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심한 복통으로 고생했다. 십몇 년 전부터 한 번씩 위경련이 있어 와서 또 위경련인가 보다 하고 동네 병원에서 진통제를 맞고 나아지려니 했는데 2일, 3일이 지나도 물 한 모금에도 극심한 고통이 찾아왔다. 도저히 참지 못하고 응급실에 갔다. 엑스레이와 CT를 찍었더니 담낭에 자잘한 돌들이 있고 담도에도 결석이 있어서 급하게 시술과 수술을 하게 되었다. 담도에 있는 결석은 내시경으로 빼내고 담낭의 결석은 또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절제해야 한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9시간의 기다림 끝에 입원을 하게 되었다. 코로나 검사 결과까지 기다리고 충분치 않은 병상에 울며 겨자 먹기로 1인실에라도 빨리 입원하게 해달라고 애원하여 9시간 만인 밤 11시 30분에 병실로 올라올 수 있었다.
진통제를 맞고 이제야 살만해졌다. 앞으로 시술과 수술이라는 무시무시한 과정이 남아있지만 아프지 않으니 다시 살만해졌다. 아플 땐 정말 죽고만 싶었고 그 통증 외에는 어떤 것에도 집중할 수 없었는데 조금 나아지니까 다시 삶의 의욕이 솟아난다. 다행이다.
내가 입원한 병원 병실 창밖으로 백화점과 고속버스터미널, 호텔이 보인다. 얼마 전까지 저기 터미널 지하상가를 휘젓고 다니고 백화점에서 맛있는 음식들을 사 먹고 물건을 사고 사람들과 즐겁게 놀던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몸이 아프니까 모든 게 all-stop이다. 가족도, 친구도, TV도, 맛있는 음식도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저 이 고통이 멈추기를 이 통증이 끝나기만을 바라게 된다. 그래도 저 호텔에서 호캉스 하는 사람들은 병원뷰 일 텐데 난 멋진 시티뷰를 즐긴다고 생각하니 아주 조금 위안이 된다.
같은 병실에 묵으신 것 같은 jasmin1492.tstory에서 가져온 사진이다. 정말 장관이었다
아픈 게 싫어서 좋은 음식을 먹고 건강한 생활을 한다고 했는데도 어쩔 수 없이 이런 일이 생긴다. 아니면 내가 20-30대 때 술 마시고 나쁜 음식 많이 먹어온 세월이 결석을 만들었나, 내가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잘 받는 성격인가. 소식이 답인가? 채식이 답인가? 스티브 잡스 보면 그것도 아닌 거 같고...모르겠다.
아프면 뭔가 내가 잘못해서 잘못 살아서 벌 받는 느낌이 든다. 그럼 결국 병에 걸리고 죽어야 하는 모든 인간은 다 죄인인 걸까? 아니지 < 세상에 이런 일이>라는 프로를 보면 매일 라면 먹고 콜라 마시는 건강한 장수노인들도 많이 나오던걸? 아프니 별 생각을 다 해보게 된다.
인생을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살아야 건강과 행복만을 건질 수 있는 걸까?
늘 옳은 판단과 매 순간 옳은 선택만을 하고 살아왔어야 이런 고통을 겪지 않는 걸까?
내일의 내시경 시술과 며칠 후에 있을 수술이 두려워 휘황찬란한 시티뷰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생명에 지장이 없는 원인을 아는 병임에 감사해야 할까?
이런저런 병명을 갖은 다른 환자들을 보며 그래도 나는 낫지 않은가 위안하며 긍정적 마인드로 이 순간을 잘 모면하면 되는 걸까?
앞으로 좀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더 노력하며 살면 되는 걸까? 이젠 잘 모르겠다.
이런 일들은 나의 노력 여부에 상관없이 내가 인간이라는 한계로 언제든 또다시 찾아올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만이 또렷해진다.
나는 아프신 시부모님을 보며 많이 두려웠다. 요양병원에서 노년을 보내시게 된 시부모님과 같은 병실에 입원해 계신 많은 노인 분들을 보며 공포심에 가까운 두려움을 느꼈다. 좋은 음식과 건강에 집착하게 된 것도 그런 경험 때문이었다. 절대로 저런 모습으로 늙어가고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했고 나의 노년의 모습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건강하게 죽는 순간까지 내 손으로 내 식사를 챙기다 잠들 듯이 죽고 싶다는 모든 사람의 꿈을 나도 꾸게 되었다. 누군들 기저귀를 차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인 한 발자국도 걸을 수도 없고 음식을 먹을 수도 없는 말년을 꿈꾸겠는가?
이젠 좋은 음식을 강박적으로 먹고 운동을 하고 좋은 영양제를 챙겨 먹고 이런 것이 크게 의미가 없게 느껴진다. 늙고 병들어 남들의 도움도 받는 그런 모습도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옳은 생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늙어서 요양병원에서 기저귀 차고 있을 수도 있고 남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해본다.
최대한 내 몸이 편안해질 음식과 환경을 선택하고 아프게 되면 그때그때 치료도 받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자연스럽게 내 운명에 순종하며 받아들일 수 있게 마음 준비를 시작해보려 한다.