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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 생활자 Apr 06. 2017

아가씨

남성의 지배 욕망과 폭력성에 관하여

감독 박찬욱

출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 김해숙, 이동휘, 이용녀, 유민채, 조은형


이 영화 포스터에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비교적 분명하게 담겨 있다.


여자들은 손을 맞잡고 있고, 남자들은 여자를 내리누르거나 꽉 붙들고 있다.


영화 아가씨

책은 수동적이다. 누군가가 읽어주기 전까지 책은 지신을 보여주지 않는다.


영화 아가씨

아가씨는 누군가 읽어주기를 바라며 얌전히 서재 책장에 꽂혀 있는 책 같았다. 그냥 가만히 거기 있어야만 하는 존재였다.


영화 아가씨

아가씨는 책을 읽는다. 차갑고도 얌전한 얼굴로 낯 부끄러울 것 같은 야한 소설을 읽는다. 아니, 읽어야만 했다. 수치심을 감추기 위해 더 뻔뻔하게 읽어내려가야 했다. 그녀 보다 먼저 그 야한 책 낭독을 시작했던 이모는 수치심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영화 아가씨

그녀는 책을 계속 낭독했고 그렇게 살아남았다. 이모에게 배운 유일한 가르침은 이 지옥 같은 삶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은 이모처럼 벚나무에 목을 매달고 죽는 일이라는 것. 그것밖에 없다는 절망과 깊은 체념이었다.


그녀는 종종 이모부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 그녀는 이모부를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다.

영화 아가씨

그런 그녀 앞에 하녀가 다가온다. 그녀의 돈이 탐났던 하녀는 그녀의 환심을 사려고 노력하다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하녀는 자신이 이용당하는지도 모르고 그녀를 사랑해서 자신의 계획을 몽땅 털어놓는다. 그런 하녀가 그녀도 싫지 않았다. 남성의 지배 욕망이 침범할 수 없는 그곳에서 그렇게 두 여성은 손을 잡는다.


남성에 의해 억압받던 여성이 자유를 찾는 이야기였다. 김민희라는 배우의 사생활은 좀 그렇지만 이 영화 속에서의 김민희의 연기력은 찬사를 받을만한 것이었다.


아름다운 여성의 몸과 얼굴은 종종 전시의 대상이 된다.

이 영화 속에서 그려진 남성의 모습은 빼앗거나 (빼앗으려고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며 굴복시키거나 여성을 억압하는 존재로 그려져 있다. 조진웅이 맡았던 캐릭터는 어쩌면 성적 불구자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남성의 성기를 거세해 수집했는지도 모르고, 또 그래서  야한 이야기(소설)에 집착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도구로 자신의 처 조카를 이용한다. 살아서는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은 이모부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을 아가씨는 '죽음'으로 인식했다. 그리고 죽음만이 이 지옥 같은 삶에서 빠져나갈 유일한 탈출구라 여겼던 그녀 앞에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누군가가 나타난다. 같은 성별을 가진 누군가가 말이다.

그녀들은 연대하여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의 폭력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탈출한다. 그 자유마저도 여성의 연대를 막는 남성(이모부)에 의해 ( 두 사람이 국외로 도망치기 위해 배에 승선하려 할 때 이모부는 여성 두 명이 출국하지 못하도록 미리 조치를 취해두었다. 그러나 아가씨는 남장을 해서 빠져나간다.) 무너질 뻔했지만 두 여성은 자유를 찾는데 성공한다. 동성애 코드는 여성들 간의 결속과 연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 장치로 보이기도 한다.  위에서는 힘으로 누르고 옆에선 도망가지 못하도록 목덜미를 잡고 있어도 그 폭력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탈출하는 유일한 길은 폭력의 피해자끼리 손을 맞잡는 일이었다. 이들을 억압했던 남성의 폭력에 대항해 싸우는 길은 결국 연대였다.


아가씨는 결국 약한 이들끼리 손을 맞잡고 연대하여 자유를 찾아가는 이야기였다. 남성성을 상징하는 방울을 손에 쥔 채로 그녀들은 웃는다. 유년기의 어느날 언젠가 자신의 손등을 매섭게 때렸던 방울을 들고서 말이다. 마침내, 해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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