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디는 2016년 5월 애플로부터 10억 달러(1조1315억 원, 1달러=1,131.5원 기준)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다음달인 6월에는 70억 달러의 자금을 새로 조달했습니다. 우버차이나 역시 사우디 아라비아 국부펀드로부터 35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양사는 확보한 자금을 이용해 치열한 보조금 전쟁을 치뤘고, 이 과정에서 우버차이나는 약 20억 달러 상당의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디추싱과 우버 차이나 간의 계약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디디는 우버 글로버에 10억 달러를 투자하고, 우버차이나 투자자들은 디디추싱의 지분 20%을 보유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인 신산업기술센터(CNIT)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해 기준 디디추싱의 중국 차량호출서비스 시장 점유율은 85%, 우버차이나는 8%로 양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하면 93%에 이릅니다. 2016년 3분기 말 기준, 디디추싱의 시장점유율은 94.6%에 이르게 됩니다. 2016년 11월, 디디추싱의 월간 실질 이용자(monthly active user, MAU)는 1억2,795명에 달했습니다.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현재 56조 원(500억 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중국의 유니콘 기업 중 2위에 해당합니다.(※참고:  https://www.chinamoneynetwork.com/china-unicorn-ranking


디디추싱, "홈 경기는 끝났다"


중국 내에서 월등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한 디디추싱의 다음 목표는 해외입니다. 해외 진출 프로젝트를 위한 디디추싱의 행보는 2015년 9월 부터 차근차근 이어져 왔습니다.  2015년 9월 디디콰이디에서 지금의 사명인 디디추싱으로 사명을 바꾼 뒤에는 국내외 업체와 적극적인 파트너쉽을 체결합니다. 2015년 8월에 디디는 동남아의 우버(Uber)로 불리는 그랩(Grab)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습니다. 2015년 9월에는 미국의 리프트(Lyft), 링크드인(LinkedIn)과도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습니다. 디디추싱은 리프트와는 2016년 4월 로밍 제품을 출시하여, 디디추싱의 중국인 이용자가 미국 여행 시에 디디 앱으로 리프트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합니다. 로밍 모델은 한국의 카카오택시 이용자가 일본에서 택시를 이용할 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로밍 구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카카오택시와 일본의 재팬택시 간의 업무 협약 내용을 담은 기사 링크를 추가합니다. http://v.media.daum.net/v/20170522100416926


2015년 10월에는 인도의 올라캡스와 손을 맞잡습니다. 2015년 12월, 디디는 리프트, 그랩, 올라와 함께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이용하는 종합 교통 플랫폼으로서의 파트너쉽 관계를 맺습니다. 전 세계 1위인 우버에 대항한 글로벌 대응 전선을 형성한 셈입니다. 외국 업체와의 연합 전선 형성 전략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17년 1월에는 브라질의 ’99’에 투자했고, 8월에는 영국의 택시파이(Taxify)와 중동의 카림(Careem)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습니다. 이 국면에서 디디추싱의 창업자이자 CEO인 청웨이의 말입니다. 그는 올 8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홈 경기는 끝났다, 원정으로 가야한다(中国主场的比赛结束了,接下来要去打客场)"


디디추싱은 복합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


디디추싱은 앱 기반의 교통 서비스를 패키지 형태로 제공합니다. 아래와 같이, 원하는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는 여러 서비스를 제시하여, 소비자들에게 폭넓은 이동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앱 안에 여러 가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디디추싱 역시도 '슈퍼앱(super app)'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래 화면에서 快车(콰처)는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서비스, '出租车(추주처)'는 택시 서비스, '专车(쫜처)'는 고급 차량 공유서비스인 우버 블랙과 같은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디디추싱에서 목적지를 입력했을 때 나오는 화면의 예시, 해당 목적지로의 이동 시 이용할 수 있는 디디의 여러 서비스가 소비자들에 의해 선택될 수 있도록 함께 제공된다.


디디추싱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10개 서비스와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은 아래와 같습니다.

디디추싱의 교통 서비스 현황


한편, 디디추싱의 성장에는 중국 정부의 정책적 도움이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예가 2016년 7월 이뤄진 중국 내 자동차예약 서비스의 합법화 입니다. 중국 교통운수부가 발표한 이 시행방안(택시온라인예약경영서비스 관리 잠정시행방법, 网络预约出租汽车经营服务管理暂行办法)에 따르면, 자동차 예약 서비스 차량은 명확히 ‘택시예약서비스’로 등록해야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규정은 택시의 본질도 구현하고 신흥경영방식의 특징도 구현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예약 서비스업에서 원가 비용 이하로 운영하는 것을 시장질서교란행위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가격으로 시장 질서를 흐리는 문란 행위를 제도적 차원에서 근절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렇다고, 중국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하지는 않습니다. 가격은 시장 조절에 따라 시행되도록 용인되었습니다. 또한 자동차 예약 서비스 운전자가 최소 3년간의 운전 경력이 있어야 하며 범죄 전과가 없는 인물이어야 하고, 자동차 예약 서비스에 쓰는 차량은 주행거리가 60만km시 강제로 사용제한을 둬서 이용자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내용이 시행방안에 담겨 있습니다. 이 방안은 전 세계에서 앱 기반의 매개 서비스(일명, O2O 서비스) 관련하여 발표된 첫 법규였기에, 앱 기반의 서비스 매개 활동에 대한 중국 정부의 독려 의지가 투영된 결과로 해석되기도 했습니다.




참고문헌

http://sc.stock.cnfol.com/gppdgdzx/20160728/23164669.shtml

https://www.chinamoneynetwork.com/china-unicorn-ranking

http://tech.163.com/16/0804/03/BTJK5PD200097U7R.html

http://www.businessinsider.com/uber-china-merges-with-didi-chuxing-2016-7

http://www.huffingtonpost.kr/2016/08/01/story_n_11293560.html

http://www.businessinsider.com/uber-china-merges-with-didi-chuxing-2016-7

https://www.ft.com/content/80125fd4-57a9-11e6-9f70-badea1b336d4

https://www.bloomberg.com/gadfly/articles/2016-08-01/uber-may-end-up-winning-big-by-losing-out-in-china

https://36kr.com/p/5045791.html

http://finance.qq.com/a/20160322/005737.htm)

http://insight.stockplus.com/articles/419 

http://www.sohu.com/a/53752433_197278

http://platum.kr/archives/3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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