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에 앞서 벌레로 고생하는 업주님들에게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모든 일에 전문가가 있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약은 약사에게, 벌레는 세스코에게.
여름철에 사람들을 참 귀찮게 하는 벌레가 있다. 바로 조그만 날파리들이다. 모기처럼 살을 물어서 간지럽게 하는 것도 아니고, 바퀴벌레 같은 해충도 아닌데 굉장히 눈에 거슬리고 짜증 나는 벌레다. 언젠가 한 번은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휴대폰을 터치하려다 갑자기 화면으로 날라든 날파리를 손가락으로 눌러 죽여버리고 말았다. 그때 손가락의 촉감과 찌부된 검은색 시체가 아직도 불쾌하게 생생하다. 특히, 날파리는 주로 무더운 날씨에 달달한 음식까지 더해지면 무더기로 증식한다. 스터디 카페 쓰레기통 주변도 날파리로 고통받았다. 아무래도 여름에는 음료를 더 많이 마시게 되니 달달한 음료가 묻은 페트병 쓰레기통은 날파리의 천국이었다. 처음에는 이곳저곳에 날파리를 잡기 위한 끈끈이를 붙여놓았다. 수많은 날파리가 끈끈이에 달라붙어서 죽어 있는 건 굉장히 끔찍한 모습이었다. 분홍색 끈끈이가 아예 까맣게 변했는데, 차라리 날아다니는 게 났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장 날파리 무덤 같은 끈끈이를 다 떼어버렸다.
그래도 이런 날파리 정도야 전용 퇴치기도 있고, 에프킬라 몇 번 뿌려주면 금방 없어지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날파리떼가 원을 그리며 죽어서 발견되었다. 처음에는 바닥 청소를 하다가 지우개 가루인 줄 알고 치우려 다가갔는데 20-30 마리 정도가 떼로 죽어있었다. 우리 커플이 또 엔지니어다 보니 둘 다 하나에 꽂히면 정신을 못 차렸다. 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보겠다며 이런저런 케이스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공기 순환 시스템을 종료하면 날파리떼 죽음이 해결된다는 걸 발견했다. 흡기와 배기 부분이 천장 곳곳에 있었는데, 어딘가에서 빨려 들어온 날파리가 배기 구멍에서 무더기로 떨어지는 것 같았다. 정확하게는 건물 밖에서 공기가 들어오는 흡기의 위치가 너무 낮았기 때문에 하수구에서 생긴 날벌레들이 빨려 들어오는 것이었다. 당장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설치해주신 공기 순환 장치의 위치가 낮아서 날벌레들이 하수구에서 빨려 들어오는데요. 방법이 없을까요?"
"우리는 설치만 해주는 사람이라 그런 거는 잘 몰라요. 처음에 인테리어 업체에서 하라는 곳에 설치한 거예요. 그리고 필터가 다 있는데 어떻게 벌레가 들어올 수가 있겠어요?"
직접 벌레가 들어와서 죽는 걸 눈으로 확인했는데도 업체에서는 말도 안 된다는 소리만 했다. 게다가 설치해주는 사람이면 어느 정도 기기에 대한 지식은 있어야 하는데, 본인은 해달란대로 해준 거라고 옮길 거면 설치 비용을 다시 내라고 했다. 무책임한 말에 기분이 상해서 자체적으로 해결해 보기로 했다. 좀 더 미세한 필터를 사서 흡기 부분에 부착하고 주위에는 날파리 제거 약을 뿌렸다. 신기하게 같은 자리에 죽던 날파리들이 싹 없어졌다. 역시 우리가 또 한 번 원인을 찾아 해결했구나 뿌듯해졌다. 문제를 해결해서 기분이 좋긴 했지만, 필터가 있는 공기 순환 제품을 설치해놓고 굳이 더 촘촘한 필터를 사서 붙여야 하다니 너무 짜증이 났다. 확실히 처음 하는 사업이다 보니 잘못된 선택이 많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늘 그랬듯 하나가 해결되면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했다. 다리가 얇고 엄청 많은 벌레가 출몰한 것이다. 원래 세상에 이렇게 생긴 벌레들이 존재하는 건지, 스터디 카페에서 새 생명체가 만들어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당장 죽이지 않으면 어디서 다시 튀어나올지 무서웠고 이상한 벌레를 죽이자니 자신이 없었다. 크기는 손가락 두 마디도 되지 않았지만 다리가 엄청 많은 생김새가 너무 기분 나빴다. 결국 30분을 그 자리에 서서 벌레랑 대치만 하고 있었다. 벌레가 한 번 꿈틀거릴 때마다 수명이 1년씩 줄어드는 것 같았다. 고민 끝에 '죽이자.'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렇지만 내가 죽일 용기는 없어서 아버님 나이대로 보이는 손님께 부탁을 했다. 나는 무책임한 사장님이라는 자책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가 빗자루를 들고 덜덜 떨면서 부탁을 하자 흔쾌히 잡아주셨다. 돈벌레인 것 같다고 알려주셨는데, 검색해보니 바퀴벌레가 사는 곳에 돈벌레가 나타난다는 무시무시한 예고편이 있었다. 바퀴벌레는 악명 높은 해충이기 때문에 이미지 타격이 너무 크지 않나 걱정이 앞섰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스터디 카페에 매미가 있는데?"
청소를 하다가 저 멀리 커다란 매미가 보였다. 그날은 동업자인 남자 친구와 함께 청소 중이라 매미를 구경시켜 주려고 급하게 불러댔다. 둘이 같이 매미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는데 소름이 쫙 끼쳤다. 새벽 청소 중에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방방 뛰고 난리를 쳤는데 그 이유는 매미가 아니라 커다란 바퀴벌레였다. 태어나서 이렇게 큰 바퀴는 처음이라 매미로 착각을 한 거였다. 다급하게 에프킬라를 반 통정도 뿌렸는데 완전히 죽기까지 2시간은 걸렸던 것 같다. 설마 또 나오려나 싶었는데 또 나왔다. 심지어 스터디 카페 이용자가 발견해서 연락이 왔다.
"바퀴벌레가 나왔는데 너무 무서워서 종이컵 안에 가둬놨어요."
CCTV로 보니 손님이 종이컵 주위에서 벌벌 떨고 있었다. 충격적인 장면은 종이컵이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힘까지 센 바퀴벌레인가 싶어 너무 무서웠다. 다행히 재택근무 중이었고 점심시간이라 바로 이동할 수 있었다.
"제가 바로 갈게요. 정말 죄송한데 종이컵 틈으로 에프킬라 좀 뿌려주실 수 있나요?"
바로 멋지게 뛰어들어가서 잡고 싶지만 너무 무서웠다. 제발 도착하기 전까지 약이라도 뿌려달라고 간절히 부탁했다. 이동하면서 CCTV로 계속 확인했는데 착한 이용자분이 손을 덜덜 떨면서 약을 뿌리고 있었다. 아무리 약을 뿌려도 종이컵이 움직일 정도로 바퀴벌레의 힘이 세서 다시 뿌리기를 반복해야 했다. 도착했을 때쯤엔 종이컵이 완전히 약에 절여져 있었다. 전혀 무섭지 않은 척 속으로는 울면서 시체를 치웠다. 시체를 치우는 나름의 노하우도 생겼다. 일단 눈에 보이지 않게 종이컵으로 덮은 다음 그 아래로 A4 용지를 넣어 들어 올리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치우다가 더듬이라도 빼꼼 나오면 무더운 날씨에도 팔에 소름이 쫙 끼쳤다. 이용자가 바퀴벌레를 발견한 시간쯤으로 CCTV를 돌려보니 소스라치게 놀라는 모습에 나도 같이 소름 끼쳤다. 게다가 바퀴는 왜 이렇게 큰지 흐릿한 화면 속에서도 정확히 보였다. 정말 시급하게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긴 했다. 바퀴벌레는 약으로도 잘 죽는 것 같아서 시중에 파는 트랩을 곳곳에 설치하기도 했지만, 결국 두세 번 정도 더 이용자들한테 발견이 되었다.
어떤 날은 여학생이 약을 먹고 버둥거리는 바퀴벌레를 발견해서 연락을 했는데, 근무 중이라 바로 갈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중고 거래 어플인 당근 마켓이 떠올랐다. 요즘에는 당근 마켓에서 적정 금액을 제시하고 벌레를 잡아주는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최대한 빨리 갈 사람을 구해보겠다고 말하고 당근 마켓에 글을 올렸다. 하지만 3만 원이 너무 부족한 액수였는지 전혀 지원자가 없었다. 초조한 마음에 10초에 한 번 씩 새로 고침을 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여학생에게 남자 친구를 불러 잡았으니 괜찮다는 연락이 왔다. 당장 회사에서 뛰쳐나가야 하나 생각까지 했었는데 진심으로 고마웠다. 벌레를 마주한 이용자들이 놀란 마음에 공부도 잘 되지 않았을까 봐 신경이 쓰였다. 조금이라도 기분이 나아지길 바라며 무료 이용 쿠폰을 전달하거나 기프티콘을 선물해주었다. 이건 결국 임시방편이었고 완벽한 해결책이 필요했다.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순간이 왔고 이 분야의 대표 주자인 세스코에게 연락을 했다.
일단 벌레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것 자체를 막아야 한다고 했다. 약을 스터디 카페 안에만 뿌리는 것이 아닌, 건물 외벽을 빙 둘러 작업해야 한다고 설명해주었다. 게다가 주위에 고깃집이 많아서 더더욱 필수인 작업이었다. 보통은 건물이 노후되면 건물주가 외곽 방역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해주실 분은 아니었고 그냥 외곽 방역까지 추가로 계약을 했다. 스터디 카페는 30평인데 외곽까지 하니 50평 정도의 금액이 발생했지만 벌레만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할만했다. 첫 방역 날 벽에도 약품을 막 뿌리셨는데, 냄새만으로 벌레가 다가오지 못하게 만드는 액체였다. 그리고 전혀 몰랐던 부분들도 꼼꼼하게 짚어주셨다. 에어컨이나 공기 순환장치의 배관이 빠져나가는 곳에 밖이랑 통하는 작은 공간이 있었다. 이런 곳으로 습한 기운을 찾아 벌레들이 들어온다고 체크해주었다. 바로 준비된 우레탄 폼으로 공간을 쏴서 막았다.
그렇게 한 달, 두 달 겨울까지 방역을 진행한 끝에 벌레와의 전쟁은 막을 내렸다. 다른 어떤 사건들보다 사업 이미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상황이라 많이 힘들었다. 어느 순간 이용자 후기에 벌레가 나오는 스터디 카페라고 적혀있을까 두려웠다. 벌레 사건을 계기로 더욱 쾌적한 공간을 운영하리라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