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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May 31. 2021

美ら海, 沖縄

2016년 1월 11-12일(4-5일째)-츄라우미 수족관, 비세 마을

츄라우미 수족관

넉넉한 고택에서 여유로운 아침이 밝았다. 모토부 세븐 빌리지는 말 그대로 7채의 저택이 있는 마을로 펜션으로 개조된 고택이 아직도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듯해서 이런 고택에서 자는 경험을 해보는 것이 뜻깊었다. 다들 간단하게 아침을 먹은 뒤 오키나와에서 꼭 가봐야 할 명소 중 하나인 츄라우미 수족관(美ら海水族館)을 향해 길을 떠났다. 오키나와 모토부 반도에 있는 해양박 공원(海洋博公園)의 중심이자 오키나와 여행의 필수코스인 이곳은 꼭 와봐야 할 명소였다. 여기에서 1975년 해양박람회가 열렸는데 1979년에 새롭게 단장해서 수족관 개장을 한 것이다. 어렸을 때 인터넷에서 거대한 수족관의 영상을 보고 그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곳이 바로 오키나와 츄라우미 수족관이었다. 말없이 거대한 유리벽 안에 도도히 헤엄치는 수많은 어류, 가오리 등을 보고 있으면 평온한 기분이 들었었다. 츄라우미(チュらうみ)는 오키나와 방언으로 아름다운 바다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도 아쿠아플라넷 여수와 제주 등 거대한 수족관이 있지만 어렸을 때 인터넷으로 보았던 그 기억이 또렷해서 방문해보고 싶었다. 2005년 미국 조지아 수족관이 개장할 때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수족관이었다고 했는데 비록 그 자리는 넘겨줬지만 지금 봐도 규모가 거대하긴 했다. 


고래상어의 거대한 입 안에서

날이 조금 흐렸지만 수족관 내부는 온갖 바다 생물로 가득했고 관광객들도 많이 보였다. 거대한 고래상어 표본은 날카로운 치아를 벌리고 있었는데 나와 아이가 들어가도 공간이 충분해 그 크기를 가늠하게 했다. 1층은 쉽게 볼 수 없는 심해어가 가득한 심해 여행, 2층은 그 유명한 쿠루시오의 바다, 3층은 불가사리와 여러 산호초를 보여주는 산호초의 여행, 4층은 대해로의 초대로 구성되었다. 쿠루시오의 바다(黒潮の海)라고 명명된 거대한 수조 안을 도도히 헤엄치는 고래상어와 가오리, 이름 모를 물고기들의 모습을 작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이는 신기한지 계속 쳐다봤다. 이때는 물고기 이름도 모르고 그저 바라볼 뿐이었지만 조금 더 큰 뒤에는 관심이 많아져서 수족관에 가면 이것저것 이야기를 하면서 즐기게 되었다. 쿠루시오의 바다 수조는 두께가 60cm인 아크릴 유리 패널로 만들어져 7,500톤의 압력을 견딜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라고 전해지고 매일 같이 신선한 바닷물이 공급된다고 한다. 안타까운 역사로는 2016년에 3.5m에 달하는 백상아리를 전시했는데 3일 만에 죽은 적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거대한 수족관은 가본 적이 없어서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자 경험이었다. 아이가 크면서 우리나라에 있는 수족관들을 많이 가보게 되었지만 단단한 유리벽 너머로 말없이 헤엄치는 물고기들이 여기까지 오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아픔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수족관에서 자체적으로 부화시켜 키워낸 물고기들은 여기가 고향이나 다름없는데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한적한 곳에 붐볐던 식당

들어갈 때 흐렸던 날씨는 나오니 우수수 떨어지는 빗방울이 대지를 적시고 있었다. 우산을 다들 갖고 있지 않아서 점심은 교외에 있는 전통 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오키나와 전통 요리를 파는 곳이었는데 검색해서 찾아갔다. 교외에 있어서 구불구불한 길을 지나 야트막한 산으로 올라가야 보이는 곳이었지만 일본인들에게도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북적였다. 주차를 하고 빗방울 소리가 떨어지는 야외에서 식사를 했다. 다행히 지붕이 가려져 비는 맞지 않았지만 산 속이고 비가 계속 내리니 다소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다. 아이도 조금 추위를 느꼈는지 화롯불 앞에 아이 의자에 앉아서 불을 쬐었다. 언제나 애정 하는 오키나와 소바 정식, 돼지고기 생강 구이 정식, 고야 참프루 등 전통 요리를 맛보고 오키나와 전통 가옥을 둘러보며 잠시나마 산속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전통 의상을 입고 사진 촬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비세 후쿠기 가로수 길

식사를 하고 근처에 있는 비세 마을 후쿠기 가로수 길(備瀬フクギ並木通り)에 가서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껴보며 걸으려 했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비로 많이 걷지는 못하고 다시 차로 돌아가야 했다. 후쿠기는 류큐 왕국부터 오키나와에서 많이 심던 나무인데 상록 나무 일종이라고 한다. 이곳에 온 이유는 예부터 방풍림으로 바람을 막기 위해 나란히 심었는데 비세 마을의 후쿠기 가로수 길의 명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후쿠기는 방풍 효과도 있지만 벌레도 막아주며, 화재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넓지 않은 길 사이로 빽빽하게 늘어선 후쿠기를 감상하는 가로수 길 산책이 오후 일정이었는데 비가 계속 세차게 내려 결국 얼마 걷지 못하고 포기한 채 차 안으로 돌아왔다. 차 안에서 아이는 답답한지 보채고 울음을 터트렸다. 그런 아이를 달래고 잠깐 투명한 오키나와 바다에서 비록 비를 맞았지만 그래도 옥빛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겨봤다. 한반도에서는 한겨울인 1월이었지만 남쪽 먼 나라인 오키나와는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고 비가 와도 날씨가 따뜻했다. 다시 차를 돌려 숙소인 세븐 빌리지로 돌아와 마지막 오키나와의 밤을 마무리했다.


투명한 옥빛의 오키나와 바다











쿠루시오의 바다








전통의상을 입고 촬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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