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쓸 때 주택에서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결심한 지 1년, 땅을 사고 집을 짓기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났다. 작년 이맘때 어머니가 큰 병을 얻어 온 가족이 슬픔에 빠졌었는데 그 이후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병마와 싸우며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고, 나와 아내는 어머니와 함께 살기 위해 아파트를 떠나 살 주택을 알아보다가 잘 안되어서 땅을 사고 주택을 짓게 되었다. 남들이 생각할 때 짧은 기간에 토지 매입과 건축 시공까지 이루어져서 놀라겠지만 그 안에 켜켜이 쌓여있는 시간의 무게는 이루어 말할 수 없다. 그간 1년의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남겨 놓은 사진과 글을 보면 가슴이 먹먹해지고 또 어떻게 이걸 내가 했나 싶은 생각도 든다. 이 글을 몇 개월 동안 써가면서 맨 앞 꼭지를 쓸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어머니가 아프고 나서 함께 살아야겠다과 생각하며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마당 있는 집을 알아보고 그것이 잘 안 되어 땅을 알아보고, 땅을 사고, 집 설계를 하고, 건축 시공을 하고, 준공과 마지막으로 이사 오기까지 그 매 순간을 기록하는 글을 쓸 때마다 이 앞 꼭지를 쓸 날만 생각하면서 달려왔다.
나의 결심과 추진에 대해 전적으로 믿고 지지해준 아내, 건축에 대해서 무지했던 나에게 많은 도움을 준 막내 외삼촌, 설계한 도면을 존중해주고 함께 집 짓기를 동행하면서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 준 건축사와 시공 대표, 각 분야의 많은 시공 전문가, 그리고 당신 인생의 황혼기를 함께 할 어머니 등 이 집을 짓기 위해 여러 사람의 공력과 마음이 모아졌기에 온전히 세워질 수 있었다. 나를 도와주는 사람들, 믿고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일의 중심에서 진행하는 입장에서 너무 힘든 순간도 있었다. 사람마다 힘들다는 정도는 다르겠지만 보통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어머니가 생각지도 않은 큰 병으로 고통받고 나아지는 시간 속에서 아파트를 떠나 주택으로 가기 위해 집을 구하는 게 여의치 않자 집을 짓겠다는 결심으로 땅을 사는 과정, 주택 건축에 대해서는 평소 관심도 없던 문외한이라서 밤새도록 책과 인터넷 동영상을 찾아보며 건축 공부하던 과정, 집 설계를 하는 과정, 알맞은 건축사를 찾아서 계약하는 과정, 터파기부터 시작해 골조/외벽/단열/창호/전기/가스/내부 인테리어 등 일련의 공사 과정, 집을 팔고 이사하는 과정까지 휘몰아치듯 달렸던 지난 시간 속에서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고 기대지 못하고 놓고 싶지만 놓지 못하고 혼자서 앓아왔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래서 더욱 지나가는 시간을 글로 기록하고 사진으로 저장하는 것에 매달린 것이 내 나름대로의 의식이었다.
집은 인간의 삶에서 필수 요소인 의식주에서 가장 변하지 않으며 가장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요소이다. 하루에 먹는 한 끼 식사도 뭘 먹을지 고민하고, 옷을 살 때에도 무엇이 어울리는지 여러 브랜드를 보며 고민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민이었다. 시간과 비용이 내가 누려왔던 세계와 다르게 흘러가니 여기에 맞춰가면서 가는 것이 사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나로서는 큰 모험이기도 했다. 거의 평생을 아파트에서 살아왔고 죽을 때까지 아파트 삶이라고 의심하지 않으며 살았기 때문이다. 6개월 안에 토지 구매부터 설계, 건축이 다 이루어졌는데 불과 1년 전의 나에게 이런 삶이 다가올 거라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박공지붕이 뭔지도 몰랐던 내가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땅을 사고 집을 짓는 과정에서 알게 된 인연들이 다 좋은 인연이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런 일을 경험할 일은 결코 없었을 것이지만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운이 좋게 좋은 인연을 만나고 또 좋은 집이 완성될 수 있었다. 흔히 한 번 집을 지은 사람은 두 번째 집을 더 잘 짓는다는 말이 있다. 경험이 쌓이니 그렇겠지만 혼자 집을 짓는 것이 아닌 이상 함께 집 짓기에 동행하는 인연을 잘 만나야 좋은 집이 지어진다. 집 짓기에 만반의 준비가 되지 않은 채로 덤빈 나는 그런 면에서 이걸 가능하게 만들어 준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해진다.
아파트를 떠나 주택을 지어서 살아야겠다고 결심하는 사람들은 나처럼 갑작스러운 변수에 의해 생각해서 실행에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고, 주택에 대한 로망이나 철학을 가지고 오랜 시간 생각하며 고민해서 실행에 옮기는 경우가 더 많을 거라 생각한다. 오래 고민하고 다듬는 것이 좋은 집으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내가 써 내려간 글은 말 그대로 내가 집을 짓겠다고 생각하고 설계부터 준공까지 겪은 내용이기 때문에 단독주택이나 전원주택 건축을 생각하고 준비하는 이들이라면 이러한 과정으로 집이 지어지고 건축주가 되면 이런 생각과 마음이 드는구나 하고 하나의 간접적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집을 지으려는 이유는 백만 가지일 테고, 집을 짓는 방법과 자재 사용과 디자인도 백만 가지일 테니 나는 그중에 하나의 이유와 하나의 방법을 따른 것이다.
건축주로서 집을 지으며 갖춰야 할 자세를 말해보라면 가장 중요한 건 신뢰, 즉 믿음이라 본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본인이 실력이 있거나 시간이 많아서 물리적으로 혼자 짓는다면 모를까 집 짓기는 혼자서 모든 걸 하는 것이 아니고 건축사와 시공사 등 많은 인력과 함께 하는 작업이기에 전문가에 대한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있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그런 신뢰를 바탕으로 적절한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물 흐르듯이, 탑 쌓듯이 몇 개월 간 건축의 시간을 보낸 듯했다. 믿음을 바탕으로 전문가로서 존중을 하면서 각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건축주는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물어보되 의심보단 신뢰로 다가가고 건축 여행의 동반자로 함께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그게 없으면 공사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서로 불편하고 밤잠을 설치게 되는 나날이 계속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현장부터 비용 지불까지 모르는 것 투성이다. 처음 집을 짓거니와 적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고 인생에서 손꼽히는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궁금한 것에 비례해 염려 또한 커진다. 건축 현장에서는 어떻게 되기에 이런 상황인지 모르기 때문에 궁금하고, 비용 지불도 어떤 자재나 인력이 쓰였는지 모르기 때문에 궁금하다. 믿음이 있다면 건축주 입장에서 잘 모르고 궁금한 것이 있거나 요청 사항이 생기면 마음 편히 물어볼 수 있고 피드백을 받았을 때 납득이 가고 또 좋은 방향으로 서로 이야기할 수 있다. 건축주, 건축사, 시공사 모두 서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존중해야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이 들어가 집을 더욱 튼튼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그런 집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이 집에서 만들어갈 좋은 나날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또 하나를 꼽자면 공부이다. 건축주는 설계부터 준공까지 모든 건축 과정에 대해 지출을 책임지는 집주인으로서 중심이 된다. 건축주를 중심으로 설계사, 시공사, 각 영역별 전문 인력 등이 모여서 하나의 집을 완성하게 되는데 그때 건축주에게 필요한 것은 건축에 대한 공부가 꼭 필요하다. 나처럼 급히 결정해서 집을 짓는 사람이 아니라면 시간을 두고 천천히 공부하며 지식을 많이 쌓아야 한다. 요즘에는 책으로만 보는 게 아니고 인터넷 동영상, 블로그 등에 무수히 많은 건축 자료가 올라와 있어서 공부하기 매우 좋은 환경이다. 곳곳에 정보가 산재해있기에 좋은 정보를 찾아서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왜 그러냐면 건축주가 짓고 싶은 집을 설계하는 것이 설계사, 건축 현장을 지휘하는 것이 시공사, 직접 손으로 자재를 운반하며 자르고 붙이고 하는 사람은 전문 인력인데 이들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건축주이고 건축주가 그 집에 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설계하는 과정에서는 내가 짓고 싶은 집에 대한 철학이 있어야 한다. 어떤 삶을 살고 어떤 분위기가 좋고, 가족의 특성은 어떻고 하는 것 같은 정서적인 것부터 어떤 건축 자재를 사용하고 어떤 골조로 짓고 하는 것에 대해 설계사나 시공사와 대화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하라는 것이 건축주가 지식을 뽐내고 간섭하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설계사와 시공사는 수년 동안 건축 현장에 몸담아온 베테랑이고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그 영역에 왈가왈부하게 되면 결국 믿음 역시 깨지게 된다. 그러기에 존중하는 마음을 담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하고 그 수준이 되기 위해서 건축주는 공부를 해야 한다. 서로 대화가 되어야 피드백이 오가면서 좋은 결과물이 나오게 되어 건축 동행이 아름답게 마무리될 수 있다.
앞으로 이 집에 오랫동안 살면서 만들어갈 추억과 감사한 나날이 있는 동시에 물리적으로는 때 묻고 고장 나기도 하고 바래지기도 하면서 이곳저곳을 수리해야 할 순간들도 있을 것이다. 주택을 살게 되면 손봐야 하는 곳도 많고 관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해서 아파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이전까지는 그중 한 명이었고, 의심할 것 없이 아파트에서 살면서 생을 마감할 거라 어렴풋 생각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인생의 궤도는 내가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가게 되었고, 미지의 영역인 만큼 더 내 삶을 다채롭고 알지 못했던 즐거움을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말이 있다. 내 신조 중의 하나로 '신은 우리가 감내할 수 있을 만큼만 시련을 주기 때문에 앞날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는데, 그것처럼 준비되지 못한 채로 우리 가족에게 큰 시련이 왔지만 그 시련을 극복하면서 이렇게 우리의 보금자리로 좋은 집이 와줬기에 이곳에서 사랑과 감사가 가득한 추억을 만들며 앞날을 그려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