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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스칼 May 31. 2021

시사가 지키는 오키나와

2016년 1월 10일(3일째)-요미탄, 잔파곶, 만좌모,쿄다휴게소

요미탄 마을에서 아이와 어머니

오늘 밤은 호텔이 아닌 새로운 숙소에서 자기 때문에 아침부터 부지런히 짐 정리를 끝내고 나왔다. 마지막 호텔 조식이어서 야무지게 다들 배을 채우고 짐을 정리하고 체크 아웃한 다음에 캐리어를 차에 실었다. 그리고 첫 목적지인 요미탄 마을(読谷村)을 찾았다. 요미탄 마을은 도자기가 유명해서 도자기에 관심 많은 외숙모가 유심히 살폈다. 이러한 관심으로 외숙모는 지금 내가 사는 도시에서 공방을 열어 또 하나의 인생을 살고 있다. 요미탄 도자기 마을에는 16개의 공방이 있고 각양각색의 도자기가 정말 많았다. 일반 접시, 그릇부터 해서 사발도 크기에 따라서 다양하게 있었다. 그리고 여행객들이 많아 와서 그런가 그릇 외에 장식품들도 많았다. 특히 오키나와의 명물인 사자(시사, シーサー)를 구운 기념품이 많아서 나도 사자상 암컷, 수컷을 기념으로 샀다. 발음과 모양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아는 사자에서 유래한 건데 오키나와에서는 이 동물 상이 있으면 귀신을 쫓아내고 복이 들어온다고 전해진다. 일본어로 사자는 시시(しし)이지만 오키나와 방언으로는 시사라고 한다. 일본 본토에서 많이 보이는 고양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암컷이고, 벌리고 있는 것이 수컷이라고 해서 한 쌍을 샀다. 


시사 한 쌍

가족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한 공방이 많은 마을로 산책하기에 정말 좋았다. 아이도 흙길을 뛰어다니면서 편안하게 분위기를 즐겼다. 특히 바위에서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은 이 당시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베스트 컷으로 인화해서 어머니께 선물로 드렸다. 오키나와 전통 가옥과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도 많이 없기에 하늘거리는 바람을 친구 삼아 걷는 기분이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었다. 특히 짙은 주황색을 띤 특유의 지붕 모습이 동유럽의 지붕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꽤 인상 깊었다.


잔파곶 등대

마을 안에 있는 소박한 카페에서 정성스럽게 구워진 도자기에 담긴 커피와 빙수를 맛보았다. 매끄럽게 반들반들한 도자기에 그려진 수제 문양이 요미탄 마을의 특징을 잘 나타내 주었다. 이어서 요미탄 마을 근처 잔파곶을 방문했다. 어제는 오키나와의 역사를 두 눈에 담았다면 오늘은 오키나와의 자연을 담는 날이었다. 깎아 내지르는 듯한 절벽과 절벽 앞으로는 푸른 바다가 펼쳐졌다. 2km 정도 늘어선 융기 산호초로 자연의 선물인 잔파곶은 불어오는 바람 속에 홀로 서있는 하얀 등대가 더욱 멋진 분위기를 연출했다. 잔파곶의 등대는 케이프 아나미 등대로 1974년에 완공되었다. 제주도 느낌도 나는 이곳에서는 바람이 다소 불어서 아이가 추워하는 것 같아서 가지고 간 점퍼를 입혀서 내가 안고 다녔다. 


오키나와 소바

말없이 다들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이 곳의 풍광을 두 눈에 담고 출출해진 배를 채우러 갔다. 점심은 유명한 오키나와 소바를 먹으러 갔다.  근처에 오키나와 소바 전문점이 있어서 차로 이동하니 금방 도착했다. 여느 일본 식당처럼 들어서자마자 일본 특유의 키오스크로 자동 주문기가 있어서 보고 주문을 했다. 제주도의 고기 국수가 연상되는 비주얼이지만 고기 국수는 국수 중면을 쓰고, 국물도 돼지 사골 육수로 뽀얀 색이 특징이다. 다소 묵직하고 걸쭉한 국물 맛을 보이는데 오키나와 소바는 면이 우동 면처럼 중면보다는 굵고 국물도 고기 숙수보다는 맑은 육수였다. 기본으로 돼지와 파만 들어간 것과 어묵이 들어간 것, 해초가 들어간 것으로 해서 여러 종류를 시켜서 먹었다. 아이도 맵거나 자극적이지 않아서 작은 포크로 잘 먹었다. 좌석이었지만 아이가 앉을 수 있게 아이용 의자와 포크, 그릇을 준비해줘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다. 묵직하면서 뜨뜻한 소바에 든든한 한 끼를 하니 힘이 나는 느낌이었다.


만좌모의 코끼리 절벽

그다음 간 곳은 코끼리 절벽으로 유명한 만좌모(万座毛)를 갔다. 만좌모라는 이름은 절벽 잔디밭에 만 명은 앉을 수 있다 해서 이름이 붙여졌는데 석회암으로 이루어진 절벽도 굉장히 감탄을 자아냈다. 1726년 당시 류큐 왕국의 왕이었던 쇼케이가 만 명은 앉을 수 있는 들판이라고 말한 것이 유래가 되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데 오키나와 해안 국정공원에 속한 명소 중에서도 손꼽히는 곳이다. 오키나와 해안 국정공원은 오키나와 섬 중부 요미탄 마을의 잔파곶부터 북부 구미가미 마을까지 걸쳐있는 해안 공원으로 풍광이 제주도와 많이 닮아있었다. 만좌모는 드넓은 잔디밭도 유명했지만 멀리서 보이는 코끼리 절벽이 정말 커다란 코끼리가 바다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코끼리의 머리와 코가 앞을 보고 있고 앞다리는 무릎을 구부려 앞으로 가고 있게 보였다. 사진 찍는 명소였기 때문에 온 가족이 갖가지 포즈를 잡아 사진을 찍었고 아이도 바다를 바라보며 사진을 남겼다.


아이스크림을 맛보는 아이

들어가는 길에는 일본에서 매우 유명한 국도 휴게소의 아이스크림을 맛보며 잠시 쉬었다. 미치노에키(道の駅) 쿄다(許田) 휴게소는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아이스크림 맛집으로 NO.1을 자랑하는 옵빠(おっぱい) 아이스크림이 유명했다. 이 쿄다 휴게소는 일본의 1,030개에 달하는 국도 휴게소 중에서 여행객이 뽑은 휴게소 중 당당히 1위를 했다고 선전하고 있었다. 옵빠는 젖을 말하는데 오키나와 젖소의 우유로 만들어 진한 풍미가 입안에 가득했다. 우리는 자색 고구마, 흑설탕, 밀크, 녹차 등 골고루 사서 입 안을 달콤하게 만들었다. 국도 휴게소라니 낯설었지만 일반 고속도로 휴게소처럼 규모가 크진 않아서 이런저런 토산품과 먹거리가 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여기서는 내일 갈 츄라우미 수족관 할인권을 팔았기 때문에 여기에서 구매를 했다. 저녁 식사는 숙소에서 직접 만들어 먹기로 했기 때문에 이온몰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마트에서 맥주, 스테이크, 장어, 버터, 옥수수, 음료수 등 풍성한 저녁을 위해 만찬을 준비했다. 장을 봤던 건 일본 고유의 저택 체험을 해보기 위해서 2층 고택을 빌렸기 때문이다. 


저택에서 먹는 만찬

모토부 세븐 빌리지 저택은 안내원에게 여쭈니 다이쇼 시대에 만들어진 목조 저택으로 나름 역사가 오래되었다고 했다. 우리 숙소는 2층으로 되어 있었고 안에는 샤워시설, 주방이 현대식으로 구비되어 있었으며 거실 중앙은 화로가 있어서 바비큐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다다미 방으로 되어 있는 침실은 일본 전통을 느낄 수 있었고 걸을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목조 건물 특유의 재미가 있었다. 저택은 매우 커서 우리 9명이 묵기에 매우 넉넉한 공간이었다. 저녁 식사는 다 같이 거실 화로에 모여 와규 소고기, 장어를 구우며 배불리 먹었고 후식으로 버터를 잔뜩 올린 옥수수를 구워 먹었다. 다들 맥주, 주스, 콜라 등 취향에 맞게 잔을 부딪히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아이는 우리만 있는 드넓은 저택을 뛰놀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밤을 마무리했다.


요미탄 도자기 마을의 작품










일본 1위 국도 휴게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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